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 이러쿵저러쿵 - 호남에 충청 묶는 '기호벨트' 꺼낸 與… 왜

***'행정수도 완성론' 정치권 요동
김태년 "청와대·국회·정부 옮겨야"
충청권 보나마나 '신행정수도 찬성'
경기·충청·호남 연대 곧 대선 승리

2020.07.21 20:49:29

[충북일보] 조선시대 기호학파의 근거지는 경기도와 호서지방(대전·충북·충남)과 해서지방을 포괄하는 지역이었다. 지금은 '기호벨트', 즉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도, 호남을 연결하는 광의의 지역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의 '강호축(강원~충청~호남)'과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DJP 연합' 등도 일종의 '기호벨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김태년의 '신의 한수'

180석 거대 여당의 원내 수장인 김태년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완성론'이 심상치 않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잇따라 청와대와 국회, 정부 부처 모두를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의 이 같은 주장은 개인 자격이 아니다. 경기도를 지역구로 하는 김 원내대표의 작심 발언에 '큰 그림'이 숨어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여론을 들어봐야 한다'며 부인했지만, 어쩌면 청와대와도 교감했을 가능성이 높다. 충청권은 크게 환호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금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있다. 이낙연(서울 종로)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이 경합하고 있다. 이낙연 의원이 만약 지금의 대세론을 유지한다면 당 대표는 물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낙연 의원이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것은 두고 보아야 한다. 이 의원은 호남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를 역임했고, 서울 종로구를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이지만,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는 상징성이 훨씬 크다.

해방 후 지금까지 영·호남 패권주의가 고착된 상황에서 호남 정치인은 홀로 대권을 거머쥐지 못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충청 출신 김종필 전 총리와 연합해 'DJP 연대'를 구축했다.

PK(부산·경남) 출신의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PK에서 50%에 가까운 지지와 호남에서 90%를 넘나드는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래서 상당수 친문(친문재인)들은 한 때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김경수 경남지사를 차기 대선 후보로 꼽기도 했다.

지금은 아니다. 유력 후보군들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으면서 최근에는 이낙연 대세론이 확고해졌다. 비록 이재명 경기지사라는 돌발변수가 나타났지만, 친문들은 여전히 이낙연의 확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A씨는 "호남을 배경으로 하는 이낙연 의원의 한계를 얘기하는 지적이 있는 것는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제는 우리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지역적 범위를 뛰어 넘을 것"이라며 이낙연 대세론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도 대선은 대선이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해서는 곤란하다. 이 때문에 여당 안팎에서는 그동안 이낙연을 보완할 새로운 카드가 없는지 다양한 연구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영·충·호 시대', 즉 인구수로 보면 영남, 충청, 호남 순이다. 이 상황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호남 후보로 당선이 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구상한 셈이다.

가장 유력한 방법은 호남에 충청을 얹는 방법이다. 이미 충청권 4명의 광역단체장이 민주당 소속이다. 광역·기초의회 역시 민주당이 장악했다.

◇세종시 충돌한 이명박·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기업도시로 바꾸려 했다. 충남 출신 정운찬 국무총리를 앞세웠다. 당시 충청권은 크게 반발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의 논리는 간단했다. '세종시 건설은 충청권에 이익이 되지만, 서울시 과밀화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로 요약된다.

이를 종합할 때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민주당의 '행정수도 완성론'에 대해 "이미 위헌결정이 난 사항"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김 위원장과 미래통합당은 이제 세종시와 관련해 이명박의 길을 걸을 것인지, 아니면 박근혜의 길을 선택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만약 이명박의 길을 선택한다면 오는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판세는 쉽게 예측될 수 있다.

최근 악재가 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면서 충청권의 전폭적인 지지까지 기대하고 있는 김태년의 '행정수도 완성론'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은 이유다. 서울 / 김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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