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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3.18 16:24:1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부엉이 우는 고즈넉한 산골.

저녁을 드신 아버지께서 일이 몸에 밴 습관 때문인지 동지섣달 긴긴밤의 무료함도 달래고 내년 농사 준비를 위해 낮에 물 적셔 추려놓은 짚단을 들고 동네 사랑방으로 향한다.

뜰팡에 벗어 놓은 눈에 익은 신발들을 보며 헛기침 한번을 하시고는 문을 열어젖히며 "저녁들 드셨나!" 인사를 하고 들어서시면 "춥지, 이리 오시게" 하시며 언 몸 녹이라고 아랫목 내어 주시던 정 넘치고 훈훈한 사랑방.

새끼줄을 꼬고, 삼태기 둥그니 등 내년 농사에 필요한 도구를 손수 만들며 내년 농사 이야기도 하고 이웃과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기도 한다.

나일론과 플라스틱이 나오기 전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새끼줄과 칡넝쿨로 모든 끈을 대신하고, 각종 곡식을 담아 놓고 보관하는 용기를 손수 만들어서 사용하던 그때 벼를 털고 난 짚은 소중한 원자재였다.

ⓒ 석길영·홍대기
이엉을 엮어 지붕을 새로 씌우고, 나락을 말리기 위해 만들어진 멍석은 여름철 마당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헤는 낭만의 자리가 되기도 하고, 외양간에 볏짚 두어단 깔아주면 아늑한 소의 잠자리가 되기도 했다.

또 잘게 썰어 꽁 깍지 등과 섞어 가마솥에 삶으면 소의 겨울철 양식이 되기도 하고 땔감으로 사용돼 재가 되기도 하고 다시 걸음이 된다.

마당에 가득 쌓인 볏짚 더미는 농가의 농토를 확인하는 부의 척도가 되기도 했으며 숨바꼭질하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했다.

ⓒ 석길영·홍대기
볏짚 두어단 빼내고 그 안에 숨어 있다가 아늑함에 잠이 들어 어두워지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아 부모님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농사철 농기구와 흙에 거칠어진 아버지의 손바닥이 겨우내 짚을 만지시며 다 닳고 갈라져 피가 흐르고 딱지가 질 때 쯤 산더미 같던 짚더미는 모두 없어지고 봄이 다가 온다.


봄이 막 시작될 무렵 진천읍 연곡리 작은 저수지변의 짚공예를 하시는 어르신을 찾았다.

굽은 등에서 세월의 무게를 지고 오신 고통이 느껴졌고 반갑게 맞으시며 잡으신 두 손은 마디마디 마다 빨갛게 부풀어 올라 보는 마음을 아릿하게 했다.

이제는 이 도구들이 사용 되진 않고 겨우 집안 한 켠 장식품 정도로 만들어 지며 그나마도 배울 젊은 사람이 없다며 안타까워하시는 모습에 우리의 전통 하나가 또 지워지는 것 같아 씁쓸했다.

어르신께서 만드신 짚신을 신고 지난 세월을 살며시 밟아 본다.
글 / 홍대기 작가

사진 / 홍대기·석길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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