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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클린마운틴 특별기획 - 신들의 언덕 차마고도를 걷다

호랑이가 넘나든 협곡, 호도협(虎跳峽)

  • 웹출고시간2018.07.22 16:37:06
  • 최종수정2018.07.22 17:24:09

멀리서도 황토색 진사(금사)강이 거대하게 흐른다. 굽이쳐 거슬러 쏟아내는 물소리가 웅장하다. 무섭게 요동치며 물을 뿌려 가까이 오는 걸 막는다. 지금도 매일 가까이 오지 말라며 메아리를 친다. 강물의 요동이 마치 신들에게 가려는 몸짓 같다. 옥빛으로 바뀌게 될 겨울 진사(금사)강 모습을 보고 싶다.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6월28일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다. 하늘에 난 길, 신들의 언덕 차마고도(茶馬高道)를 찾아가기 위해서다.

윈난으로 가기 위해 오전 7시30분 호텔을 나선다. 이름 모를 초지가 아주 넓게 펼쳐진다. 야크떼와 야생화 풍경에 다시 빠진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낀다. 버스에서 내려 몇 걸음을 뗀다. 숨이 가쁘다. 고도계를 확인한다. 해발 4460m다.

오전 10시20분 마침내 스촨성과 운남성의 경계에 선다. 호도협 트레킹을 위한 전진 기지에 들어선 셈이다. 하늘에 걸린 스카이라인이 기막히다. 산을 넘는 구비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리움도 함께 굽이굽이 길을 만든다.

오전 11시 라누향 마을을 지난다. 호두나무 풍경이 인상적이다. 마을을 빠져나오자 옥수수밭과 포도밭이 이어진다. 아찔아찔한 산 중턱까지 힘들게 간다. 옛 마방들이 다니던 차마고도 느낌을 준다. 하늘과 땅의 경계를 허무는 공간이다.

신들의 초대에 기꺼이 응한다. 하지만 그게 곧 불행이라는 걸 깨닫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순간 모든 게 무너져 내린다. 해발 3400m에서 원점회귀다. 후회해야 소용없다. 잠시 옛길의 정취를 즐긴 것에 만족한다.

호도협 차마고도 굽이길

ⓒ 함우석 주필
방향을 잡아 다시 되돌아간다. 캐년 급의 계곡이 뿌연 물을 품고 흐른다. 샹그릴라 협곡이다. 동왕향이란 작은 마을에서 쌀국수로 늦은 점심을 한다. 국수 맛을 떠올리며 마을을 떠난다. 주인장 여자의 소박한 웃음이 오버랩 된다.

진사(금사)강이 협곡 곳곳에서 와류현상을 만든다. 호도협에 다다르기 전 성난 물살을 이어간다. 무섭게 억세게 도도하게 흐른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고 달린다. 길이 진사(금사)강과 헤어지면서 물살도 순해진다.

마침내 윈난성에 진입한다. 주변 색이 온통 파랗게 바뀐다. 샹그릴라시에 가까워진 증거다. 고개를 넘자 유채꽃이 만발하고 말들이 여유롭다. 협곡 세상과 다른 세상이다. 느낌만으로 샹그릴라 이름이 붙은 까닭을 알 것 같다.

오후 5시50분 눈 아래로 펼쳐진 파란 호수를 본다. 나시해다. 호수 주변에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다. 녹색의 초지가 호수를 길게 둘러싼다. 꽃과 풀, 구름이 만드는 호수다. 넓은 초원에 파랗게 도시가 펼쳐진다.

조심조심 풀밭에 눕는다. 산으로 시작해 산으로 끝나는 길 위의 여행이다.

나시객잔 옥수수

ⓒ 함우석 주필
6월29일 오전 8시40분 호텔을 출발한다.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채운다. 느낌이 살아나도록 오감을 독려한다.

한 시간도 채 가지 못한다. 일행들의 꽃 촬영 요구가 극성이다. 만발한 노란 유채꽃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욕구다. 나머지 일행은 10원의 행복에 들뜬다. 휴게소에서 산 10원짜리 대추 한 봉지가 주는 즐거움이다.

오전 11시 호도협 입구 마을 차우토우에 도착한다. 각종 공사로 어수선하다. 일부 구간이 폐쇄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결국 빵차로 불리는 작은 차를 타고 이동한다. 나시객잔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가지나물과 오이무침의 맛이 일품이다.

오후 1시10분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호도협 트레킹에 나선다. 험난한 여정이 주는 진한 행복을 가슴에 담는다. 묘한 떨림을 안고 길을 나선다. 말을 타게 하려는 마주들의 유혹이 심하다. 오르막이 시작되는 28밴드 초입에선 노골적이다.

허리통증이 심했던 내겐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단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는다. 차라리 여유 있게 놀며 쉬며를 선택한다. 시선이 멈추는 곳에서 잠시 다리쉼을 한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기꺼이 받으며 통증을 즐긴다.

시원한 바람이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발아래로 밧줄 같이 긴 황토색 길이 보인다. 유유히 흐르는 진사(금사)강의 물길이다. 갑자기 발파 굉음이 들린다. 기막힌 풍광 속에 전해진 기괴한 소리다. 숨 막힐 듯 적막한 세계를 뒤흔든 소리다.

물론 이 소리로 주변 풍경이 바뀌지는 않는다. 활짝 핀 칡꽃과 공조팝도 그대로다. 다른 꽃도 마찬가지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다만 너무 빠른 생태파괴가 걱정될 뿐이다. 느린 걸음을 계속 옮긴다. 첫 쉼터에 다다른다.

더 이상 가고 싶지 않다. 그대로 앉아 이대로 지금의 평화를 즐기고 싶다. 그러나 다시 일어선다. 낙석 뷰포인트서 사진을 찍고 돌아선다. 대나무가 많은 숲길을 지난다. 호젓함이 주는 자유로움을 홀로 즐긴다. 말똥냄새마저 상큼하다.

