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클린마운틴 - 여수 낭도 둘레길

2024.02.22 17:38:43

ⓒ함우석주필
낭도는 섬 모양이 이리 같다 해 붙여졌다. 여우 호(狐)가 아닌 이리 낭(狼)자를 쓴다. 연륙교로 이어진 4개의 섬 중 가장 크다. 여산과 규포리 2개 마을로 이뤄져 있다. 섬 내 곳곳의 풍경이 아름답고 수려하다. 공룡 발자국 화석과 퇴적층은 압권이다. 바닷물이 빠지는·썰물 때 주로 드러난다. 낭도의 자랑거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갱번길은 좀 더 편하게 다듬은 산책로다. 작지만 아름다운 해수욕장도 여럿이다. 젖샘 막걸리는 낭도의 또 다른 매력이다.
[충북일보] 청주에서 네 시간 남짓 달려서 도착한다. 구름떼가 스멀스멀 고갯마루를 넘는다. 바닷물에 햇볕이 내려와 윤슬로 빛난다. 맹렬추위 물러나고 바람이 숨을 고른다. 남녘의 태양이 지나간 시간을 알려준다. 이방인을 설레게 하는 매력적인 섬이다. 젓가락 장단 맞추던 한 시대를 떠올린다. 정말 이리를 닮았을까, 여우를 닮았을까. 푸른 바다에 반짝이는 햇살이 아주 곱다. 감춰졌던 섬의 비경과 전설을 드러낸다. 하나둘 세상에 알려져 사람들을 모은다.

차창 밖으로 푸른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파란 하늘과 바다가 한 몸으로 환영한다. 낭도가 이름 하나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낭만낭도 이름을 처음 들으면서 설렌다. 여수 낭도가 봄날의 향기를 피워 올린다. 얼음장 밑의 겨울향이 녹아 흘러내린다. 엄동 물리치고 소리 없이 섬에 다가온다. 긴 공백 끝에 만난 옛날 친구처럼 반갑다.

갱번미술길

ⓒ함우석주필
낭도는 여수의 353개 섬 가운데 하나다. 이제 자동차 타고 들어가도 되는 섬이다. 여수와 고흥을 잇는 연륙·연도교 덕이다. 여수와 고흥 사이의 4개 섬을 연결한다. 조발도와 둔병도, 낭도, 적금도를 잇는다. 그 중에 낭도가 가장 크고 매력이 넘친다. 여수 쪽에서 남쪽으로 26㎞ 떨어져 있다. 면적이 5.33㎢이고 해안선이 19.5㎞다.

200여 가구 300여 명이 모여 살고 있다. 바닷가 마을 정취가 물씬물씬 묻어난다. 마을의 벽화부터 사뭇 달라 또 가고 싶다. 담장에 그려진 그림이 추억을 소환한다. 그림마다 낭도 낭만을 한껏 추켜세운다.·함께 새겨진 시의 한 구절들도 명품이다. 섬 여행의 설렘을 부풀어 타오르게 한다. 여행객의 편의시설도 하나 둘 늘고 있다.

낭도 둘레길의 정체성은 금방 알 수 있다. 섬으로 들어설 때 이미 예고돼 알기 쉽다. 마을 어귀에서 갱번미술관이 알려준다. 사진과 그림, 설치미술 작품이 즐비하다. 걷는 내내 담장과 골목을 장식하고 있다. 갱번은 조개 캐고 물고기를 잡는 곳이다. 낭도와 주민들 풍경을 고스란히 담는다. 낭도 둘레길은 곧 갱번을 오가는 길이다.

클마 회원들과 1코스 걷기를 결정한다. 골목마다 '낭만낭도'라는 표어가 보인다. 벽화와 지붕 색깔이 서양화처럼 예쁘다. 빨강과 노랑, 파랑이 잘 어울려 조화롭다. 전형적인 과거풍의 벽화마을 풍경이다. 조금 유치해도 나름대로 예쁜 분위기다. 낭도 갱번미술길을 싸목싸목 지나간다. 파란 하늘을 이고 낭도의 봄을 산책한다.

낭도포구

ⓒ함우석주필
작은 어촌마을이 시선을 멈추게 붙든다. 마을 초입부터 기념사진 찍느라 바쁘다. 포구를 끼고 정겨운 벽화들이 포근하다. 돌담으로 이어지는 마을길이 조붓하다. 잦은 젖샘막걸리 간판이 호기심을 끈다. 처음 보는 게 많은 낯섦이 마음에 닿는다. 담벼락에 별들이 돋아나와 와글거린다. 파란 바닷물에 비친 하늘이 하나가 된다.

