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事萬事'… 윤석열 정부 성공의 조건

춘추관 이러쿵저러쿵 - 극단 아닌 '중용'의 원칙
'사람 냄새' 문재인 정부도 정권재창출 실패
극단적인 진영 논리에 빠진 정치 '이제 그만'
인사·정책 중도… 부드러운 리더십 보여줘야

2022.03.14 15:30:07

[충북일보] 지난 2015년 5월 14일 기자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만났다. 당시 '구순(九旬)'의 JP는 매우 쓸쓸해 보였다.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았고, 웃음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왼손으로 악수를 나눌 정도로 행동이 매우 부자연스러웠다. JP는 그날 30여 분의 짧은 만남에서 "한강에 배를 띄워놓고 충청의 옛 동지들과 봄꽃놀이를 하고 싶다"면서 과거를 그리워했다.

◇5년차 지지율 45%

오는 5월 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매우 소탈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물론, 김정숙 여사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또 자녀와 관련된 각종 구설수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5년차 지지율은 10% 미만이었다. 헌정 사상 첫 탄핵이라는 비운의 주인공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노무현·박근혜 정부는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했다.

이에 견주어 볼 때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지난 3월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을 재창출했어야 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지금 여당 안팎에서 누구의 책임인지 격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문 대통령은 각종 인사와 정책에서 '파격'을 선택했다. 야당은 '제 식구 챙기기'라고 비난했지만, 문 대통령의 사람 냄새가 나는 리더십은 임기 5년 차 45%대의 지지율의 원동력이 됐다.

대한민국 정치는 1987년 이후 줄곧 '극단의 정치'였다. 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그랬고, 민주당이 자랑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작과 끝도 마찬가지였다.

극단은 국민의 49%를 경계의 대상으로 돌리는 행위다. 국민의 51%만 믿는 정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다.

해방 후 영호남 패권주의에서 JP는 역사상 최초로 '충청대망론'을 만들어 낸 정치인이다. 물론 본인의 정치적 기반이 충청권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정치프레임이었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1996년 4월 총선(15대)에서 제기된 'DJP 연합'은 거대 여당에 맞선 호남과 충청의 연대였다. 당시 김대중 총재는 이를 적극 수용하고 1996년 중순부터 자민련과 정책 공조를 추진했다.

'DJP 연합'의 구체적인 내용은 △대통령 후보 김대중 △초대 국무총리 김종필 △내각제 개헌 △경제부처 임명권 총리 △수도권 단체장 1명 자민련 소속 등이었다.

대선 이후 DJP는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또 16대 총선에서 자민련이 17석에 그쳐 교섭단체 등록이 어려워지자 민주당은 자당 의원을 자민련에 꿔주기도 했다.

'DJP 연합'이 파국을 맞은 결정적인 계기는 내각제 개헌 약속 불이행이었다. 또 김 총리의 장관임명권에 대한 동교동계의 거센 반발이 이뤄지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후보단일화에 성공한 윤석열 당선자는 실패한 'DJP 연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종 인사와 정책에서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용(中庸)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사람 냄새 나는 통(統)

윤 당선자는 반려견과 반려묘의 아빠다.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 냄새가 난다. 평소에도 소탈한 모습을 보여준 윤 당선자는 보통사람임이 분명해 보인다.

대통령이 꼭 엘리트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후보는 연기만 해 달라'고 했던 김종인 전 위원장의 언급은 후보와 유권자들을 매우 화나게 만든 망언이다.

윤 당선자는 극단적 진영논리에 빠진 정치인을 경계해야 한다.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정치인은 톡톡 튄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익을 가장 우선한다. 선공후사는 뒷전이다.

대신 민간 영역에서는 톡톡 튀는 인사를 발탁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인과 각 부처가 해결하지 못한 부동산·환경·남북관계·사회적 갈등 등 모든 분야에서 과거 정부와 다른 탁월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서울 / 김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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