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4.03.21 17:18:06
  • 최종수정2024.03.21 17:18:06

편집자

봄은 장대하고 위대하게 빨리 다가온다. 남녘만이 아니라 청주 끝에도 찾아온다. 봄소식이 하루가 다르게 완연히 퍼진다. 내 맘의 봄도 저만큼 창밖 가까이 와 있다. 아침을 내달려 남원 교룡산에 다다른다. 볕이 따뜻하고 바람의 향기가 훈훈하다. 양지 바른 언덕 아래에선 새 쑥이 자란다. 길가 언덕엔 벌써 노란 볕이 건들거린다. 교룡산 생강나무에도 그새 꽃이 터진다. 기다림의 봄이 생명의 봄을 만들어낸다.
교룡산 둘레길에 가면 많은 사람을 만난다. 부부가, 친구가, 연인이 함께 걷기도 한다. 사는 시간 중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 같다. 클마회원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간다. 때론 침묵으로 자연과 원초교감을 한다. 무아의 경지에서 본래 나를 잊기도 한다. 무념무상으로 평온해진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금방 현실로 돌아 나와 웃곤 한다. 왕복 7km 거리 순환 코스가 참 여유롭다. 하늘을 여는 교룡의 여의주 꿈이 보인다.
[충북일보]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교룡산을 간다. 옷을 가볍게 챙겨 입고 남원으로 달린다. 교룡산이 멀리서도 한눈에 그대로 잡힌다. 곧 피어날 듯 꽃봉오리 두 개로 보인다. 터널 빠져나가니 두 봉우리가 우뚝하다. 밀덕봉과 복덕봉이 형제처럼 바로 선다. 때를 잘못 타고난 두 영웅호걸이 반긴다. 교룡이란 이름이 정말로 예사롭지 않다.

교룡산이 남원을 감싸며 시선을 붙든다. 산허리 낀 둘레길이 교룡산성을 감싼다. 임도로 이뤄진 길은 완만해 걷기 편하다. 남원시내와 인접해 시민들의 휴식처다. 임도를 따라 둘레길을 싸목싸목 걷는다. 노란 생강나무꽃이 먼저 나와 인사한다. 수채 물감을 뿌려놓은 듯 노랗게 물든다. 기려한 모습으로 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지역과 사람을 잇는 들녘 길을 따라 간다. 길가에서 수많은 풀꽃들이 웅성거린다.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사람 소통의 길이다. 지역과 사람을 이어주는 왕래의 길이다. 옛사람의 체취를 느끼는 역사의 길이다. 서로 다른 삶이 만들어 낸 문화의 길이다. 오순도순 걸어가는 사람 이야기 길이다. 울창한 소나무 사이를 느릿느릿 걷는다.

숲속의 산책길이 순간순간 새로워진다. 길은 구불구불 산허리 따라 돌아서간다. 산의 지형을 따라 곡선으로 쭉 이어진다. 주변은 숲으로 덮여 부드럽고 포근하다. 길이 완만해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걷다보면 마을 내려가는 쪽길도 만난다. 주변 과수원에서 새로운 생명이 움튼다. 감나무들이 곧 부름켜를 열 준비를 한다.

임도 북쪽 아래로 밭들이 넓게 자리한다. 산자락을 개간해 만들어낸 땀의 밭이다. 대부분 감나무가 식재돼 가을에 예쁘다. 숨이 좀 가쁘고 종아리 근육이 묵직하다. 걷는 강도에 맞게 깊은 호흡을 반복한다.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걷기 삼매에 든다. 임도 따라 걷는 길이 조금은 지루해진다. 이내 우회로가 나타나 산길로 안내한다.

산수유꽃과 생강나무꽃

숲의 속살에 봄 색이 더 진득이 묻어난다.·된 비알 오르노라면 허벅지가 묵직하다. 배낭 등에는 어느 결에 땀이 흥건해진다.·숲길을 걸어야 하는 까닭이 선명해진다.·골짜기의 풍경이 수고를 무색하게 한다. 산길의 끝은 다시 임도와 합을 맞춰 간다.·길이 다시 굴곡 없이 편안하게 이어진다.·소나무와 편백나무가 옆으로 도열한다.

