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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10.07 16:47:1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흙이 집이 되고 집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그곳에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이들이 있다. 오랜 세월 할머니와 함께 해로한 흙집, 할머니 얼굴에 들어선 깊은 주름을 닮았다. 우리네 살림집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재료는 흙이었다.

한 여름, 강한 햇볕을 걸러주는 천장은 흙을 다져 얻어 창 넓은 모자와 같고, 비바람에 흙이 쓸려 내려감을 막기 위해 튼실한 돌을 함께 올린 기단은 빗길에 나선 장화와도 같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자연이 주는 혜택을 고스란히 받아 안은 흙집은 바람도 쉬어가는 길목이다. 한가득 자연을 드려 앉고 살아가는 삶, 그것이 흙집 속에 숨 쉬고 있다.

서쪽 하늘에 붉은 노을이 지고 긴 그림자 지는 저녁

높은 나뭇가지 까치들도 집을 찾아 들고 집집마다 저녁연기 피어오르는 마을.


고향집 뒤뜰 감나무에 새악시 볼처럼 빨간 홍시가 수줍은 듯 잎 새 뒤에 숨어 있고 군데군데 골이 파인 초가지붕위엔 빨간 고추가 널려 있다.

마당 한구석에 어머님이 땀을 흘려 가꾼 곡식들이 멍석과 돗자리 위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나지막한 토담위에 가지, 호박, 삶은 고구마 등이 채반에 담겨 따사로운 가을 햇빛을 받으며 말라간다.

아침진지를 마치신 아버지께서 농사철도 아닌데 삽과 괭이를 들고 나가신다.

마을에 새로 이사 올 사람이 집을 짓는데 동네 어른들이 터 닦는 일을 도와주기 위해 나서시는 것 이란다. 어른 아이할거 없이 동네사람들 모두 나와 있다.

어른들은 삽과 가래로 초가 삼 칸 들어 설 자리를 평평하게 고르고 한쪽에선 큰 바위덩이에 굵고 튼튼한 동아줄을 여러 가닥 묶어 여러 사람이 들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바닥 고르기를 마치신 어른들께선 바위덩이에 묶인 줄을 한 가닥씩 잡고 집이 앉을 터에 들었다 놓았다 하며 바닥을 다진다.

"지경이 어허~" 한 분이 선창으로 "사방을 둘러 봐도 이 터가 최고"라며 "이 집에 사는 사람이 부자가 되게 해 주고 무병장수하며 건강히 오래 살게 해 주십사"하며 지신께 소원하는 가락을 외친다. 그러면 줄을 잡은 사람들은 바위에 묶인 줄에 힘을 주어 들었다 놓으며 "지경이 어허~"를 따라 외친다. 집이 앉을 자리를 골고루 다지고 주춧돌이 놓여 질 자리는 더 여러 번 다짐질을 한다. 지혜로운 어른들은 아이들의 손을 빌리는 법도 잘 아셔서 마당이 될 자리에 아이들이 타고 놀 수 있는 끌개를 만들어 놓고 놀게 하신다. 한사람씩 돌아가며 타고 둘이 끌고 다니며 힘든 줄 모르고 재미있게 놀다보면 어느새 매끈한 마당이 된다.


이렇게 다져진 터 위에 대목장은 주춧돌을 놓고 주춧돌 위에 기둥을 세우고 기둥과 기둥 사이는 상중하에 보를 걸치는데 요철모양의 홈을 파 끼우는 방식이다.

보 위에 기둥을 세워 지붕의 중간이 되는 부분에 대들보를 얹고 그 위에 석가래를 걸어 지붕의 형태를 완성한다. 대들보를 얹을 때 상량식을 하는데 떡과 술을 준비하고 북어와 쌀 한 사발을 문종이에 싸서 한 타래의 실로 대들보에 묶으며 부자와 장수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낸다.

보와 보 사이에는 수수깡을 엮어 대고 황토 흙에 볏짚을 썰어 넣어 이긴 흙을 발라 벽을 완성한다. 여기에 쓰이는 목재는 소나무를 쓰는데 소나무엔 송진이 있어 잘 썩지 않고 벌래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완성된 집에 지붕을 씌운다.


짚으로 이엉을 엮어 아래에서 위쪽으로 촘촘히 감싸 올리고 제일 꼭대기엔 용구새를 얹어 지붕을 완성 한다. 이엉과 용구새로 지붕 잇기가 끝나면 바람에 날리지 않게 하기 위해 새끼줄로 이삿짐 엮듯 꽁꽁 묶는다.

방엔 구들을 놓고 구들장을 얹어 방바닥을 만들고 부엌엔 아궁이를 만들고 솥을 걸어 불을 땔 수 있게 만들면 고향에 부모님이 사시던 고향집이 완성된다.

사각형의 틀에 황토 흙을 찍어 만든 벽돌로 지은 벽돌집과 뼈대집 두 종류가 있는데 울퉁불퉁 삐뚤삐뚤한 뼈대집이 더 정겹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 민족의 모나지 않고 부드러운 심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 한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하며 목청껏 부르던 새마을 노래가 소박하고 수수한 고향의 아름다움을 사라지게 만들어 농번기가 끝난 한가로운 시골 마당에 볏짚을 수북이 쌓아 놓고 이엉 엮던 아버지의 모습을 잊혀지게 만든 것이 아쉽다.

하지만 그 고향엔 어릴 적의 내가 있고 부모님이 계시고 함께 뛰어 놀던 친구가 영원히 존재 할 것이다.

거두 망산월 저두 사고향! 고개를 숙여 그리운 고향을 생각 하니 가슴이 뭉클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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