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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6.18 15:30:02
  • 최종수정2017.06.19 09:29:01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전남 순천 조계산에서 열린 84차 충북일보 클린마운틴 참가자들이 출발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충북일보] 84차 충북일보 클린마운틴이 지난 17일 전남 순천 조계산(884.3m)에서 열렸다. 조계산은 태고총람 선암사(仙巖寺)와 조계승보사찰 송광사(松廣寺)가 깃들어 있는 곳이다.

이 두 사찰을 잇는 고갯길이 굴목이재다. 순천의 남도삼백리길 중 하나로 '천년불심길'이다.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조계산 7부 능선에 걸쳐있다. 선암사와 송광사 스님들이 오가던 길이다.

조계산 편백나무숲

나무의 균형이 적당하다. 돌 하나에도 고귀함이 깃든다. 겸손과 절제의 지혜 같다. 영혼을 깨우는 철학이다. 평화로우니 더 아름답다. 긍지를 높이는 공간이다. 좀처럼 떠나고 싶지 않다.

ⓒ 함우석주필
굴목이재는 두 개다. 선암사에 가까운 고갯마루는 선암굴목이재로 불린다. 송광사 쪽엔 송광굴목이재가 있다. 큰 굴목이재와 작은 굴목이재로도 불린다. 두 절집의 도반들이 우정을 나누며 걷던 길이다.

오전 10시 선암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선암사를 들머리로 삼아 굴목이재를 걷는다. 눈 돌리는 곳마다 초록낙원이다.

선암사 승선교

ⓒ 함우석주필
선암사로 가는 길에 측백나무와 전나무, 참나무, 고로쇠나무가 울창하다. 승선교(昇仙橋·보물 제400호)가 계곡에 걸려 날아갈 듯하다. 그 뒤로 강선루(降仙樓)가 의젓하다. 신비한 전설이 더해져 신기하다.

송광사와 선암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선암사를 둘러본 뒤 천년불심길로 접어든다. 조금 걷다보니 생태학습장이다. 천년불심길을 알리는 현판을 통과한다. 편백나무 숲을 만난다. 피톤치드 향이 강하다.

조계산 장군봉이 코앞으로 보인다. 큰 굴목이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계곡 아래로 큰 물줄기가 흐른다. 계속된 가뭄에도 물줄기가 제법 굵다. 나무다리 위에서 흐르는 물을 살핀다. 자연의 냄새를 흠뻑 들이마신다. 삶의 여유를 다시 찾는다.

사람들의 발길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우리 일행의 움직임이 젤로 바쁘다. 선암사 굴목이재는 해발 600m를 넘는다. 송광사 굴목이재는 720m에 달한다. 가쁜 숨을 쉬고 발걸음을 고되게 놓아야 넘을 수 있다.

선암사 굴목이재까지 너덜지대가 계속된다. 흙길보다 바위가 많아 발목이 아프다. 호랑이 턱걸이 바위를 만난다. 이윽고 선암사 굴목이재 고갯마루에 닿는다. 여기서 잠깐 다리쉼을 한다. 점심 식사를 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다.
굴목이재를 넘은 바람이 청량하다. 구비마다 천년의 향기가 흐른다. 단풍나무 등 활엽수가 햇볕을 받아들인다. 오르내리는 숲길 풍경이 단아하다. 내려가는 길이 정갈하게 푸르다. 아래위 보리밥집 3곳이 보인다.

보리밥집으로 향한다. 순한 내리막이다. 그리 힘들지 않다. 조계산 산행을 해본 이들은 누구나 여기를 안다. 보리밥 집은 모두 3곳이다. 가격은 세 집 모두 동일하다. 우리가 찾은 날 세 집 중 한 곳이 문을 닫았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걷는다. 배도사 대피소를 지난다. 이곳이 선암사와 송광사의 중간이다. 이쪽으로도 3.3km, 저쪽으로도 3.3km다. 천년불심길의 중앙이다. 가다 보니 숯 가마터도 보인다. 그 옛날 선암사와 송광사 주변 마을 사람들의 소득원이다.