바다 속을 그려 놓은 벽화들이 앙증맞다. 대문마다 주인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다. 정겨운 문패도 살포시 웃음을 짓게 한다. 마을 곳곳이 마음결까지 푸근하게 한다. 섬에서 쉬어 갈만한 민박집도 있어 좋다. 저녁에 바다 보며 잠들 수 있어 행복하다. 아침에 바다와 인사 나눌 수 있으니 좋다. 부지런한 해가 가장 먼저 대지를 밝힌다.

큰 도로를 따라 도로 끝까지 빨리 걷는다. 1코스 정점인 주차장 포토존에 닿는다. 클마 회원들이 삼삼오오 인증샷을 한다. 푸른 조끼 여우인형이 여행객을 맞는다. 외나로도 우주발사전망대가 희미하다. 해수욕장과 방파제가 잇따라 이어진다. 저 멀리 우뚝하게 선 빨간 등대가 보인다.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들어와 믿음직하다.

길 끝에 이르니 남해안 비경이 툭 터진다. 야자수 매트 깔린 좁은 산길로 들어선다. 여유로운 오솔길이 한참동안 이어진다. 아열대 상록수가 세력을 넓히는 중이다. 거리 띄운 나무 사이로 햇살이 충분하다. 한 걸음 느리게 걸어야 어울릴 것 같다. 느리게 걸어도 전망대가 금방 나타난다. 짙푸른 바다를 한 아름씩 담고 걸어간다.

남포등대

ⓒ함우석주필
낭도 둘레길은 포근하고 아기자기하다. 해안 숲길이 지루할 쯤 해변이 나타난다. 데크길에 이어 오솔길이 다시 등장한다. 바닷가로 내려가면 바윗길로 연결된다. 절리의 해변이 깜짝 선물로 감동을 준다. 능선에서 보았던 산타바 비밀해변이다. 공룡 발자국 있는 침식해안이 드러난다. 모래 위로 공룡화석이 펼쳐져 아름답다.

갯바위 위에 우뚝 선 남포 등대로 간다. 하얀 정장 입은 말쑥한 모습이 아름답다. 등대 건너편에 보이는 섬이 모래섬이다. 이 섬엔 공룡이 살았다는 옛 전설이 있다. 여수의 꽃섬 하화도가 멀리 눈에 안긴다.·강한 흡인력으로 꾼들의 마음을 흔든다. 각진 자태로 은밀하게 미모를 드러낸다. 늘 고도의 깨끗함을 유지해 매력적이다.

암벽 등반하듯 양손 쓰며 안돌이를 한다. 낮은 바위를 넘자 흰 남포등대가 보인다. 바위 위에 하얀색의 등대가 세워져 있다. 눈앞에 사도가 낮고 길쭉하게 늘어선다. 왼편의 추도는 2개로 갈라진 듯 보인다. 등대에서 방파제 해안까지 길이 예쁘다. 바닷물이 항아리처럼 육지로 파고든다. 아주 작은 해변이 주는 매력이 꽤나 크다.

남포등대 주변에는 기묘한 지층이 있다. 주상절리가 잘 어우러진 갯바위 지대다. 낭도 바닷가 지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름다운 해안과 해식애가 잘 드러난다. 해안 낭떠러지, 단애는 깎아 세운 것 같다. 절리대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가 아름답다. 귀를 씻기고 가슴 속을 후련하게 해준다. 퇴적층이 드넓은 바다와 어우러져 좋다.
ⓒ함우석주필
해안 언덕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숲길을 내려와 해안 둘레길로 들어선다. 어렵지 않게 해안바윗길을 따라서 간다. 다시 둘레길을 따라 걸어가자 천선대다. 주상절리 지나 쌍용굴을 한참 바라본다. 절벽 두 개의 굴에 바닷물이 출렁거린다. 고즈넉한 풍경에 인공의 구조물이 없다. 바다가 하늘과 코발트빛으로 펼쳐진다.

해안 따라 이어지는 둘레길이 편안하다. 싸목싸목 걸으며 바닷가 낭만을 즐긴다. 볕 좋은 날 연인과 뉘엿뉘엿 걸어도 좋다. 쪽빛 바다가 모래사장과 잘 어우러진다. 이 곳 저곳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해안 퇴적층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다. 특이한 타포니 바위들이 켜켜이 쌓인다. 거대한 바위의 해안 퇴적층이 장관이다.

