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이 중요한가,'시간단축'이 우선인가.
수도권 전철의 남쪽 종점을 천안에서 청주공항까지 연장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연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1차적 이해 당사자인 충청권 주민과 해당 지자체는 물론 정부(국토해양부)도 공감하고 있다. 최근 세종시·오송신도시 등 청주공항과 관련된 대규모 사업들이 잇달아 추진됨에 따라 "전철 종점을 연장해야 한다"는 논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연장 방법에 대해서는 지역 별로 이해 관계가 엇갈려 정부의 합리적 결정이 필요하다.
◇조치원 경유냐,노선 신설이냐=연기군과 천안시는 인접한 자치단체인데도 연장 노선에 대해 각각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우선 연기군은 선로 용량이 여유있는 기존 철도를 최대한 활용하자고 주장한다. 경부선 천안~서창(조치원) 간 30km는 선로를 확충(복선→2복선)하고,충북선 서창~오송(경부·호남고속철도 분기역)~청주~청주공항(연장 26.15km)은 기존 철도를 전철과 함께 쓰자는 것이다. 연기군은 "이 노선을 채택하면 다음달 1일부터 KTX(고속열차)가 정차할 오송역 및 인근 오송-오창-대덕연구단지 과학벨트와 수도권 전철 간의 연계성이 높아져 시너지(상승)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인구 50만명을 목표로 건설 중인 세종시와 수도권·청주공항 사이의 시간 거리가 단축되고,고려대 세종캠퍼스 및 홍익대 조치원캠퍼스 수도권 통학생(3천여명)의 교통 사정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천안시는 천안~독립기념관~병천~청주공항을 연결하는 노선(연장 37.42km)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해야 수도권이나 천안에서 청주공항을 오가는 시간이 단축된다는 것이다. "전철 경유 지역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도 편다.
ⓒ자료:서울대산학협력단
◇전문기관 용역 결과=한국철도시설공단은 연기군과 천안시 주장 노선을 바탕으로 지난 2008년 1억6천여만원을 들여 전문기관(서울대 산학협력단,유신코퍼레이션)에 사전조사 용역을 맡겼다.
그 결과 세종시(행복도시) 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호남고속철도 신설 등으로 경부선(천안~대전) 선로 용량이 확충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연기군 주장 노선'이 더 효율적인 것으로 판단됐다.
연기군이 주장하는 노선은 우선 '편익비용비(Benefit-Cost Ratio)'가 1.06으로 천안시 요구 노선(0.73)보다 크게 높았다. 편익비용비는 '비용'의 현재가치에 대한 '편익'의 현재가치 비율을 일컫는다.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효과 대비 이해 당사자들이 얻는 편익이 크다는 뜻이다. 공공투자사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이 수치가 '1'보다 크면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철도시설공단은 "천안시 요구 노선(청주공항~문경 추가)은 현재는 경제성이 낮으므로 수송 수요나 환경 여건 변화 등을 감안해 장래 사업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이달말쯤 발표할 제 2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2010~2019년)에 청주공항 연장 노선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신규 사업 축소방침에 따라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기본 설계비 등이 반영돼 있지 않다.
대전·충남 / 최준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