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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차 충북일보클린마운틴 - 목포 고하도 용오름 둘레숲길

바다 위로 가는 길에 가을을 그린다
늦가을 물씬 흐르는 고하도
해안데크 따라 절경 펼쳐져
역사와 풍경이 함께 하는 곳

  • 웹출고시간2019.11.17 16:25:46
  • 최종수정2019.11.17 16:25:46

고하도 전망대에서 보는 목포대교와 유달산이 찬란하다. 늦가을의 차고 맑은 대기 덕분에 시야가 맑다. 막 닦은 유리창처럼 투명하게 펼쳐진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보인다. 둥둥 떠가는 케이블카가 바닷길로 이어진다. 지난 11일 개통한 해안데크는 경이로운 모습이다. 고하도 안과 밖의 경관이 점점 무르익는다. 풍요로 물결치는 해안이 안의 풍경이다. 점점이 떠 있는 섬은 바깥의 풍경이 된다.

[충북일보] 여행은 타이밍이다. 계절이 바뀔 때면 더 그렇다. 2019년이 한 달 보름도 남지 않았다. 한 해를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 허전한 마음이 곰비임비 가슴 한편으로 넘나든다.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자주 끼어든다. 지치고 지루한 일상 탈피를 꿈꾼다. 오래 숨고픈 욕망이 가슴 저 밑에서 밀려나온다. 만추(晩秋)의 서정이다.

2019년 11월16일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전남 목포 고하도를 찾는다. 몇 해 전 만해도 페리를 타고 건너야 했던 섬이다. 목포대교가 남해바다 푸른 하늘을 하얀 선으로 가른다.

고하도 선착장

오전 10시 고하리 마을주차장에 내린다. 버스길이 끝나니 곧바로 걷는 길이다. 마을 복지회관 앞이 '용오름 둘레숲길'의 시작점이다. '용머리'까지 2.8km다, 왕복 5.6km, 2시간30분쯤 걸린다. 용꼬리에서 용머리를 향해 걷는 길이다.

당초 계획과 달리 주차장 오른 쪽으로 들머리를 정한다. 얼마 가지 않아 선착장이 보인다. 목포대교가 완공되기 전까지 섬의 관문이었다. 사람을 실고 드나들던 선박이 하루 종일 분주했다. 지금은 낚시객들만 보일 뿐 한적하다.

이충무공 유적비 앞에 선다. 울창한 해송 숲이 놀랍다. 두 팔을 벌려도 안을 수 없을 만큼 소나무가 굵고 듬직하다. 홍살문을 지나 삼문으로 들어선다. 모충각이 보인다. 조선수군재건의 토대를 마련하는 장군의 모습이 떠오른다.

말바우

선착장을 빠져 나온다. 아스팔트 도로 왼쪽으로 작은 길이 보인다. 둘레길을 알리는 표식기 몇 장이 바람에 날린다. 갈색으로 물든 숲길이 이어진다. 순한 길을 따라 한참을 간다. 큰골저수지와 말바위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클마 회원들이 말바위 쪽으로 길을 잡는다. 날개를 펴고 바다에서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등허리다. 이내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용 등허리를 만난다. 제법 암릉을 올라 걷는 맛이 낫다. 릿지는 아니지만 그나마 바위 맛을 본다.

아래는 바로 절벽이다. 오솔길은 단장되지 않은 흙길 그대로다. 수북이 떨어진 솔잎이 푹신푹신하다. 칼바위에서 말바위 가는 길에 선다. 이순신 장군이 만들었던 성터 흔적이 보인다. 자연적인 바위를 이용해 쌓은 석성의 형태다.

이순신장군 동상

장군의 진영이 있었던 곳은 불당골이 보인다. 용오름길의 큰 산 아래다. 400여 년 전의 시간을 상상해 본다. 용의 허리를 두 발로 밟고 간다. 능선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마치 용의 등허리를 타고 걷는 듯하다.

산의 모습이 솟거나 낮아지기를 반복한다. 다시 호젓한 나무 터널 속을 걷는다. 시야가 트이는 곳을 번갈아 만나게 되니 지루할 틈이 없다. 전망대에 도착한다.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황토빛 건물이다. 이순신 장군의 판옥선을 형상화 했다.

용머리 동상

그런대로 미감을 갖춘 전망대다. 망설이지 않고 전망대에 오른다. 서북쪽 해안으로 해안선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고하도가 매력적이다. 용이 날개를 펴고 하늘로 승천한다. 용의 머리와 목포대교를 조망한다.

대교의 하얀 선이 하늘철도처럼 보인다. 아름다운 해안선이 용의 옆구리를 호위한다. 파도가 만드는 포말이 접근금지를 표시한다. 전망대를 내려오는 내내 유달산과 목포대교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목포항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절경을 만든다.

