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2.02.05 18:11:4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빈 깡통 하나도 귀하던 시절. 정월대보름이면 깡통 하나 구하려고 고물상 울타리를 빙빙 돌다 주인아저씨 몰래 깡통하나를 손에 넣으면 보물이라도 얻은 양 뛸 듯이 기뻐했던 시절이 있었다.

방과 후 집으로 달려와 못으로 깡통에 벌집처럼 구멍을 뚫고 길게 철사 줄로 묶어 대문 옆에 걸어 두면 해묵은 숙제 하나를 마친 것처럼 흐뭇해하며 친구들에게 무용담처럼 과정을 이야기 하던 꼬마들.

남자들은 나무 아홉 짐 하고 밥 아홉 그릇 먹는다는 정월 보름이면 해 지기 전에 저녁을 먹어야 한다는 풍습에 따라 서너 시쯤 산나물로 가득 차려진 밥상에서 밥 한 그릇을 뚝딱 비벼먹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뒷동산에 오른다.

어머님은 시루떡과 백설기를 한 시루씩 해서 장독에 놓으시고 가족들의 건강과 자식들의 성공을 기원한다. 그리고는 외양간 굴뚝, 토광 화장실 등 집안 구석구석 떡 한 첨씩을 떼어 놓고 악귀를 달랜다음 동네 집집마다 떡 한 접시 씩 나눠주며 보름 명절을 함께 한다.

ⓒ 홍대기·석길영
대보름이 다가올 시기 동네 청년들은 달집태우기 준비를 위해 일요일마다 뒷동산에 올라 공동작업으로 참나무와 소나무의 가지를 따다 달집을 쌓아 놓는다.

아이들은 쥐불놀이에 쓸 송진이 묻은 관솔을 따다 외진 곳에 숨겨두고 이웃동네 아이들과 겨를 결전의 날을 기다리곤 했다.

대보름이 되면 일찍 저녁을 먹은 동네사람들은 마당 가득 쌓아 놓은 달집에 모여 불을 붙이고 활활 타오르는 불더미 옆에서서 둥글게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며 각자의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는 달집 주위를 빙 둘러싸 깡통 가득 관솔을 넣고 돌리면 붉은 불덩이가 허공에 원을 그리며 돌아가 마치 도깨비불처럼 춤을 추는 모습이 장관 이었다.

누구 불덩이가 더 큰가를 시합하며 "망월이야~"를 외치던 정월 대보름.

휘영청 달이 떠오르고 달집의 불이 다 식어 갈 때쯤 아이들은 동네 사랑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각자 편을 갈라 떡 얻어 오기 윷놀이를 한다.

보름날 일찍 자는 사람은 숯검정으로 얼굴에 도깨비 그림을 그려 놓거나, 조청으로 눈썹에 칠을 해 놓아 아침에 눈을 뜨지 못하게 하는 짖궂은 장난조차도 어른들은 너그럽게 웃음으로 받아 주었기에 아이들은 누구 하나 집에 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사랑방의 윷놀이에 동참 했다. 여기서 진 팀은 커다란 대소쿠리를 들고 집집마다 돌아 다니며 떡을 얻으러 다녔다.
 
동냥밥이 더 많다 했던가?

인심 좋은 시절이라 얻어온 떡이 한 소쿠리 가득이라 저녁 일찍 먹은 속에 출출함을 달래고 남은 떡은 형편이 어려워 보름떡을 해 먹지 못한 집에 가져다주었으니 받은 정을 나눌 줄 아는 아이들이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부럼을 깨물고 해 뜨기 전에 더위를 팔아야 한다며 "내 더위 사가라~!"하고 깔깔 웃고 보름날 아홉 그릇의 밥을 먹어야 한해 밥 굶지 않는다며 가는 집 마다 숟가락 쥐어주던 정 많던 그 시절이 오늘따라 더욱 그리워진다.
 
 
글=석길영 작가

사진=홍대기·석길영 작가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