낮은 해안의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한다. 소나무 숲으로 난 오솔길을 웃으며 간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탄성이 쏟아진다. 눈길을 돌릴 때마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언덕에서 해안으로 갈래길이 연결된다. 저 멀리 신선대 풍경이 정말 빼어나다. 신선이 내려와 살만할 정도로 절경이다. 바다 건너편 고흥 외나로도가 잘 보인다.

신선대 가는 길에 콘테이너 카페가 있다. 오래된 오디오서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후박나무 사이로 신선대 풍경이 보인다. 경치가 너무 좋아 선녀들의 놀이터란다. 켜켜이 쌓인 바위들이 악어 모양을 한다. 파란 하늘과 맞닿은 바다가 섬을 지킨다. 바닷길이 섬의 속삭임을 길게 들려준다. 바람에 실려 온 낭도 갯내음이 풋풋하다.

바위 아래 바다가 쪽빛으로 출렁거린다. 하늘의 흰 구름이 신선의 터를 연출한다. 점점이 떠 있는 섬과 등대가 서로 웃는다. 해안 둘레 곳곳엔 주상절리가 즐비하다. 갯바위의 그림 같은 풍광은 감동적이다. 낭도자연이 빚어낸 풍경이 환상적이다. 걷는 것만으로도 지친 심신이 치유된다. 신선대 가기 전에 카페에서 잠시 머문다.

언덕 위 카페는 더할 나위 없는 뷰포인트다. 좋은 자리의 으리으리한 카페가 아니다. 이름처럼 자연 속에 묻힌 순박한 카페다. 넓지 않은 밭에 꾸민 작은 정원이 예쁘다. 시설이라고는 컨테이너 조리실 하나다. 야외 테이블 몇 개와 오디오가 전부다. 길손들은 파전 하나에 막걸리를 찾는다. 한 쪽 한 모금 하고 다시 둘레길로 나선다.

신선대 풍경

ⓒ함우석주필
신선이 내려와 놀다 간 신선대로 향한다. 마침내 수억 년 지질의 역사와 마주한다. 수직의 주상절리와 넓은 암반의 구조다. 풍광이 특이하고 빼어나 한참 머문다. 건너편으로 우주발사전망대가 가깝다. 새하얀 암반 아래로 파도가 넘실거린다. 바닷가엔 공룡시대 유적이 숨겨져 있다. 물론 바닷물이 빠져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바닷바람 뒤로하고 둘레길을 이어간다. 돌을 하나 둘 올려 만든 돌탑들이 많다. 길마다 무수히 늘어서 장관을 연출한다. 모래 해변이 비단처럼 예쁘게 펼쳐진다. 낭도해수욕장이 두 눈 속으로 들어온다. 모래가 곱고 파도가 잔잔해 놀기에 좋다. 낭도항 방파제 끝 빨간 등대는 특이하다. 관광객들의 인생 샷 장소로 각광받는다.

원석의 거친 고요 속을 싸목싸목 걷는다. 섬의 숲 사이로 바다의 윤슬이 반짝인다. 쾌청한 하늘 한낮 기온이 10도를 웃돈다. 낭도에는 어느새 매화 향기가 가득하다. 단아 도도한 매화꽃이 자태를 드러낸다. 꽃향기로 섬을 휘감으며 봄을 재촉한다. 은은히 풍기는 매향이 탐매를 부추긴다. 파란 바닷물이 매화 밭에 운치를 더한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단체사진.

볕 좋은 날 느리게 걸으니 자연이 말한다. 언제나 그렇듯 대화 값은 따지기 어렵다. 서리 맞아 숨이 죽은 참나무가 흔들린다. 붉은 잎들 모두 떨어트리고 부르르 떤다. 시간 앞에 무너진 영광의 시대를 보낸다. 산을 오른 겨울 해가 바다 건너 내려간다. 2월 어느 날 문득 저무는 해를 바라본다. 클린마운틴 회원들의 안녕을 소망한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깊은 생각에 잠긴다. 낡음과 바뀜, 과거와 현재를 뒤바꿔본다. 시대와 세상에 맞게 변할 건 변해야 한다. 정체돼 고여 있다 보면 낡아서 쇠퇴한다. 지금을 위해 어제는 자주 바뀌어야 된다. 고집스러운 정체는 빠른 퇴보의 길이다. 시공간의 아름다운 무늬를 그려야 한다. 2024년 성숙한 낭도의 봄을 기다린다.

/ 글·사진=함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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