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 이러쿵저러쿵 - '바보 노영민'

시집판매·부동산 논란… 전성기 때마다 구설수
고비 없었으면 지금쯤 5선, 후배 정치인 수두룩
재테크 둔감·자녀 거주 반포 아파트 논란 억울

2020.07.08 11:11:56

[충북일보]"오늘 저녁 뭐해.". "별일 없어요." "밥이나 먹자."

10년도 넘었을 때다. 어느 날 갑자기 노영민 의원은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만나자고 했다. 청주시 흥덕구의 한 일식집에서 둘만의 저녁식사를 했다.

당시 지역 정가 동향이 궁금했나 보다. 상대 정당은 물론, 자당 분위기까지 물어온다. 단 한 번도 당적을 가진 적이 없었던 기자는 상대 당보다 노 의원의 정당을 더 신랄하게 비판했다.

노 의원은 귀담아 들었다.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바로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노 의원은 머리를 굴리거나 정파적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주중대사에 부임했다. 중국에서도 고향 사람들이 만나자고 하면 열심히 만났다. 노 대사를 만난 지역 정·관가 및 경제인들은 '인증샷'을 자신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에 분주했다.

약 4년 만에 청와대·국회 출입기자로 올라오면서 SNS를 통해 청와대 출입사실을 알렸다. 지난주 청와대 비서실장실 소속 한 비서가 전화를 걸어왔다.

오전 11시 30분. 당시 국회에서 취재하고 있을 때다. 노 실장이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한다. 그러나 국회에서 청와대로 이동할 수 없었다.

정중히 거절했다. 노실장의 비서는 그럼 다음에 약속을 잡겠다고 한다. 조금 미안했다. 남들은 못 만나서 안달인데, 먼저 만나자고 전화한 노 실장에게 고향의 후배 입장에서 예의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딱 이틀 뒤 노 실장의 부동산 논란이 세간의 화제가 됐다. 그때 기자는 '헉, 청주 집을 팔면 충북지사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인가'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노 실장은 앞과 뒤를 꼼꼼히 재는 사람이 아니다. 어떨 때는 '저런 사람이 어떻게 3선 국회의원과 주중대사, 청와대 비서실장을 하나'라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노 실장은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저는 지난 목요일 보유하고 있던 2채의 아파트 중 청주시 소재 아파트를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고 지난 일요일 매매됐다"며 "BH 근무 비서관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에게 1가구 1주택을 권고한데 따른 스스로의 실천이었고 서울 소재 아파트에는 가족이 실거주하고 있는 점, 청주 소재 아파트는 주중대사,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수년간 비워져 있던 점 등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의도와 다르게 서울의 아파트를 남겨둔 채 청주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이 서울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송구스럽다"며 "가족의 거주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이달 내에 서울 소재 아파트도 처분키로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저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엄격히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사실 노 실장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거의 문외한(門外漢)이다. 1999년 준공된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진로아파트. 당시는 비교적 고급아파트에 속했다.

노 실장은 이 아파트를 지난 2003년 1억8천만 원에 매입했다. 무려 17년 전이다.

보통 사람들은 아파트를 구입할 때 10년 거치 20년 상환조건으로 대출을 받는다. 10년 동안 이자만 내다가 10년 전후에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그렇게 되면 이자비용은 물론, 상당액의 시세차익도 올린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연봉보다 아파트 시세차익이 훨씬 크기도 한다. 청주지역 주택공급률이 100%를 넘겼다. 과공급 상태다. 청주 사람들은 이런 흐름 속에서 집을 팔고 사고를 반복하고 있다.

노 실장은 17년 동안 진로아파트를 팔지 않았다. 1999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현재 20년이 넘었다. 거주환경이 그렇게 좋은 아파트는 아니다.

이 과정에서 2주택 문제가 공론화됐다. 관사에서 살고 있는 노 실장 입장에서 자녀들이 거주하고 있는 반포아파트를 남겨두고 빈집인 청주 아파트를 팔고 싶었을 것이다.

자녀들을 길거리에 내몰 수는 없는 일이다. 여기서 기자는 차기 충북지사 출마가 유력한 노 실장이 정치적 행보를 바꿨나를 의심했을 정도였다.

노 실장은 이렇게 정치적 전성기마다 고비를 맞는다. 과거 시집 강매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고비만 없었다면 지금쯤 5선이 됐을 것이다. 그를 따르던 후배들은 이미 지역의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노 실장 측근들은 "아마도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했을 것. 투기과열지구 내 2주택 기준으로 보면 청주·반포 소유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자의 눈에는 노 실장은 제때 재테크도 못하는 '바보 노영민'이다.

현재 부동산 논쟁은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 오로지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하루 빨리 선출직 또는 정부 고위직의 다주택 문제와 관련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2주택 이상을 소유한 사람들은 죄인이 아니다. 서울 / 김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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