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정윤회 문건'은 박관천(48) 경정이 유출하고, 한 경위가 복사한 뒤 자살한 최경락 경위가 유포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청와대가 문건 작성·유출의 배후로 지목한 '7인회'도 실체가 없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청와대 문건유출 수사는 이제 박관천 경정 등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국민들이 검찰의 이번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 경위 회유, 최 경위 자살
서울경찰청 소속 최경락 경위의 자살 사건이 몰고 온 후폭풍이 쉽게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경위는 유서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직원이 자백하면 기소하지 않겠다는 말을 한 경위에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인 한 경위도 일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의 회유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최 경위와 한 경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와대라는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기관이 '정윤회 문건' 유출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에 관여한 셈이 된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국회 안팎에서는 '정윤회 문건' 유출과 관련된 청와대 민정수석실 회유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게이트(Gate)'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게이트'는 정부나 정치권력 등과 관련된 대형 비리 의혹 또는 스캔들을 의미한다. 1972년 6월 발생한 미국의 '워터게이트(Watergate)'에서 유래됐다.
당시 미국의 대통령 닉슨은 재선을 위해 비밀공작반을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투시켰다. 이 곳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체포됐고, 닉슨은 결국 하야했다.
워터게이트 빌딩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의미에서 '게이트'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지금 청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닉슨의 하야를 불러 온 '워터게이트'보다 훨씬 심각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은 문건내용 궁금해
우리나라에서도 1976년 박동선(朴東宣)이 미국 의회에 거액의 로비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한·미 간의 외교마찰 사건으로 비화됐다.
박동선 사건, 즉 '코리아 게이트'을 비롯해 2000년 이후 이용호 게이트, 정현준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등 각종 게이트가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게이트'로 미국 대통령 닉슨의 하야 같은 극단적인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게이트' 자체로 초래된 국정동력 손실은 통계로 잡힐 수 없는 국민적 피해를 보여줬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터진 '정윤회 스캔들'을 '게이트'로 규정하려는 야당의 입장은 분명하다.
청와대에서 유출된 공공의 문건을 놓고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배후로 지목된 박지만 EG 회장과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의 배후로 꼽히는 정윤회씨 간 권력다툼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검찰의 수사도 청와대 문건 유출 경로를 추적하는데 그쳤다. 문건 속에 등장한 정윤회씨와 문고리 3인방의 인사개입 사례에 대한 객관적인 전수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청와대 국면전환 나서야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도 박 대통령은 깊은 내상(內傷)을 입게 된다. 전·현직 청와대 비서진 간 싸움의 결과와 상관없이 국정의 최종 책임자인 박 대통령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문건과 당사자들의 폭로로 공론화된 정윤회씨와 문고리 3인방의 인사전횡 등과 관련한 의혹도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부분 역시 박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우려된다. 청와대의 잘못된 초기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서둘러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 청와대 1급 비서관 이상 전원이 스스로 사퇴하는 방법으로 성난 민심(民心)을 보듬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수차례 약속했던 '대탕평 인사'를 실행해야 한다. 언론을 향해 남발한 13건의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정의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터진 '궁중암투'에 이은 '게이트 정국'을 원하지 않고 있다.
대신 박 대통령 그토록 강조했던 경제활성화, 부패척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비정상의 정상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
서울 / 김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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