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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4.25 17:24:45
  • 최종수정2024.04.25 17:24:45
ⓒ 함우석주필
초록이 깨어나는 빗줄기를 따라 걷는다. 꽃은 떠나도 신록이 아직 여기 남아 있다. 이즈음 연초록에 묻혀 사는 사람이 많다. 연두색이 만발하니 마음도 화사해 진다. 맑은 햇살에 봄의 축복이 뚝뚝 떨어진다. 며칠 만에 하얀 꽃잎의 흔적이 아예 없다. 하루 빗물로 아름답게 작별인사를 한다. 반가운 봄비가 초목에 생기를 돋워준다. 겨울의 흔적을 다 지우고 봄을 완성한다.
[충북일보] 봄의 중턱에 목포 유달산으로 달려간다. 유달산이 비가 오는데도 영롱히 빛난다. 봄날 쉬어가는 연초록에 마음이 설렌다. 우람한 거대바위들이 가슴을 뛰게 한다. 상록활엽수들은 남국 정취를 선물한다. 벌써 피고 진 동백꽃은 땅 아래서 뒹군다. 빨간 얼굴이 짙게 무르고 상처투성이다. 4월 중순 봄 흐름이 기막히게 빨라진다.

유달산 둘레길은 순환형 여행길과 같다. 산언저리 오솔길과 유적들이 조화롭다. 각종 경승지들이 선형으로 줄서 반긴다. 다도해 해상공원 전경도 즐길 수가 있다. 유달산 정상에 서면 목포시가 들어온다. 저 멀리 다도해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산 아래는 누구나 부담 없는 둘레길이다. 많은 시민이 운동과 휴식을 위해 찾는다.

노적봉은 홀로 외롭게 있는 바위산이다. 해발 60m로 둘레길 들머리 역할을 한다. 일제 때 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분리됐다. 원래는 아름다운 유달산의 봉우리였다. 유달산 둘레길의 시작점은 노적봉이다. 물론 전설처럼 압도당할 만큼은 아니다. 그 정도까지 높지도 크지도 않은 바위다. 산 입구에서 정상까지 계속 돌계단이다.

노적봉과 목포시내 전경

ⓒ 함우석주필
유달산 둘레길에는 들고 나는 길이 많다. 대표 들머리는 노적봉유료주차장이다. 주차장에서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곧바로 산 쪽에 작은 이정표가 보인다. 도로를 건너 숲으로 들어가면 숲길이다.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안내판이 보인다. 안내판 보고 오른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그 길에서 처음 만나는 곳이 목포시사다.

노적봉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걷는다. 도심 가운데서 여유롭게 봄을 만끽한다. 굽이굽이 이어진 오래된 삶을 따라 간다. 흐린 하늘과 우뚝한 산이 함께 들어온다. 봄이면 벚꽃의 개화와 낙화로 꽃길이다. 숲길에 얽힌 갖가지 스토리도 흥미롭다. 역사와 문화가 곳곳에 숨어 있는 길이다. 우거진 숲에서 다양한 나무 감상도 좋다.

붉은 꽃 떨어진 동백 숲은 그중 으뜸이다. 유달산 한 모서리에 빨갛게 불을 지른다. 잘 가꿔진 길에 붉은 동백꽃이 지천이다. 새빨간 입술을 쭉 내밀고 환하게 웃는다. 온통 하얀 봄날을 빨간 색으로 수놓는다. 새붉은 동백과 순백의 벚꽃이 어울린다. 한 옆에서는 노란 수선화가 방긋 웃는다. 연록의 산과 들에 생명의 기운이 넘친다.

달성사

ⓒ 함우석주필
4월초 유달산 일주도로는 온통 하얗다. 벚꽃 군락이 바람결에 맞춰 큰 춤을 춘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잎들이 꽃비 같다. 하얀 꽃길과 파란 하늘이 잘도 어울린다. 영롱하고 경쾌한 숲 분위기가 이어진다. 등 떠미는 이 없는 숲에서 여유를 부린다. 비스듬히 비치는 태양광선이 따사롭다. 산새들 소리가 산꽃들의 군무를 돕는다.

만물 소생의 4월, 세상이 마법에 걸린다. 봄에는 벚꽃 여행인데 벚꽃이 지고 없다. 2주전 답사 때와 달리 하얀 팝콘이 없다. 대신 수선화가 사뿐히 지르밟고 나선다. 숲속의 무채색이 유채색으로 확 바뀐다. 분홍과 빨강, 노랑 등 온갖 색으로 물든다.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생동감이 넘친다. 봄이 수놓은 노란 수채화를 만나러 간다.

길은 달성사로 이어져 우물에 닿게 한다. 부정한 사람이 우물을 사용하면 안 된다. 우물물이 없어진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달성사 마당에선 목포 시내가 다 보인다. 달성사를 나와 유달산 철거민 탑을 본다. 억지로 꾸미고 치장하지 않아 수수하다. 탑 모양도 압도하거나 짓누르지 않는다. 얼마쯤인가 걸어가니 자생식물원이다.