송광사 굴목이재에 도착한다. 좌측으로 가면 천자암 가는 길이다. 물론 그전에도 천자암 가는 길이 있다. 길을 잘못 들어 낭패를 본 기억이 또렷하다. 새삼 다시 그날을 생각하며 웃는다. 송광사 굴목이재를 지나 토다리를 내쳐간다.
계속 내리막이다. 선암사 쪽보다 계곡물이 많다. 편백나무가 보인다. 대나무 숲이 울창하다. 송광사 전각들의 모습이 계곡물과 어울린다. 멋진 풍경이 연출된다. 일주문을 지나 편백나무 숲을 지난다.

선암사 향기로 시작한 고갯길이다. 여름 한낮 송광사 절경에 멈춘다. 저 멀리 조계산이 초록으로 꽉 찬다. 햇살이 샘물처럼 맑고 싱그럽다. 생명의 본질을 생각한다. 천년불심길이 오늘도 선암사와 송광사 두 절집을 잇는다.

/함우석주필

취재후기 - 선암사

발길 닿는 곳마다 초록이다. 길이 녹색으로 자리를 편다. 순하디 순한 초록 터널이다. 유순한 강물처럼 이어진다. 장군봉의 호위가 장엄하다. 순하지만 강력하게 흐른다. 바람의 노래에 장단 맞춘다. 바람을 타고 계절이 흐른다.

'천년불심길'은 굴목이재를 넘는 길이다. 조계산 자락의 어깨를 타고 넘는다.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다. 어디서든지 시작할 수 있다.

선암사는 곱게 늙은 절집이다. 태고종의 본산이다. 조계종 승보사찰인 송광사와 쌍미를 이룬다. 그야말로 '동선암 서송광'이다. 입구부터 아늑하고 정갈하다. 선암사 풍경을 눈으로 먼저 만난다.

승선교를 바라본다. 세속에서 극락으로 가는 상징이다. 무지개 너머 있을 풍경을 상상한다. 강선루에 잠깐 머문다. 신선이 내려오는 다락집이다. 승선교와 강선루가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선계와 속세를 들고 난다.

늦은 아침 차분한 걸음으로 향한다. 숲의 부름을 억누르기 어렵다. 둥그런 원형 섬의 전통 연못 하나가 보인다. 못 주변이 난형으로 부드럽다. 하늘로 향한 전나무 세 그루의 풍모가 늠름하다. 절집 입구부터 초록 향기로 가득하다.

선암사를 유명하게 만든 건 매화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토종 매화다. 이제 선암매로 이름이 높다. 봄이면 어김없이 꽃을 피운다. 아늑한 절집과 잘 어울린다. 각황전 돌담길엔 늙은 매화나무 수십 그루가 줄을 선다.

선암매 만큼이나 유명한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선암사 '뒷깐'이다. 국내 사찰 재래식 해우소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다. 시인 정호승의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에 나오는 그곳이다. 최근 어떤 케이블TV서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나무 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선암사 뒷간에 한참 동안 눈길을 준다. 그 곳에서 보이는 세상을 슬쩍 관조한다. 찰나 배설의 순환을 떠올린다. 마음 찌꺼기를 깊게 떨어트린다. 시인의 뒷간 예찬에 시원함을 덧댄다.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든다. 선암사에 들면 속세를 벗어나는 것 같다. 만세루 현판에 육조고사(六朝古寺)의 의미가 크고 깊다. 서포 김만중의 아버지 김익겸의 글씨다. 여기서 육조(六朝)는 육조(六祖) 혜능이다.

선암사에 대한 이야기는 끝도 없다. 여기에 다 적을 수도 없다. 그만큼 풀어낼 이야기도 엄청나다. 선암사는 포근하고 친근하다. 일찌감치 사적으로 지정됐다. 굴목이재가 지나가는 조계산 일원의 명찰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선암사는 선종의 아침을 여는 도량이다. 언제나 여여(如如)하다. '이랬다저랬다', '좋았다 싫었다'는 그저 내 마음일 뿐이다. 원통전 아래 와송을 보고 불교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본다.

절집 마당에 울리는 목탁소리가 구원처럼 들린다.

*코스=선암사 주차장-선암사-편백나무숲-선암굴목재-보리밥집-배도사 대피소-송광굴목재-송광사-송광사 주차장

/함우석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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