관음폭포

ⓒ 함우석 주필
조금 더 길을 이어간다. 전신주 앞 뷰포인트에 선다. 험하고 미끄러운 길이 이어진다. 감탄은 어느새 사라지고 탄식과 한숨만 나온다. 구름과 구름 사이로 햇빛이 든다. 구름 두른 위룽쉐산(옥룡설산)을 바라본다. 아찔한 절벽을 조심조심 걸어간다.

돌길을 지나니 장엄한 풍경을 만난다. 표현하기 힘든 쾌감이 밀려든다. 거대한 암벽 길을 에둘러 간다. 오르막 구간이 스물여덟 번 굽이친다. 마침내 오르막의 끝 지점에 선다. 위룽쉐산(옥룡설산)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금사물길이 천하절경으로 흐른다. 거센 물소리가 산정까지 들린다. 마음을 훔치는 장관이다. 호도협이 진사(금사)강을 품고 굽이친다. 웅고한 협곡을 타고 바람이 웅장하게 분다. 한동안 편안한 산길이 계속된다.

호도협이 사람의 길로 계속 살아남는다. 구불구불한 길 끝에서 시원한 물소리가 들린다. 탁족과 탁수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마음이 편해진다. 다랑이밭이 보이고 굽이길이 아름답다. 라일락꽃 향기가 코로 스민다. 매미소리가 들린다.

천혜의 산악마을에 있는 차마객잔에 닿는다. 옥상에서 시원한 맥주 맛을 잊을 수 없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오후 4시 차마객잔을 떠난다. 곱고 화사한 두견베리아와 이별이다. 오후 6시 중도객잔에 도착한다.

중호도협

ⓒ 함우석 주필
눈앞에 펼쳐진 위룽쉐산(옥룡설산)을 바라본다. 하얀 바위산에 구름이 걸친다. 구름에 머리를 감춘 설산이다. 중도에서 여유 즐기기를 계속한다. 작은 음악회가 이어진다. 별 기다리기 하던 중 비가 내린다.

잠을 청한다. 스르륵 꿀잠에 빠져버린다. 꿈속에서도 나름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각자 속도는 다르지만 같은 방향으로 간다. 조금 더 느긋하게 걷는다. 빨리 벗어나고 싶던 길이 행복이다.

6월30일, 닭 울음소리에 놀라 아침을 맞는다. 아침 운무가 길게 산을 뒤덮는다. 한 무리가 뒤따라 나서며 쫓아간다. 다른 무리가 마방들의 한숨에 놀라 움찔한다. 중도객잔에서 이른 아침을 한 없이 즐긴다.

아침 일찍 산행에 나선 일행을 부러워할 겨를이 없다. 오롯이 맞은 혼자만의 시간에 고마울 뿐이다. 협곡을 흐르는 진사(금사)강 물소리가 웅장하다. 거친 숨 몰아쉬는 마방들의 노랫소리가 저 멀리 들리는 듯하다.

중도객잔의 아침은 매력적이다. 창문 너머로 펼쳐진 위룽쉐산(옥룡설산)의 풍경은 압도적이다. 갓 세수한 거봉들의 전경 또한 특별하다. 한참동안 거봉들의 골계미를 마음껏 감상한다. 호도협 차마고도 위에 머문 산객들만의 특권이다.

거대한 설산 두 개가 양옆으로 선다. 양날로 우뚝 호위하며 협곡을 지킨다. 그 아래 산을 타고 펼쳐진 다랑이 밭이 파랗다. 밭 사이로 갈지자의 길이 뚜렷하다. 집과 집, 마을과 마을을 잇는다. 이곳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알린다.

중호도협

ⓒ 함우석 주필
굽이치는 진사(금사)강의 물결이 역동적이다. 깊고 장엄한 풍경을 이어 선물한다. 위룽쉐산(옥룡설산)이 구름에 맞서 일어선다. 구름 사이로 거봉 하나가 우뚝 선다. 호도협이 구름 뚫은 용기에 답하듯 흐른다. 기다린 듯 구름을 제치고 내달린다.

오전 9시10분 중도객잔을 나선다. 얼마 가지 않아 매력적인 절벽 길을 돌아간다. 아찔아찔하다. 긴장을 높이니 허리통증도 고조된다. 한 시간 뒤 수직의 관음폭포와 마주한다. 거대한 물줄기가 500m에 달한다. 하바쉐산(하파설산) 빙천수다.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다. 청량함 그 자체를 즐긴다. 손도 씻고 발도 씻는다. 깎아지른 절벽 길에서 만난 시원한 물줄기를 온몸으로 느낀다. 호도협 트레킹에서 맛보는 특별한 선물이다. 멋스러운 산세를 만드는 큰 재료다.

오전 10시35분 호도협 마지막 조망처에 도착한다. 하바쉐산(하파설산) 허리를 굽이굽이 돌아간다. 굽이치는 물결이 무섭고 역동적이다. 오래오래 사진 찍고 즐긴다. 물소리와 바람소리, 매미소리, 새소리가 합쳐진다.

푸른 옷의 작은 관목들이 아름답다. 말똥냄새가 여기저기서 난다. 삼거리 갈림길에 선다. 새로 낸 흙길을 선택한다. 상큼한 흙냄새가 좋다. 염소들과 잦은 조우가 좀 불편해도 기분이 좋다. 낮 12시10분 중호도협 입구에 도착한다.

호도협은 여전히 아름답다. 차마고도는 신들의 산책로로 손색이 없다. 꿈같은 여정이다. 작은 돌탑에 작은 흔적을 남기고 여행을 계속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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