중간 중간에 쉴 수 있는 사각정자가 있다. 둘레꾼들을 위한 전망대의 역할도 한다. 숲 사이로 가끔씩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다. 산과 들판을 담장과 마당삼은 풍경이다. 언제 봐도 포근하고 정겨운 마을들이다. 길은 지역과 지역을 잇는 소통 공간이다.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개울이 돼 흐른다. 마을과 들판을 적시며 풍요를 선물한다.

둘레길 걸으며 하는 임도 밖 감상도 좋다. 문덕봉과 고리봉이 능선을 이루며 간다. 아름다운 산을 만들어 감탄을 자아낸다. 산악인들에게는 인기 있는 등산코스다. 한참을 뻗다가 섬진강을 만나 내려간다. 아기자기한 들녘의 구획이 인상적이다. 둘레길이 잠시 대밭 사이를 지나간다. 대숲 속에서 청량한 기운이 전해져 온다.

교룡산둘레길 대나무숲

듣기 좋은 바람 소리가 귓가에 머무른다. 청대나무들이 집단으로 소리를 뿜는다.·지적 욕망까지 잠재우는 마법을 펼친다. 얼마 지나서 만난 사방댐은 반갑지 않다. 계곡 물길에 쌓은 석축이 아름답지 않다. 교룡산은 임진왜란과 동학의 역사터다. 작지만 유서 깊은 스토리를 담고 있다. 고불고불 고갯길 오르니 전망이 꽤 좋다.

숨결이 가쁘고 종아리 근육이 단단하다. 호흡을 크게 하니 마음이 좀 가벼워진다.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아스라이 보인다. 조그만 웅덩이에 비친 하늘색이 파랗다. 산하가 포개지고 펼쳐지며 길이 보인다. 나무들이 묵언수행을 마치고 꿈틀댄다. 수액을 끌어올리며 초록 삶을 준비한다. 좀 내려서니 풍악산 산줄기가 잘 보인다.

커다란 바위 위에 쌓은 돌탑들을 만난다. 작은 돌들을 쌓아놓은 정성이 수고롭다. 그 틈에 작은 소나무 한 그루가 늠름하다. 생명의 강함을 새삼 알려주는 풍경이다. 생존 불가능한 공간서 뿌리를 내려 산다. 곧게 솟은 적송들의 붉은 줄기가 힘차다. 길이 솔숲 사이를 S자로 굽이쳐 흐른다. 간벌로 적당한 여백이 아름다운 숲이다.

불규칙하고 역동적인 바람이 지나간다. 규칙적이고 부드러운 봄이 바람을 탄다. 마주선 풍경에서 벌써 푸르름을 읽는다. 교룡산 경색미가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맑은 바람 한 점이 봄을 가까이 부른다. 부풀어 오른 새 움과 자주 눈이 마주친다. 생명을 불어넣는 찬란한 시간에 머문다. 시간의 깊이와 아름다움이 잘 맞춰간다.

광한루원 능수버들

산은 어떤 생명체보다 더 정열을 지닌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갈아입곤 한다. 때론 민감하게 거창하게 몸을 드러낸다. 어떤 땐 생명의 실체를 섬세히 보여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그 때 그 때 특별하다. 의지와 정열로 시간 따라 계절을 만든다. 산정의 늠연한 풍채는 위대한 감동이다. 겨울이 지나니 어김없이 다시 봄이 온다.

교룡산의 봄볕이 개울물을 타고 흐른다. 물소리에 음향의 부드러움이 더해진다. 하늘도 산도 땅도 기지개를 켜고 반긴다. 시간마다 날마다 시나브로 봄이 스민다. 눈 녹은 자리에 새파란 쑥이 싹을 돋운다. 마른 나뭇가지도 잔뜩 부풀어 힘을 준다. 부풀어 오른 새 움과 자주 눈이 마주친다. 생명을 불어넣는 찬란한 시간에 머문다.