전망대에서 얼마간 시간을 보내고 내려온다. 두어 차례 오름과 내림을 거듭한다. 용머리, 용오름 길의 끝에 선다. 용머리 바위에는 오래 머물 수 없다. 여러 명이 앉을 만큼 넓지도 않다. 용머리에 잠깐 앉아보았다는 것만으로도 황송하다.

해안 데크로 내려선다. 우뚝 선 목포대교의 하얀 주탑이 손에 닿을 듯 가깝다. 해안선을 따라 데크가 예쁘다. 해안데크 중앙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보인다. 사람들이 모인다. "행복하세요." 지나는 사람들의 덕담이 아름답다.

목포대교 전경

멀리 왼쪽에서 유달산이 따라온다. 숲길을 걷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다가온 해풍이 살짝 볼을 때리고 지나간다. 단풍이 병풍처럼 해안을 따라온다. 바닷물에 만추의 활엽수가 붉고 노랗다. 섬 특유의 색깔을 보여준다.

솔향기 가득한 바닷바람을 맞는다. 바다건너 유달산을 바라본다. 왕복 5.6km, 2시간 반 동안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한다. 살짝 부는 바람에 붉은 사랑이 전해진다. 클마 회원들의 마음이 알록달록 화려해진다. 노부부 얼굴에 미소가 돈다.

길이 끝나 곳에 다시 길이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 겨울이 온다. 겨울 길은 봄 길로 이어진다. 고하도 자연의 순환이 아름답다. 섭리의 꾸준함에 감탄한다. 망개나무 열매가 고하도를 달군다. 숲 가운데로 늦가을이 물씬 흐른다.

<취재후기>바다 위 용섬에 그려진 만추서정

충북일보클린마운틴 단체사진

고하도에 단풍 흔적이 흥건하다. 물론 여느 산만큼 곱진 않다. 그래도 숲 사이로 울긋불긋 이어진다. 길이 보여주는 색감이 다채롭다. 사철 푸른 침엽수의 초록은 여전하다. 붉고 노랗게 불붙은 단풍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연보라의 자주쓴풀꽃이 무리로 핀다. 보색 효과가 두드러진다. 얼굴 삐죽이 내밀며 쉬어 가라 이른다. 잠시 숨을 돌리고 무릎 꿇고 바라본다. 유화 물감 연하게 바른 꽃잎들이 줄지어 빛난다. 바람이 그 새 예쁜 빛깔을 그리고 간다.

색의 계절이 아주 천천히 섬을 덮는다. 한층 깊어진 가을색이 만추의 숲에 깃든다. 바람도 햇살도 사람도 잠시 쉬어간다. 솜사탕 안개가 굽이 산길을 돌아간다. 그물에 걸리지 않고 온통 산을 메운다. 눈부신 가을을 시샘하는 바람이 분다.

망개나무 열매가 빨간 꽃이 돼 붉게 타오른다. 선명하게 물든 나뭇잎의 색이 빨간 열매로 도드라진다. 유화 물감을 빨갛게 바른 듯하다. 빨강이 얼마나 진한지 선홍빛이다. 노란 활엽수 잎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짙은 솔향기가 피어오른다. 시원한 조망이 터진다. 제법 위용을 갖춘 암릉길이 이어진다. 길 오른쪽은 내리막 절벽이다. 밑으로 짙푸른 바닷물이 철썩거린다. 바다 건너 유달산과 목포해양대학교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목포라는 이름에서 바다 냄새가 난다. 이즈음 가장 좋다. 가을 목포를 말하면 고하도를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다른 명소만큼 거대하거나 압도적이진 않다. 예상치 못한 가을의 절정을 고하도 숲길에서 보게 된다.

고하도 용오름길은 언제든 걷기 좋다. 좋은 기운을 받고 싶은 사람들에겐 더 없이 좋다. 용이 날개를 펴고 하늘을 승천하는 등허리를 타고 걸을 수 있다. 용의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다. 물론 길 입구 안내도에 있는 문구다.

시간의 힘은 언제나 변함없이 무섭다. 계절은 비가 오고 날씨가 흐려도 오고 또 간다. 여름 뒤 가을 지나 겨울이 온다. 그리고 다시 봄이 찾아온다. 거스르지도 않고 건너뛰지도 않는다. 늦가을, 무언가를 내려놓는 계절이다.

산 밑 농부의 수런거림에 귀 기울인다. 귀로 듣는 풍경화가 예쁘고 아름답다. 고하도가 점점 오색으로 물들어간다. 풍경 하나에 사랑 하나가 들어찬다. 검붉은 나뭇잎에 찬 이슬이 맺힌다. 자연이 빚은 예술 속으로 들어간다.

숲속 나무 그늘이 볕에 곁을 내준다. 추억이 고요 속에 묵묵히 흘러간다. 파란 풍경화 같던 숲에 마법이 인다. 울긋불긋한 빛깔이 들쑥날쑥 한다. 고하도 해안데크에 사람이 모인다. 용오름을 순례처럼 걸어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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