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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People & Life - '소싸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뿔의 전쟁

  • 웹출고시간2012.10.28 18:00:2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묵직한 환소들의 박진감 넘치는 한판 승부가 펼쳐지는 곳. 지치지 않는 싸움소들의 뚝심이 산골마을의 늦가을 뜨겁게 달군다.

때론 친구처럼 때론 자식처럼 묵묵히 함께 걸어준 싸움소와 함께 한결같은 사랑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짙은 어둠이 내린 새벽녘. 할아버지의 일과는 소 여물을 만드는 일로 시작한다.

볏짚에다 보리 옥수수 듬뿍 넣어 만든 소먹이는 할아버지 세끼보다 먼저 챙긴다.

먹성만큼이나 힘이 센 싸움소 틈이 날 때마다 닦아주고 쓸어주고 할아버지의 싸움소는 보물 목록 1호나 마찬가지다.

ⓒ 석길영·홍대기
싸움소의 유래는 경상남도 남부지방에서 한가위에 벌였으나 요즈음은 지방자치단체 행사의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소싸움이 있는 날 아침, 소 주인은 소를 깨끗이 씻어준 뒤에 여러 가지 천으로 꼰 고삐를 메우고 소머리에는 각색의 아름다운 헝겊으로 장식하며 목에는 큰 방울을 달아준다.

ⓒ 석길영·홍대기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소 주인도 머리에 붉은 수건을 옆으로 비껴 동이며, 오른편 허리에는 무릎에까지 이르도록 각색의 실로 수를 놓은 주머니를 찬 모습으로 소를 몰고 싸움터로 향한다.

소싸움 터에는 많은 구경꾼 외에 각기 자기 마을의 소를 응원하기 위한 농악대가 모여들어 풍악을 울린다. 전에는 모래 벌에서 소싸움을 해왔으나 관객이 점점 늘어나자 질서유지 등을 위해 넓은 운동장에 모래를 깔고 주위에 새끼를 둘러쳐서 일정한 공간을 확보하고 싸움을 시킨다.

ⓒ 석길영·홍대기
소들은 서로 뿔을 맞대고 상대를 떠받치고 밀기 시작하며 사람들은 이때부터 자기 마을의 소를 응원하는 함성을 지른다. 소싸움에는 무릎을 꿇거나 넘어지거나 밀리면 패하는 등의 요건을 미리 정해둔다.

어떤 소들은 포장을 거두자마자 맹렬하게 달려들어 15∼20분 만에 결판을 내기도 하나 또 다른 소들은 좀처럼 싸우지 않고 모래만 차올리며 시간을 끌어서 사람들이 애를 먹는 수가 있다.

여러 마리의 소를 같은 소에 차례로 대결시킬 때에는 시간을 제한하지만 단판 치기의 경우에는 승패가 결정될 때까지 계속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 석길영·홍대기
싸움에 이기면 소 임자는 물론이고 마을사람들까지 모여들어 소를 어루만지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긴 소의 목에는 우승기를 걸어주며 주인은 소등에 올라앉아 읍내를 몇 바퀴나 돌고 나서 마을로 돌아온다. 농악대를 앞세운 사람들은 '쾌지나칭칭나네'를 흥겹게 부르면서 뒤를 따른다. 구경꾼들 중에는 소싸움에 돈이나 술, 또는 담배 등을 걸고 내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소싸움에 이기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마을의 큰 기쁨이므로 농민들은 송아지 때부터 골라서 잘 먹이는 등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서 기른다.

소싸움은 소들만 싸우는 것이 아니다.

주인들도 함께 응원하면서 그들과 함께 한다.

사람과 동물이 한 몸이 되어 대결하는 모습은 정말 치열하다.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소싸움 장, 그 안에 우리네 전통 혼이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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