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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3.19 16:06:52
  • 최종수정2017.03.19 17:44:47

81차 클린마운틴 단체사진-가우도로 가기 전 회원들이 망호출렁다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북일보] 81차 충북일보 클린마운틴이 지난 18일 전남 강진에서 진행됐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뜻을 찾아 다산선원과 다산초당, 백련사, 가우도를 둘러봤다. 날씨보다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을 공유한 시간이었다. 회원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봄기운의 초록과 꽃을 동시에 찾아 나선다. 올해는 꽃 소식이 좀 빠르다. 개화 속도와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도 초록의 색감에 더 끌리는 건 마음 탓이다.
햇살이 참 좋은 날이다. 동백 숲이 은물결처럼 반짝인다. 녹색의 이파리가 햇빛을 받아 광택으로 빛난다. 다산의 유배 시절을 떠올린다. 200여 년 전 그가 걸었던 길을 묵묵히 따라 간다. 그것만으로도 가슴 벅차다.

그 때 그 시절 다산이 보고 느낀 3월을 그려본다. 어땠을까. 마음처럼 어둡고 쓸쓸했을까. 다산선원을 지나 천천히 다산초당 쪽으로 올라간다. 대숲의 서걱거리는 소리가 가장 먼저 일행을 맞는다.

어두운 초록의 비밀스러움이 느껴진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초월의 체험이다. 여기저기서 새들이 날아오른다. 숲이 통째로 지저귄다. 편백나무와 소나무가 도열한다. 길 위로 뿌리를 드러낸 나무가 많다.

주희춘 강진신문 편집국장이 다산초당에서 다산 정약용과 다산초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되게 지나온 시간을 단 번에 웅변한다. 다산의 아픈 상처를 드러내는 듯하다. 지상으로 나온 뿌리들이 힘겹게 뻗어 땅을 움켜쥐고 있다. 생을 향한 지독한 열망처럼 보인다. 좌절과 원망을 넘어선 꿋꿋함이다.

다산의 강진 유배는 혹독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치유하는 시간이었다. 뿌리를 드러낸 나무의 모습이 묘하게 다산을 닮아 있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경건함을 느끼게 한다. 어느새 다산 초당에 다다른다.

초당이 고적하다. 와당(瓦堂)의 모습으로 정갈하다. 새들이 연신 햇살을 물어 나른다. 새들이 물어온 햇살이 이 나무 저 나무에 걸린다. 마침내 여러 햇살이 해먹(hammock)을 만든다. 이내 이리저리로 흔들거린다. 언뜻 그 위에서 잠을 자는 다산을 본다.

사계절 푸른 동백나무가 숲을 이룬다. 이파리가 파랗게 빛나 현란하게 퍼진다. 빨간 꽃이 무더기로 피어 절정으로 치닫는다. 진초록과 빨강이 백련사까지 내려간다. 아름드리나무 몇 그루가 장렬히 꽃을 떨군다. 길 곳곳에 동백꽃의 선혈이 낭자하다.

마당 한 가운데 넓은 돌이 눈길을 끈다. 다산이 찻물을 끓였다는 다조(茶俎·차 부뚜막)다. 뒤뜰에는 약천(藥泉)이 있다. 가뭄에도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다산이 차를 끓이던 물이다. 지금도 졸졸졸 물소리가 들린다.

왼편 산비탈에 정석(丁石)이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다산이 직접 쓰고 새긴 글자다. 유배자의 고독을 읽을 수 있다. 동암을 지나 천일각으로 간다. 강진만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바닷물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백련사 가는 오솔길

백련사 가는 오솔길로 접어든다. 봄바람이 부드럽다. 다산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산은 이 길로 혜장선사(惠藏禪師)를 만나러 다녔다. 혜장선사는 거꾸로 다산초당을 찾았다. 둘은 벗이자 스승이었다. 그리고 제자였다.

백련사 가는 오솔길이 참 아름답다. '예쁘다'란 형용사론 뭔가 부족하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 대나무 밭이 이어진다. 언덕 위에서 다시 바다와 눈 맞춤을 한다. 해월루(海月樓)다. 길옆에선 야생 차나무들이 수군댄다.

다산이 찾은 건 백련사란 절집이 아니다. 벗이 거기 있기에 오갔다. 혜장선사가 거기 있기에 그 길로 갔다. 마음에 둔 우정을 찾으러 갔다. 그 길이 우정을 이어준 통로였다. 다산과 혜장의 마음이 보인다.

내 걸음에도 행복이 넘친다. 저만치 절집이 보인다. 어깨를 이어 대고 절집 몇 채가 의지한다. 백련사다. 재촉하던 걸음을 멈춘다. 진초록의 동백나무 숲이 발길을 붙잡는다. 장엄한 초록 물결이 바람에 일렁인다. 그 사이로 붉은빛이 나온다.
동백의 낙화가 장엄하다. 길 한 복판에 낙화로 '강진'이라 써진 글씨가 있다.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낙화로 된 글씨와 이야기를 나눈다. 백성에 대한 다산의 관심을 생각한다. 길 곳곳에 다산의 자취가 남아 있다,

마침내 백련사에 다다른다. 다산도 혜장선사도 없다. 늙은 배롱나무만 절 마당을 지키고 있다. 대웅전 앞에서 두 손을 모은다. 혼란스러운 나라의 평화를 기도한다. 다산과 혜장선사가 지금의 나라 모양을 봤다면 어땠을까.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옛사람들의 혜안이 한없이 그립다.

/함우석 주필

취재후기

가우도 출렁다리

바람조차 침묵하는 날이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어떤 꽃도 시련 없이 피어나지 않는 법이다. 숙연한 마음으로 바람 불기를 청한다. 마침내 바람이 분다. 오랫동안 꽃들 사이를 서성거린다.

이즈음엔 가우도가 강진의 명소다. 강진만 깊숙한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다. 면적이 32만㎡니 10만 평이 채 안 된다. 손바닥만 한 섬이다. 해안선을 다 이어 붙여도 2.5㎞ 남짓에 불과하다. 주민도 14가구 31명이 고작이다.

이 작은 섬이 이맘때면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지난 2011년 대구면 저두 선착장에서 가우도까지 438m의 다리가 놓였기 때문이다. 두 발로만 건널 수 있다. 차로는 들어갈 수 없다. 걸어서 바다를 건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듬해 섬 반대편 마을까지 이어지는 다리가 놓였다. 이 다리는 저두 출렁다리보다 긴 716m다. 그렇지만 역시 보행자 전용 다리다. 양쪽에서 모두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섬이 됐다.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가우도 전망대에선 다산초당과 백련사 일대의 모습을 멀리 볼 수 있다. 석문산과 덕룡산, 주작산 능선도 볼 수 있다. 해안을 따라 섬을 한 바퀴 걷는 거리는 2.4㎞ 남짓이다. 전체가 나무덱 산책로로 이어진다. 바닷길을 따라 1.71km의 '함께해길'이다. 바다풍경을 끼고 걷는 길이다. 해변 길에는 영랑 김윤식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해상 낚시공원도 조성돼 있다. 섬 정상에는 청자 모양을 한 전망대가 있다. 청자 전망대에서 바다를 건너 저두 선착장까지 집라인도 탈 수 있다. 무엇보다 두 발로 걸어 섬으로 들어간다는 게 독특한 경험이다.

후박나무와 곰솔, 엄나무도 볼거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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