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충북일보 클린마운틴 특별기획 - '진주해와 우유해, 오색해가 그곳에'

미치도록 아름다운 야딩 샹그릴라

  • 웹출고시간2018.07.15 15:53:59
  • 최종수정2018.07.15 15:54:53

꼭꼭 숨은 지상 최후 풍경을 만난다. 빙하 서린 백옥 같은 산을 바라본다. 고원 위로 오색해 풍경이 평화롭다. 설산 넘은 구름떼가 호수에 닿는다. 손끝에 오감을 담아 생명을 챙긴다. 하얀 찬바람이 새로운 꿈을 부른다. 낯설도록 순수한 땅을 지르밟는다. 룽다와 타르초가 그 소식을 알린다.

ⓒ 민현기 원장
[충북일보] 진작 와야 했는데, 좀 늦었다. 이제라도 찾을 수 있게 돼 다행이다.

6월25일 오전 9시 다오청에서 야딩으로 서둘러 이동한다. 얼마 가지 않아 보와산(4513m) 중턱을 지난다. 하늘 풍경이 기막히게 맑고 푸르다. 그런데 머리가 자꾸 아프고 졸리다. 고산이 주는 아름다운 고통이다.

산길 곳곳에 약초꾼으로 보이는 티베트 여성들이 보인다. 손을 흔들어 보인다. 버스가 공가사 옆을 무심코 그냥 지나친다. 마니차와 벌통(양봉)이 함께 보인다. 절집에 잘 어울리는 풍경은 아니다. 그래도 정겹고 좋다.

시앤나이르선산(6032m)이 멀리 보인다. 샹그릴라 진에 도착한다. 서둘러 야딩 풍경구로 가는 셔틀버스 주차장으로 향한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굽이를 돌기 시작한다. 야딩촌의 풍경이 보인다. 상상한 것과 너무 다르다.

호텔타운이 예쁘지 않다. 마음이 좀 상한다. 이상향의 샹그릴라를 찾아 더 깊숙이 간다. 오후 2시30분 충고사를 찾는다. 지장보살께 가정의 만복과 한반도 평화를 기도한다. 법당에서 나와 편안한 데크길을 따른다.

가던 길을 멈추고 마니석에 돌 하나를 얻는다. 데크길을 따라 한 시간 정도 묵묵히 걷는다. 진주해가 보인다. 고원의 경이로움과 만나는 순간이다. 해발 4000m 위 호수색이 곱다. 히말라야 산군에서 만난 물색보다 곱게 다가온다.

에델바이스

ⓒ 함우석 주필
호수가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설산의 빙하 녹은 물이 공기와 만난다. 화학 반응을 일으켜 색을 만든다. 진한 옥빛과 쪽빛이 교직한다. 물빛이 매혹적이다. 잔잔한 호수에 설산 봉우리가 비친다. 몽환적인 분위기다.

좀 더 걸으니 심장이 급하게 펌프질을 한다. 핑계 삼아 눈 돌리고 쉴 자리를 찾는다. 곳곳이 사진 촬영의 진미를 선물한다. 푸른 빛 고원으로 초대다. 보라색 들쭉꽃 무리가 줄을 선다. 하얀 두견꽃 풍경이 성스럽다. 한민족의 정서를 자극한다.

진귀한 야생화가 호수 경계를 넘어 지천이다. 잠시 고요함에 빠져든다. 더 깊숙이 들어간다. 여기서도 룽다와 타르초가 바람에 나부낀다. 작은 관목들과 어우러져 신들의 경계를 만든다. 시앤나이르선산이 웅고하게 찬란하다.

푸른 호수가 차분하게 펼쳐진다. 진주해의 깊은 색깔이 아름답다. 일행들의 유쾌한 수다가 파문을 일으킨다. 바람과 꽃, 해, 구름이 조화를 부린다. 풍화일운(風花日雲)이 만든 세상이다. 길옆은 온통 크레파스다. 고원의 호수 풍경에 황홀해 진다.

