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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클린마운틴 특별기획 - '내 마음의 해와 달, 샹그릴라를 찾아서'

  • 웹출고시간2018.07.08 16:19:53
  • 최종수정2018.08.06 16:58:07

간간히 빗방울을 쏟던 하늘이 간신히 갠다. 쓰꾸냥산(四姑娘山)이 수줍게 얼굴을 내민다. 신성의 네 봉우리가 함께 고개를 든다. 동방의 알프스답게 고고하게 웅장하고 아름답다. 티베트인들의 마음에 영원히 성스러운 신산으로 빛난다.

ⓒ 함우석 주필

프롤로그 - 길 위의 여행, 샹그릴라는 어디에

여행이든, 산행이든 타이밍과 용기는 아주 중요하다. 시간과 돈이란 필요조건에 덧대져 시너지를 내게 한다.

충북일보 클린마운틴이 옛 티베트 땅에서 '샹그릴라' 찾기에 나섰다. 2018년 6월22일부터 7월1일까지 중국 스촨성과 윈난성 동티베트 지역의 산과 들, 길에서 이어졌다. 만년설산과 초원, 빙하호까지 숨 막히게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났다. 영혼의 땅에서 어떻게 마음이 맑아지고 자유로워지는지 알게 됐다. '내 마음의 해와 달=명경지수(明鏡止水)'임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일융 가는 길에 핀 야생화.

ⓒ 함우석 주필
세상의 바람이 모이는 곳으로 간다. 바람의 말을 따라 어딘가에 남아 있을 샹그릴라를 찾아 나선다.

6월22일 오후 8시 인천공항을 떠난다. 밤 11시 중국 스촨성 청두(成都)에 닿는다. 아열대 기후 특유의 후끈한 열기가 밀려든다. 다음 날 일찍 일륭으로 이동한다. 동티베트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다.

청두를 출발한 지 1시간30분을 지난다. 고산지대라 그런지 날씨 변화가 심하다. 제법 긴 터널을 통과한다. 눈앞으로 웅장한 산군이 등장한다. 쓰꾸냥산(四姑娘山·해발 6250m)이다. 도로가 세 갈래로 갈라진다. 차마고도 옛길을 확장·포장을 한 길이다.

저 멀리 산허리로 아슬아슬한 옛길도 보인다. 산 아래로 푸른 강물이 여유롭게 흐른다. 높은 산자락에 구름이 걸린다. 파란 하늘과 어울려 예쁜 그림을 그린다. 쓰꾸냥산이 고개를 내민다. 빙하 녹은 옥빛 물이 거칠게 흘러내린다.

풍경이 새롭게 바뀐다. 지난 2008년 스촨성을 뒤흔든 지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산사태 흔적도 여러 곳에 있다. 지진으로 파괴된 팬더 자생지가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적응과 변신으로 존재 가치를 끝없이 드러낸다.

굽이굽이 다시 돌아간다. 원시림 계곡에서 웅장한 물소리가 들린다. 바로 내려 손을 담그고 싶다. 하지만 버스는 구불구불한 길로 직진이다. 구름 속을 몇 번인가 들어갔다 나온다. 머리가 띵하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다.

좀 너른 공터에 버스가 멈춰 선다. 야생화 촬영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일행도 꽃 촬영에 빠진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며 꽃에게 인사한다. 꽃이 화답한다. "고맙습니다." 존재의 함량을 뛰어넘는 이해를 보여준다.

야안(雅安)을 지난 것 같다. 날씨가 다시 변덕을 부린다. 화창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빗방울이 쏟아진다. 꽃 촬영을 하던 일행이 급하게 버스에 올라탄다. 버스가 파랑산 터널로 향한다. 총길이가 8km에 달하는 긴 터널이다. 30분을 족히 넘겨 지나간다.

쌍교구 풍경구 쓰구라초 호수의 반영(反影).

ⓒ 함우석 주필
마침내 터널을 지나니 일륭이다. 조금 더 내려오니 쓰꾸냥산 전망대다. 쓰꾸냥을 보기 위해 찾은 관광객들이 많다. 우리 일행도 그 틈에 끼어 쓰꾸냥을 찾는다. 하지만 예쁜 아가씨는 구름 속에 숨어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버스가 한동안 산 아래로 향한다. 풍경은 어느새 온화하게 변한다. 눈앞의 능선길이 편해 보인다. 파란 능선 위로 하얀 티베트 전통 가옥이 점점이 늘어선다. 하얗고 파란 수채화가 아름답다. 슬쩍 제주의 오름을 떠올린다.

낮 12시40분 일륭마을 도로변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가지볶음과 오이볶음, 부추돼지복음 등이 맛나다. 고소증세를 걱정해 양껏 먹는다. 상추에 싸 먹은 매콤한 양념돼지고기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생각난다.

오후 2시 쌍교구 풍경구 트레킹을 시작한다. 셔틀버스로 30분가량 이동한다. 해발 3850m의 홍삼림에 도착한다. 가파른 협곡의 거센 물결이 굽이친다. 협곡 위로 거대한 암봉의 행렬이 이어진다. 간간히 빙하 덩어리도 보인다.

구름에 갇힌 쓰꾸냥산 등 설산 행렬이 파노라마다. 구름 속에 감춘 얼굴로 영험한 신령성을 웅변한다. 4개의 봉우리가 좌우로 3~5km 병풍을 친다. 만년설을 이고 산줄기 아래로 쌍교구 계곡을 만든다.

계곡 밑으론 만년설이 녹아 천(川)으로 흐른다. 데크로 만들어진 길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 정갈한 데크를 따라 하는 풍경감상도 좋다. 쓰구라초 호수에서 반영(反影)은 일품이다. 호수에 비친 산 그림자는 그대로 데칼코마니다.

