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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6.17 17:58:5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집집마다 부엌에는 세 개의 가마솥이 걸려 있었다.

이사를 할 때면 솥을 떼어 지게에 지고 가 이사한집에 제일 먼저 걸었다. 여기에 황토를 물에 개어 솥 옆 틈을 꼼꼼히 바르고 맥질을 해서 밥을 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밥을 하고 밑바닥에 생긴 누룽지는 한 톨까지 달챙이 숟갈로 박박 긁어 숭늉을 끓이고 이렇게 하다보면 아무리 튼튼한 무쇠 솥도 세월이 지나서인지 가운데 구멍이 뚫리기 일쑤였다.

지금처럼 훌떡 내버리고 새로 살 형편이 어렵던 시절이라 담뱃갑의 은종이와 다 쓴 치약 튜브의 양은을 녹여 때워 쓰고 가끔씩 지나다니는 솥 때우는 땜쟁이 아저씨의 기술에 의존하곤 했다.

ⓒ 석길영·홍대기
이렇게 버티고 버티다 더 이상 손 쓸 수 없을 땐 새 솥을 사와 솥 길들인다고 헛불을 때며 참기름을 두르고 솥 밑에 붙은 그을음 덩이를 묻힌 광목 헝겊으로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도록 닦던 어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이 일어나면서 많은 것이 변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토록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했던 가마솥이 주거환경에 밀려 서서히 아련한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나무를 때서 밥을 짓던 부엌은 전기밥솥이 대신하고, 난방은 보일러가 대신한다.

전기밥솥이 나오면서 가마솥은 서서히 사라져 가고 지금의 아이들에겐 이름조차 생소하게 만들어 놓았다.

ⓒ 석길영·홍대기
옛날보다 넉넉해진 살림에서 오는 여유일까 아니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향수를 기억하고픈 것일까 이렇게 사라져갔던 가마솥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세월이 변하면서 다시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솥을 만드는 방식은 변하지 않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 같다.

ⓒ 석길영·홍대기
쇠를 녹여 불순물을 제거 한 후 주물사로 제작한 거푸집 틀에 쇳물을 부어 만드는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청원군 강외면 오송의 달성주물을 찾았다.

한때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다니다 선친의 가업을 이어가기 위해 위험하고 힘든 이 길을 택한 황대호 사장, 작고하신 선친부터 지금까지 40여년을 가마솥 만드는 일에 용광로 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불태우고 있다.

세월의 흔적처럼 주물사 먼지가 켜켜이 쌓인 작업장 한켠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하는 12명의 식구들이 있다. 선친 때부터 함께 했으니 적게는 20~30년 이상을 함께한 가족이나 다름없다.

ⓒ 석길영·홍대기
이들이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1350도의 쇳물 붓기를 최대한 빨리 한번에 해야 한다. 불똥이 튀어 살이 타는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팔 다리 얼굴에는 훈장처럼 화상으로 얼룩져있다.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직업인지 짐작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힘든 건 값싼 중국산에 점령당해 겪는 판로의 어려움이다. 황 사장은 질 좋은 제품은 소비자들이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 이란 신념으로 100% 국산 선철만을 사용해 제품을 만든 결과 고철과 잡철 등으로 만든 값싼 중국산의 벽을 넘어 설 수 있었다고 한다.

ⓒ 석길영·홍대기
외국 인력도 기피하는 이 업종에 이분들이 있기에 우리의 전통 가마솥의 명맥이 이어져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글 / 홍대기 작가

사진 / 홍대기·석길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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