호수 뒤편 만년설산의 배경이 깊이를 더한다. 산객의 마음이 겸손해진다. 고개를 돌리니 하얀 빙하가 보인다. 새파란 하늘에 하얀 눈이 신비롭다. 눈 색깔이 푸르게 빛난다. 운무가 다가와 종종 선계를 만든다. 샹그릴라다.

설산은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킨다. 진주해가 그 힘으로 순간순간 변화를 가꾸며 산다. 새롭게 물결을 치며 모습을 바꾼다. 새로운 물결이 새 자리를 차지한다. 안주 아닌 도전을 항상 가르친다. 우리 곁에서 끝없이 교훈을 준다.

힘찬 계곡물 소리에 잠시 허리통증을 잊는다. 셔틀버스 주차장 2km를 앞두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오후 5시20분 진주해 트레킹을 마무리 한다. 호수 풍경과 설산이 주는 감동이 아스라이 지나간다. 풍경 감상의 후유증을 즐긴다.

충고사 전경.

ⓒ 함우석 주필
차량이동 중 멀미와 고소증세가 반복된다. 4000m로 이어지는 고산지대의 구절양장을 지난다. 고소와 멀미는 이미 일상이 됐다. 일행들도 다르지 않다. 그래도 고산에서 겪는 색다른 경험으로 받아들이며 즐거워한다.

야딩은 중국의 알프스로 불린다. 수려한 고산 풍광이 때 묻지 않은 유럽 풍경이다. 트레커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자자하다. 대개 야딩으로 가기 위해 다오청에서 1박을 한다. 다오청은 티베트어로 '넓은 산골짜기'란 뜻이다.

26일 오전 5시 요목조목 챙겨 부랴부랴 떠난다. 머리가 띵띵하다. 전날 마신 58도 백주의 영향이다. 셔틀버스 주차장으로 다시 온다. 전날 봤던 야딩촌 전망대에서 다시 내린다. 운무가 짙게 내려 풍경을 볼 수 없다.

오전 9시10분 충고사에 다시 도착한다. 어제 걸었던 진주해 길을 버리고 낙융목장(4100m)까지 이어간다. 옛 티베인들이 야크와 말을 방목하던 목초지다. 저 멀리 5000m급 고산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양마이융설산이 문수보살로 현신한다.

합장을 하고 낙융목장을 지난다. 길은 하나다. 쭉 따라 올라간다. 우유해와 오색해를 향해 발을 내딛는다. 마지막 3단계 여정이다. 일단 해발 4600m 진주해. 까지 고도를 500m나 올려야 한다. 거리는 5km로 별로 멀지 않다. 하지만 가파른 산악길이다.

우유해·오색해 트레킹은 왕복 7시간가량 걸린다. 힘들면 말을 타고 오를 수도 있다. 마부와 말들이 중간 중간에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일행 중 단 한명도 말을 타지 않는다. 마부들의 벌이에 조금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낙융목장을 지난다. 한동안은 길이 넓고 편안하다. 평평하게 다져진 자갈길이다. 한 시간쯤 지나면서 폭 좁은 돌계단길이 이어진다. 경사도 가팔라진다. 호흡도 빨라진다.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온몸이 힘들다.

오색해 아래 타르초.

ⓒ 함우석 주필
헐떡이는 숨은 100m 전진을 어렵게 한다. 불현 듯 찾아온 통증엔 진통제도 무용지물이다. 고산의 고통이 온몸에 퍼진다. 가다 서다를 수십 차례 반복한다. 길게 이어진 나무계단이 주는 고통이다. 고산이 주는 작용과 반작용이다.

고된 오름길이 계속된다. 잠시 평탄한 길을 걷는다. 동충하초 파는 티베트 여인들이 웃는다. 그 옆엔 염주 파는 남자들이 낄낄 댄다. 거대한 암벽 밑에 수백 장의 깃발들이 만국기처럼 휘날린다. 왠지 가까이 다다른 느낌이 든다.