3월의 저무는 해가 능선 가까이 닿는다. 가까운 봉우리가 어둠 속으로 불려간다. 해가 산그리메 그리며 찬란하게 진다. 들판에 닿은 붉은 강이 노을 속에 흐른다. 사람도 자연도 초연하게 시간을 보낸다. 일상이 줬던 상처를 봄바람에 씻어낸다. 보드라운 흙길 따라 마음이 푹신해진다.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광한루 전경

<취재후기> 광한루원

남원은 춘향전의 배경이 된 고장이다. 여기저기서 모든 게 춘향을 상징한다. 판소리와 국악에도 춘향전이 자리한다. 광한루원조차 춘향의 무대 정도로 안다. 허나 이는 그저 전해지는 허구일 뿐이다. 광한루원은 조선시대의 관아원림이다. 춘향전의 무대이기보다 역사적 서사다. 조선시대 지방관아에서 지은 건축이다.

광한루원은 섬진강 지류 요천 옆에 있다. 지금은 제방이 높게 축조돼 단절돼 있다. 바로 옆에 도로가 넓게 개설돼 끊어졌다. 예전에는 천변 숲이 무성하게 조성됐다. 숲과 연결돼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했다. 1983년 '사적 제303호'로 지정됐다. 2008년에 명승 제33호로 재분류됐다. 고정원 원림 옛길 등의 가치가 뛰어나다.

광한루원은 국내 관아원림을 대표한다. 고정원 조경사서 아주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광한루의 고정원이 매우 아름답다. 누각과 함께 조성된 특별관아원림이다. 늘 2층 누각인 광한루를 중심으로 한다. 양 옆으로 완월정, 영주각, 방장정이 있다. 삼신산과 연못, 오작교가 자리를 잡는다. 춘향전과 관련된 춘향관, 월매집도 있다.

광한루원은 정유재란 때 누각이 소실됐다. 1639년 남원부사 신감에 의해 복원됐다. 이후 지금까지 수차례의 중수가 이뤄졌다. 공간의 구성이 바뀌고 시설까지 추가됐다. 젤 큰 변화는 춘향전에 의한 상징성이다. 춘향전 관련 춘향사는 1931년 지어졌다. 현재 '만고열녀춘향사' 현판이 걸려 있다. 김은호 작의 춘향의 영정이 봉안돼 있다.

광한루원의 젤 중요한 가치는 원림이다. 조선시대의 관아원림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누원을 찾는 상당수가 잘 모른다. 조선시대 대표 고정원이라는 걸 모른다. 그저 춘향전의 무대로만 기억하고 있다. 관아원림 특성이 잘 드러나게 해야 한다. 누원에 원림시설이 잘 자리 잡아야 한다. 누원의 올바른 정체성 전달이 중요하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新기업가 정신 확산… 미래 나아가는 기회의 창 열 것"

[충북일보] 차태환(61·㈜아이앤에스 대표이사) 25대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은 14일 "청주상공회의소가 기업의 손과 발이 되어 함께 뛰어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차 회장은 이날 오전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 직지홀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역경제와 회원사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여기고 최선을 다해 회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차 회장은 더 큰 충북 경제 도약을 위한 노력을 다짐하며 "ESG경영 확산에 따라, 기업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창출이 점점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신(新)기업가 정신 확산을 제시했다. 차 회장은 "지금껏 기업의 역할로 인식되어 온 이윤과 일자리 창출, 세금 납부를 통한 국민경제 기여 등을 넘어 기후변화, 저출산·고령화, 디지털전환 등 새롭게 발생하는 사회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기업이 가진 혁신역량과 기술, 자본, 아이디어를 활용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실행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구성원들과 호흡하면서 함께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