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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People & Life - 한국의 멋 '농악'

고단했던 한해…신명을 불어넣어 주던 착한 소리

  • 웹출고시간2012.12.09 20:29:0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벼 타작이 끝난 뒤 산에서 칠월나무를 베어 집 옆에 쌓아 땔감을 준비하고 아낙들은 돌아가며 한두 접씩 김장을 해 항아리 마다 가득 채워 놓으면 고단했던 한해가 저물어 간다.

먼동이 트기 전 논 밭 전지를 둘러보시던 부지런함이 몸에 밴 탓에 무료함을 느끼던 어른들은 사랑방에 모여 새끼도 꼬고 동구니 삼태기 등 내년 농사철에 쓸 도구를 만드시고 안방엔 아주머니들이 바느질거리를 가지고 모여 바느질을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며 깔깔댄다.

긴 무료함이 이어지고 썰렁한 기운이 마을을 파고 들 때 쯤 어른들은 생기를 불어 넣고 여름내 일에 찌들었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날을 잡아 한바탕 농악놀이를 준비 하신다. 집집마다 술과 소박한 음식을 장만하고 동네에서 제일 큰 기와집의 넓은 마당엔 굵은 참나무 한그루 베어다 불을 피우며 동네잔치를 준비 한다.

논 밭 전지가 많아 일거리가 가장 많던 부자 집에서 돼지 한 마리 잡고 여름내 땀 흘린 가꾼 곡식들을 각자 형편에 맞게 조금씩 내어 기름 냄새를 풍기며 작은 축제가 시작 된다. 꿩 털이 달린 긴 깃발을 앞세우고 하얀 한복을 입고 색종이로 만든 꽃이 달린 검정 모자를 쓴 아저씨들이 괭가리 징 북 장구 피리를 불며 집집마다 돌며 한바탕 신명나는 춤판을 벌인다. 아이들도 어르신에게 부탁해 얻은 돼지 오줌보를 깨끗이 씻어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고 실로 묶은 그들만의 놀이에 흠뻑 빠진다.

ⓒ ⓒ 석길영·홍대기
"쾌개개갱 개갱 개갱개~~~"

괭가리 치는 아저씨의 손이 잠시 멈춰지고 갑자기 세상이 조용해지면 아저씨의 입담이 시작 된다.

집안의 모든 액 귀 다 물러가고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자식들의 성공을 빌어주는 축원을 올리면 집 주인은 술과 안주등 음식을 내어 주며 형편이 되는 집은 작은 성의의 봉투를 주어 고마움을 사례한다.

동네 고삿고삿을 돌며 축원을 해 주기 위해 돌면 아이들도 어깨춤을 덩실거리며 따라 다니며 과자도 얻어먹는 재미에 너무도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잘 살든 못 살든 어느 한집 빼놓지 않고 터를 밟아 주고 축원을 해 주며 돌도 보면 귀 밑에 걸린 짧은 겨울 해가 서산에 걸릴 때 쯤 마지막으로 부잣집 마당에 도착 하고 마을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축제의 밤을 즐긴다.


넓은 마당에 길게 깔린 멍석위엔 밥과 고기 전등 음식이 차려져 있고 한기를 쫓아주는 참나무 장작의 빨간 불꽃을 춤을 추는 그 곳에서 이웃사촌의 훈훈한 정을 쌓는다. 저녁을 마친 어른들은 고마움의 표시로 또 한바탕 신명나는 농악놀이로 답례로 질펀하게 흥을 돋우고 윷놀이를 한다.

부잣집 한집 대 동내 사람 전체의 일대 백 게임이다.

게임에 내기가 빠질 수 없듯이 어른들은 내기를 정한다.

동네 사람들이 지면 하루 품삯을 받지 않고 일을 해 주고 부잣집이 지면 동네 상여 한 틀 기부하기로 인심 좋은 부잣집 아저씨 마다 할리 없고 결과도 빤한 것이다.

동네 사람들이 이기고 부잣집 아저씨는 상여 한 틀 기부를 약속 한다.

움츠러드는 한해의 끝자락에서 마을 사람들의 신명을 불어 넣고 이웃사촌의 정을 쌓게 해 주던 농악놀이는 밤이 이슥하도록 그렇게 사람들을 보듬어 주었다

넉넉하지 못 하지만 정이 넘치고 서로를 아껴주던 어릴 적 내 고향!

깊어가는 겨울철의 시린 마음을 고향의 품에 살포시 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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