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막은 수초… 農心 울린 無心

청주 작천보 풍부한 수량에도
농수로 수초 제때 제거 안돼
인근 농지 용수 공급 불가능
농어촌公 "오늘 중 제초 마무리"
농민들 "모내기 끝… 무슨 소용"

2017.05.31 21:17:48

31일 청주시 미호천 작천보 인근에 위치한 간선 용수로가 수초로 막히며 농업용수가 흐르지 않아 농심을 애타게 하고 있다.

ⓒ김태훈기자
[충북일보] "보(洑)에 물이 가득 차 있으면 뭐합니까? 농업 용수로엔 물이 하나도 없는데. 관상용도 아니고, 도대체 쓸 수가 있어야 말이죠."

한 때 4대강 사업의 모범사례로 꼽히던 청주 미호천 작천보에 대한 인근 농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한창 모내기 작업 중인 논에 물을 전혀 대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근 전국을 메마르게 하고 있는 가뭄 탓은 아니다. 청주지역은 상대적으로 가뭄 피해가 미미한데다 대청댐과 무심천, 미호천 수량이 풍부해 현재 작천보의 저수율은 만수(滿水)에 가깝다. 4대강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보 개량이 이뤄지며 주변 농업용수로에 대한 공급 효과도 다른 지역보다 탁월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이 일대(신대동·상신동·원평동·내곡동·평동·신성동) 농민들이 농업용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수초(水草)' 때문이다.

작천보의 수위가 어느 정도 차오르면 인근 간선(幹線) 용수로를 통해 각 논에 물을 직접 공급하는 지선(支線)으로 흘러드는데, 이곳의 경우 수㎞에 이르는 간선 용수로에 남자 성인 키 높이로 자란 수초가 물의 흐름을 원천 차단한 거다.

이미 모내기철에 접어든 농민들은 하는 수없이 개인당 수십대의 양수기를 자비로 구입, 다른 용수로에서 물을 퍼 나르는 상황에 이르렀다. 바로 옆 저수지에 물이 가득한데도 그 물을 쓰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농민들이 관할 농어촌공사에 수차례 수초 제거를 요청했으나 되돌아온 농어촌공사의 답변은 '6월10일 내지 15일 이후'였다. 지금은 모내기용 물을 공급해야 하는데다 모가 활착된 이후에야 수문을 닫고 제초작업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농어촌공사는 농한기 때마다 농업용수로 정비 차원에서 수초 제거작업을 하고, 그에 대한 예산도 확보하고 있으나 올해 들어선 이 지역에 대한 작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농어촌공사 충북지역본부 측은 본보 취재 후 전화를 걸어와 "내일 오전까지 제초 작업을 마치겠다"며 "모든 지역을 다 관리하기 어려운 애로사항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지역의 한 농민은 "모내기가 다 끝난 뒤에야 제초작업을 하면 뭐하느냐"며 "가뭄 피해지역이라면 이해라도 할 텐데, 보에 물이 잔뜩 있으면서도 농업용수를 공급하지 못하는 농어촌공사의 행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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