포탈라봉 전망대의 초르텐과 타르초.

ⓒ 함우석 주필
3시간가량 풍경을 즐기며 가볍게 쌍교구 트레킹을 마친다. 내려오는 길에 다시 비가 내린다. 포탈라봉 전망대의 초르텐과 타르초를 찾는다. 행복이 드넓은 하늘 밑에서 춤을 춘다. 인생의 어느 계절에 새로운 즐거움을 만끽한다.

오후 6시 다시 단빠로 향한다. 오후 8시30분 무사히 단빠에 다다른다. 강변 가파른 산기슭 숲속에 자리 잡은 풍경이 엽서 속 그림 같다. 마을 한 옆으로 유량이 많고 유속이 빠른 큰 강이 흐른다.

6월24일 아침 부랴부랴 짐을 꾸린다. 전날 약간의 고소증세로 저녁을 굶어 배가 고프다.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한다. 오전 7시30분 야라쉐산의 배경이 되는 타공초원으로 간다. 타공스(탑공사·사카파 사원)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버스가 굽이치는 계곡을 따라 출렁거린다. 좁은 길에서 화물차를 자주 만나 정체가 심하다. 추월경쟁은 목숨을 건 아찔함이다. 차가 머무는 사이 티베트 불교를 생각한다. 룽다와 타르초, 초르텐, 마니차의 의미를 따져본다.

계곡 중간에서 하얀 폭포가 쏟아진다. 계곡에 닿자마자 길게 이어진다. 마침내 미인곡을 통과한다. 빼어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운무와 높은 산세가 절경이다. 계곡 옆으로 노란 유채꽃이 한창이다.

도로변 곳곳에 홍석(紅石) 더미가 눈에 띈다. 차창 밖으로 야라쉐산이 보인다. 초지로 이뤄진 산 풍경이 한동안 이어진다. 야크 떼가 유유자적 풀을 뜯는다. 야크와 함께 잠을 자는 꿈을 꾼다. 길을 잃지 않는 별의 지혜를 떠올린다.

초원길이 굽이굽이 돌고 돌아간다. 점차 선계로 드는 느낌이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아름답다. 장엄한 야라쉐산 앞쪽에 노란 물결의 초원이 펼쳐진다. 평화롭게 풀을 뜯는 야크의 모습이 경이롭고 아름답다.

옴마니반메훔이 새겨진 마니석.

ⓒ 함우석 주필
7대 달라이라마가 태어난 마을이 보인다. 혜원사도 보인다. 초원의 평균해발이 3700m다. 마침내 타공초원이다. '타공'은 '보살이 좋아하는 땅'이란 뜻이다. 다시 신성한 곳을 향한 모험을 꿈꾼다.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갈까 생각한다.

고원의 산군 어울림이 중후하다. 우뚝 솟은 하얀 설산이 야라쉐산이다. 하늘은 온통 구름 세상이다. 야생화 초원과 야라쉐산 풍경을 한없이 즐긴다. 한 폭의 그림 속에 빠져 노는 아이가 된다. 이승에 남은 마지막 샹그릴라를 보는 것 같다.

낮 12시30분 타공스에 도착한다. 문성공주가 가져온 석가모니 12세 등신상이 모셔져 있다. 가족과 친구들, 회사를 위해 발원하며 절을 한다. 마니차를 돌린다.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옴마니반메훔을 왼다.

시주하는 티베트인들을 본다. 그들의 간절함까지 엿본다. 산등성이마다 있는 룽다와 타르초를 다시 본다. 단순한 종교적 의미만은 아닌 것 같다. 그 자체가 곧 그들의 생활임을 알게 된다. 저 멀리 야라쉐산의 모습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쌍교구 풍경구 입구에서 함께한 일행들과 단체 사진.

ⓒ 함우석 주필
또 다시 4000m 높이의 터널을 지난다. 터널을 나오자 길 양옆으로 침엽수가 도열한다. 한동안 길게 이어져 장관이다. 오후 3시 야강을 지나 천장동로(318국도)에 진입한다. 고지대 초지 와 민둥산 풍경이 볼만하다.

그림 같은 야생화 들판이 나타난다. 똑같은 꽃 같지만 다르다. 꽃대, 꽃잎, 꽃빛, 꽃색에서 조금씩 다른 특징을 보인다. 이번엔 내가 꽃에게 절하고 말한다. "고마워요." 꽃이 화답한다. "따시델레." 티베트 말로 행운과 행복을 빌어준다.

구름이 산을 가리고 초원에선 목가가 울려 퍼진다. 구름과 하늘의 조화가 어느 곳에서나 아름답다. 사방으로 둥근 선이 하늘과 맞닿는다. 멀리서 카즈라산이 손짓한다. 아쉬움을 뒤고 하고 파랗고 노란 고원을 떠난다.

다오청으로 길을 잡는다. 스촨성의 마지막 샹그릴라를 찾아 간다. 4000m 고지대의 넓은 초지에 놀랄 뿐이다. 광활한 초지에서 풀 뜯는 야크 떼 풍경이 목가적이다. 넓고 넓은 초원에 드니 내 눈까지 초록이 된다.

밤 9시30분 다오청에 닿는다. 14시간의 지독한 버스여행이 끝나는 순간이다. 지나온 시간을 뒤돌아본다. 저물어가는 시간 아름다움을 떠올린다. 여름 한 밤 모든 게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똑같은 것의 똑같지 않음을 깨닫는다.

영원한 스승, 린포체와 라마가 걸어 들어온다. 거기 오래된 길로 맑은 영혼이 돌아온다. 샹그릴라가 보인다. 옴마니반메훔을 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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