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순 대표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참 곱다'라는 느낌이 든다. 마음씨에서도 인정이 묻어난다. 온갖 정성을 기울여 된장을 담근다. 소비자를 위해 따뜻한 마음을 담는다. 친정어머니를 닮았다. 친정어머니는 남에게 주는 것을 좋아했다. 평생을 베풀며 살았다.
박 대표는 음력 12월에 메주를 쒀서 음력 3월에 장을 담근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내년 4월의 장 담그기 체험과 경로잔치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다.
박해순 대표는 된장사업을 배경으로 '농촌의 도시화'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두리두리영농조합과 태양광발전소 건립에 이어 폐교를 활용한 장 담그기 체험장 겸 다목적교육관 설립을 구상 중이다. 농촌주민들도 생활비 걱정 없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복합문화마을조성이 목표다. 소멸위기에 처해있는 지역을 살리려면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야한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다.
박 대표는 친정어머니가 물려준 '이웃과 나눔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된장사업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돈에 욕심을 내기보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소중하게 여겼다. 자식들에게 '더하기보다 나누기'를 먼저 가르쳤다.
박 대표는 마을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어머니의 된장 담그는 비법을 이어받아 2009년 4천290㎡(1천300평)규모의 두리두리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조합이름에는 마을주민들이 두루두루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먼저 주민들이 재배한 콩을 모두 사들여 장을 담갔다. 미원면 주민들을 중심으로 콩 작목반도 만들었다. 지금은 충북도내 전체에서 생산된 콩만 엄선해 사들인다.
2019년엔 농촌주민들이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벌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마을주민들과 함께 66만㎡부지에 충북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세웠다.
된장 담그기 체험을 연결고리로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해 폐교를 활용한 복합교육관도 만들 계획이다. 정규교육과정에서 다루지 못하는 아이들의 창의성이나 자율성, 자립심을 키워주고 싶다. 학교 밖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세워 농촌 어르신들에게 인성교육을 맡기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없이 한식체험이라든가 된장 담그기 체험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기는 어렵다. 그는 몇 해 전부터 폐교된 미원 용곡초등학교에 마을복합문화관을 만들려고 주민들의 동의까지 받았다. 학교를 폐교로 방치하는 것보다 된장 담그기 체험 등 여러 가지 교육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교육청에 제안했다. 하지만 재산권문제에 가로막혀 논의가 중단됐다. 박 대표는 충북도교육청에서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런데 요즘 박해순 대표에게 걱정 하나가 더 생겼다. 전통된장 담그는 방법을 전수받으려는 후계자를 찾기 쉽지 않다. 큰딸에게 물려주려고 설득도 해보았다. 하지만 큰딸은 손사래를 쳤다. 그래서 탈북민과 다문화 가정에 전수시키려 한다. 전통된장 사업은 큰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힘들다. 한국의 된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등재됐다고 기뻐하는데 그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서둘러 전통문화 계승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 나서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