완만한 길로 한참을 간다. 가파른 초원에서 두 번째 타르초를 만난다. 마지막 평지길을 조심조심 천천히 걷는다. 마침내 오묘한 빛깔과 마주한다. 오후 1시 우유해(4600m)에 도착한다. 옥빛 호수가 하얗게 물살을 친다.

물컹한 이끼류가 발끝을 자극한다. 조심조심 호숫가에 닿는다. 키 작은 관목들만 웅성댄다. 낯설도록 순수한 땅이다. 갑자기 비가 내린다. 기온이 떨어진다. 주섬주섬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옷을 입는 사이 찬바람이 분다.

찬바람이 내 꿈도 새로운 꿈으로 바꾼다. 물과 바람이 키 작은 관목 숲을 가득 채운다. 구름 덩어리가 작은 원시림에 닿는다. 생명의 오감으로 자연을 즐긴다. 우유해 풍경이 절대 구현하기 힘든 한 폭의 그림으로 변한다.

다시 한 번 자연이 만든 힘에 경배한다. 날카로운 칼로 깊게 그어놓은 바위틈을 본다. 그 사이로 계곡이 깊고 가파르다. 수천 년 세월의 물이 말없이 흐른다. 밤에도 쉬지 않고 흐른다. 빙하가 서린 백옥 같은 산이다.

흐르는 세월을 잴 눈금은 없다. 숨의 고통이 아름다움이 된다. 순식간의 호흡이 고맙고 또 고맙다. 다시 날이 갠다. 구름이 물러간다. 우유해를 본다. 설산 아래서 꾼 한낮의 꿈같다. 위대한 설산에 겸허히 기도한다.

감정의 이입으로 산신께 경배한다. 두 손 모아 간절히 원한다. 3대 신산에 자연의 형제임을 고한다. 여기까지 온 내게 스스로 감사한다. 잠시만이라도 함께 해준 무한함에 감사한다. 호숫가에 앉아 잠깐의 명상을 즐긴다.

낙융목장에서 풀 뜯는 말떼들.

ⓒ 함우석 주필
다시 몸을 추스르고 일어선다. 설산허리에서 빙하 녹은 물과 부서진 토석이 흘러내린다. 저 멀리서 일행 두 명이 기다려준다. 고군분투하는 내게 용기를 준 사람들이다. 가까이 다가가니 사진도 찍어준다. 오색해에 닿기 전 오색 감정이 분출한다.

마지막으로 안간힘을 쓴다. 100m 고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한 발 한 발에 최선을 다한다. 해발 4700m, 정말 쉽지 않다. 최고의 난이도다. 오후 1시45분 산중 최고 높이의 호수에 닿는다. 만년설산과 제대로 어울린다.

오색해가 몰래 숨겨둔 것처럼 나지막하고 고요하다. 다행히 날씨가 맑다. 물색도 좋다. 해가 비추는 방향에 따라 물색이 달라진다. 빛의 굴절에 따라 다섯 가지로 변한다. 물론 내 눈엔 짙은 쪽빛의 물만 보인다.

고승의 마음을 닮지 못한다. 설산과 호수를 번갈아 바라본다. 시앤나이르산 뒤태 감상을 즐긴다. 한참 후 일어나 내려간다. 내려오는 길에 탁수와 탁족을 즐긴다. 빙천수가 주는 깨질 듯한 시원함과 청량함을 느낀다. 오를 때 누리지 못한 행복이다.

낙융목장이 가까워진다. 3개의 설산 뒤에 걸린 구름이 신비하다. 땅에는 빙하와 숲, 호수와 초원이 있다. 초원에는 소와 말, 양들이 떼 지어 다닌다. 꽃과 벌이 날아든다. 세상과 동떨어진 여유가 넘친다. 풍경이 아름답고 고요하다.

내 마음의 해와 달이다. 마침내 찾은 샹그릴라다.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묘사된 풍경과 정말 흡사하다. 대자연의 경이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다시 끊어질 듯 허리통증이 올라온다. 그런데 왠지 입가에 웃음이 돈다.

흐믓하다. 시간과 공간이 행복으로 묶여 멈춘다. <계속>

/ 글·사진=함우석 주필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