철거민탑

ⓒ 함우석주필
식물원 앞쪽에 철거민 탑이 또 하나 있다. 유리온실 전시실과 야외전시장이 있다. 모두 4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똑바로 시야가 트이는 정자에 올라선다. 목포 시내와 삼학도 등이 어울려 보인다. 조각공원에서 다양한 조각들을 구경한다. 이등바위 아래 조각공원이 들어서 있다. 국내 최초 야외 조각공원으로 문 열었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들 작품이 많다. 천천히 둘러보며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야외음악당, 분수, 휴게소를 갖추고 있다. 조각 작품들이 희귀목들과 잘 어울린다. 찾는 이들의 쉼터로, 포토 명소로 인기다. 이등바위로 오르는 등산로도 연결된다. 호젓한 오솔길에서 돌담의 흔적을 본다. 수십 년 전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살던 터다.

봉후샘

ⓒ 함우석주필
가다 보면 북항 방향의 바다가 잘 보인다. 지금 북항 일대는 예전에 뒷개로 불렸다. 뒷개는 뒤에 있는 포구라는 뜻을 갖는다. 바다들 바라보며 걷다가 샘터를 만난다. 푯말에 봉후샘터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20~30년 전까지 사람이 살았던 곳이다. 빨래도 하고 물을 길어가기도 한 샘이다. 산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의 생명수였다.

걷는 중에 낙조대 정자가 보여 잠시 쉰다. 육지와 고하도를 잇는 대교를 바라본다. 바다에 떠 있는 풍경이 꽤나 이국적이다. 해 질 무렵이 되면 더 멋진 풍경일 것 같다. 서쪽으로 해 기울자 그림자가 길어진다. 꽤나 높은 아리랑고개를 천천히 넘는다. 고개를 넘으니 그 옛날 수원지가 나온다. 머잖아 길은 출발했던 곳으로 이어진다.

수원지폭포

ⓒ 함우석주필
유달산 둘레길 매력은 무엇보다 숲이다. 숲이 내뿜는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기암괴석과 다도해 절경 감상은 덤이다. 일주도로의 어느 곳에서나 접근이 쉽다. 누구나 안전하게 걸으면서 즐길 수 있다. 옛 수원지 이용 친수공간도 자랑거리다. 생태 연못과 암벽의 폭포는 환상적이다. 산객의 발길을 멈춰 세우기에 충분하다.

대부분 오래전부터 걷던 흙길 구간이다. 흙길이 심신을 편안하고 느긋하게 한다. 전체길이 6.3㎞로 걷는 데 부담이 없다. 2시간 30분 내외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걷기 좋은 오솔길 곳곳엔 볼거리가 많다. 다양한 문화유적과 경승지가 즐비하다. 눈앞으로 다도해 해상공원이 시원하다. 고하도와 목포대교 사이로 배가 지난다.

유달산을 한 번도 안 오른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한번만 오른 사람은 없다고 한다. 한 번 오르면 또 오르게 되는 매력이 있다. 보물찾기 놀이처럼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이야기가 있는 유달산 길은 꽤 재미있다. 하나하나가 담은 매력이 차고도 넘친다. 접근성 뛰어나 드는 길만 10여 곳이다. 걷는 멋과 맛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오포대 오포

ⓒ 함우석주필
유달산은 예나 지금이나 목포 상징이다. 시민들이 사랑하는 아주 고마운 산이다. 고도가 낮지만 기암괴석과 절벽이 많다. 고산준령 못지않은 신경관을 자랑한다. 유달산은 엄청나게 크거나 높지는 않다. 서남쪽으로 노령산맥 마지막 봉우리다. 잘 뻗어 내려서 다부지고 잘생긴 산이다. 여기까지 와서 육지가 다도해로 바뀐다.

둘레길을 마치면 정상에 올라가고 싶다. 정상과 이어지는 길은 여기저기 꽤 많다. 정상까지 멀지 않고 대개 안전한 길이다. 시간이 허락을 한다면 다녀오는 게 좋다. 정상은 일등바위라고 불리는 돌산이다. 정상 밑에는 이등바위, 삼등바위도 있다. 전설에 따르면 사자의 영혼이 옮겨간다. 극락과 용궁 등 지정받은 곳에서 머문다.

오포대에서 유달산 정상 쪽으로 올라간다. 오포대는 1909년 설치돼 정오를 알렸다. 오포가 터지면 점심식사를 했다고 한다. 지금은 유달산공원 전망대로 사용된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600m로 아주 짧다. 하늘 위론 정상 가는 케이블카가 지난다. 바윗길 시나브로 올라서면 일등바위다. 목포시내와 삼학도가 가깝게 다가온다.

산에 안겨 견뎌온 사람들의 삶이 빛난다. 식물들이 화사하게 꽃망울을 터트린다. 곳곳에서 형형색색 색깔 향연을 펼친다. 봄나들이 나선 이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클마 회원들이 마법 같은 순간에 맞춘다. 주변에 문화재와 전시관 등이 널려 있다. 작은 공원 등이 많아 둘러보기 그만이다. 목포의 영혼이 깃들어 한결 달리 보인다.

유달산 둘레길은 억지로 낸 길이 아니다. 예부터 자연스레 난 길을 정비한 길이다. 이런 저런 사람을 품어 훨씬 더 깊어진다. 유달산 둘레길에는 오늘도 사람이 많다.·봄날 마음 녹이며 여행하기 좋은 날이다. 연록 세상이 거룩한 순례처럼 다가온다. 매 순간 새로운 연두색의 그림을 그린다. 유달산 숲이 환상적인 색감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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