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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8.19 18:38:5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조용하던 산골마을이 아이들의 뛰어 노는 소리로 시끌시끌하다.

방학식날 과제물로 가져 온 방학책은 책가방 속에서 꺼내 보지도 않은 채 놀기에 바쁘다.

무더위 속에서 정신없이 놀다보면 등짝이 타고 허물이 벗겨져도 개구쟁이 꼬마 녀석들은 그저 학교에 가지 않는 방학이 신나고 즐거울 뿐이다.

온 동네 골목을 휘젓고 다니며 뛰어 놀다 땀에 범벅이 될 쯤이면 "멱 감으러 가자~"하는 한 녀석의 외침소리에 모두 방죽으로 달려간다.

첨벙첨벙 물속으로 뛰어든 아이들은 방죽을 제 집 안방 드나들듯이 유유히 헤엄쳐 건넌다. 방죽을 건너야만 초등학생 자격이 되는 듯 기를 쓰며 방죽 건너기를 시도한다. 행여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놀림감의 대상이기도 하다.

튜브나 물안경 등 물놀이 기구 하나 없던 시절 물장구도 치고, 편을 갈라 기마전이나 물싸움도 하고 작은 돌 하나 던져 놓고 자맥질 하여 찾아오기 시합도 하며 입술이 파래지도록 물놀이를 한다.

ⓒ 석길영·홍대기
놀다놀다 지칠 때면 물에서 나와 물기도 닦지 않은 채 옷을 입고 마을로 오며 허기진 배를 달래려 길가에 옥수수 대를 꺾어 달짝지근한 물을 빨아 먹던 그 맛은 정말 감미롭다. 옥수수 대 껍질을 벗기다 날카로운 껍질에 입술을 베고 손가락을 베어도 꼬마들은 울지 않고 길가의 지칭개 꽃을 따서 상처에 붙여 지혈하는 민간요법도 알고 있다.

방죽 옆 산에다 원두막도 짓는다.

나무를 잘라다 칡덩굴로 묶고 나뭇가지로 지붕까지 씌워 저희들의 공간을 만든다.

가르쳐 주지 않았어도 형들이 해 왔던 것을 보고 잘도 따라 한다.

얼기미와 조루를 들고나가 개울가 풀숲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도구를 가져오지 않은 아이들은 돌 틈에 손을 넣어 물고기를 잡아 원두막 아래서 어머니 몰래 가져온 양은솥에 영이네 밭에서 나는 고추와 철수네 밭에 있는 파 그리고 깻잎 등을 따서 천하일미의 어죽을 끓인다. 새카맣게 그을린 솥 때문에 어머니한테 혼도 나지만 아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저희들끼리 끓여 먹으며 또 다른 놀 거리를 궁리하다 건너 동네 복숭아 서리 참외 서리를 모의 하는 녀석들.

ⓒ 석길영·홍대기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빼곤 거의 온종일 붙어 다니며 함께 하는 꼬마들!

잠시라도 보이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와 불러내던 친구들!

그래서 같이 크며 가장 허물없고 친한 친구를 소꿉친구, 불알친구라 하나보다.

바쁜 농사철에 부모의 보살핌은 생각조차 못하고 제 스스로 걷고 뛸 정도 되면 형과 친구들 틈에서 어우러져 함께 하는 것을 몸으로 배우던 그 시절 아이들!

이렇게 놀던 아이들도 저녁이면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소 풀 뜯기기. 각자 집에서 소를 끌고 야산에 올라 소 풀을 먹인다.

고삐가 엉키지 않게 소뿔에 둘둘 감아 풀어 놓고 꼬마들은 또 저희들끼리 놀이에 빠진다.

억새를 뽑아 화살을 만들어 저희들끼리 편을 갈라 전쟁놀이를 하다 해가 설핏 해지면 산에서 내려와 개울로가 소에게 물도 먹이고 소 등에 물을 뿌려 목욕을 시키며 꼬마들도 하루를 씻어 낸다.

방학이면 학원을 알아보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며 컴퓨터와 게임기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요즘 아이들이 풍요로움 속에 빈곤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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