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조선왕조 500년 역사를 보면 숙종과 영조시대 4차례에 걸친 '환국(換局)'이 확인된다. 환국은 시국이나 정국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특히 조선 후기에 집권 세력이 급변하면서 정국이 바뀐 것을 의미한다.
◇1680~1727년 환국 발생
숙종 6년인 1680년 경신대출척(庚申大黜陟) 또는 경신출척이라고 불리는 경신환국(庚申換局)이 발생했다. 당시 환국으로 남인 정권이 붕괴되고 서인 세력이 정권을 장악했다.
1689년(숙종 15년) 기사환국(己巳換局)이 발생했다. 숙종은 서인이 제기한 원자(元子) 문제를 빌미로 서인의 횡포를 억누르기 위해 서인을 실각시키고, 남인들을 중용했다.
1694년(숙종 20년) 갑술환국(甲戌換局)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갑술옥사(甲戌獄事)라고도 불렸다. 숙종이 장씨를 희빈으로 책봉하고, 후에는 왕후의 자리에 올렸지만, 장씨의 거동이 매우 방자했기 때문에 숙종은 인현왕후를 복위시키고, 남인들을 퇴출시켰다. 이로 인해 서인들은 재집권의 시대를 열었다.
이어 1727년(영조 3년)에도 정미환국(丁未換局)이 발생했다. 영조는 당파심이 매우 강한 신료들을 제거하기 위해 탕평책(蕩平策)을 추진했다. 이를 계기로 서인에서 분파한 소론(少論)이 실각했고, 다른 서인인 노론(老論)은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했다.
노론은 영조에 이어 정조, 순조시대까지 연결되는 주도세력을 형성했고, 노론은 벽파와 시파로 세분화되기도 했다.
◇성완종 리스트 '태풍의 눈'
현대에서도 당파는 존재한다.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이 존재하고, 새정치민주연합에도 친노와 비노가 있다. 이른바 사색당파로 볼 수 있다.
당파의 시작인 동인과 서인이 갈등했던 선조시대, 동인은 현재의 영남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학파다. 서인은 호남권에 충청권이 연결된 학파로 기호학파로 볼 수 있다.
왕조시대와 달리 현재의 정권은 한쪽의 당파만 활용하고 있다. 그 한쪽도 비박계와 갈등형국이다. 다른 쪽은 크게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
국력의 1/4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취임 2년 2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취임 후 1년 내내 인사참사에 시달렸고, 취임 2년차에는 세월호 참사(4월 16일)에 이어 문고리 권력 국정농단 사건이 연말·연초 정국을 혼미스럽게 만들었다.
그래도 국민들은 참고 기다렸다. 박 대통령의 적폐해소에 큰 희망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부패와의 전쟁은 전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경남기업 수사과정에서 성완종 전 회장이 자살하고, '성완종 리스트'에 전현직 비서실장 3명과 현직 국무총리, 현직 광역단체장 등이 거론되자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더욱이 이 문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지속되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과제가 제대로 실천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박 대통령의 불행이자 우리 국민에게는 또 다른 '참사'가 될 수 있다.
◇'을미환국(乙未換局)' 주도해야
'성완종 리스트'에 등재된 인사들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검찰의 몫이다. 검찰의 수사가 미진하다면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밝혀야 할 문제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특검을 통해서도 밝혀질 수 있는 문제가 있고, 그렇지 않은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지금 정권의 실세들이 연루된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한마디로 '멘붕'이다.
박 대통령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잘못이 드러나면 일벌백계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서는 안된다. 정권이 끝날 때까지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을 수 있는 이번 문제에 대해 조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방법은 하나 뿐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인사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해야 한다. 그들은 수사를 통해 스스로 '명예회복'에 나서야 한다. 그들이 '명예회복'에 성공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을 만큼, 우리 국민의 삶은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몇몇 측근인사를 중용하는 스탠스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탕평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에는 야권인사도 과감하게 중용해야 한다.
남북관계와 경제정책도 전환해야 한다. 대선 당시 약속했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실현될 수 있도록 유연한 대북관계가 설정돼야 하고, 늦었지만 경제민주화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연내에 이 같은 국정프레임 전환이 이뤄지면 박 대통령은 '을미환국(乙未換局)'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서울 / 김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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