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2.11.18 16:28:2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높은 산 중턱을 넘고 굽이진 두 길을 건너면 마을 어귀에도 겨울은 그렇게 산골마을을 찾았다.

바람이 솨아솨아솨아 불고, 문풍지가 부웅붕 우는 겨울 아침. 어두운 꼭두새벽, 밤새 꺼지지 않은 채 화롯 속에 묻혀 있던 작은 불씨를 살살 불어 조심조심 아궁이로 옮기면 찬 공기 얼어있던 부엌은 금새 온기로 되살아난다.

어머니의 하루 일과는 불씨와 더불어 추운 산골마을의 아침을 깨운다.

잠시 든 한나절 햇볕에 추위를 잊어보지만 살을 에는 칼바람. 역시나 매서운 계절. 자연은 인간에게 순응하기를 요구하고 산골마을 사람들은 힘겹지만 차곡차곡 그 계절을 준비해간다.

ⓒ 석길영·홍대기
하루 종일 구들을 뜨겁게 달구 주었던 군불. 그 군불을 땐 아궁이에서 화로에 불씨를 모우면 타고 남은 재로 덮어 잘 다독거리고 오랫동안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화로는 어른들의 담뱃불, 다듬이질, 찬 음식 덥히기, 또한 다음날 아침 아궁이의 불씨로 사용되기도 했다. 특히 겨울철, 화로는 바같 나들이에서 돌아오는 가족들의 추위를 녹이게도 했다.

또 화로는 길쌈하시는 할머니와 어머니는 인두를 묻었다가 동정의 다듬이질을 해냈고 귀여운 손자를 위해 알밤이나 고구마를 굽기도 했고 때로는 먹다 남은 된장국이나 식은 죽을 덥히기도 했으며 또한 놋 양푼에 엉긴 조청도 녹이고 더러는 부스럼에 붙이는 고약을 눅게 했다. 이 때문에 특히 우리의 어머니가 가장 정성스럽게 보살펴야 했던 것이 화로불이였다.

ⓒ 석길영·홍대기
옛날 우리의 어머니는 시부모 받들기며 남편 섬기기며 또한 자녀들 보살피기와 시누이와 동서 눈치 보기도 겨웠는데 부엌일이며 바느질, 길쌈, 농사 뒷바라지는 물론이고 기제사와 거를 수 없는 집안사이의 길흉사가 겹쳐도 가장 소중하게 보살폈던 것이 화롯불이었다. 어쩌다 화로의 불이 꺼져 이웃집에 불씨를 얻어러 가면 그것은 여자의 게으름 탓으로 돌렸기에 이 보다 더한 부끄러움도 없었다. 또 불씨를 나누어주면 그 집의 살림이 나간다는 속설도 있어 누구나 거절하기 일쑤였기에 화롯불을 구하기는 하나의 고통이었다.

할머니 나이보다도 오래된 화로. 녹슬고 깨진 것 많은 화로는 함께 겨울을 나던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불씨 하나도 소중히 여기며 꺼뜨리지 않았던 옛 여인들 언제나 따뜻한 불씨를 안고 우리의 삶을 덥혀 주던 생활도구로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 그의 아들에게까지 대물림 되며 언제나 따스함을 제공했고 또한 가족 간 화목한 정(情)을 일깨웠던 작은 태양이었다.

지금은 그 모습의 찾아보기가 힘들고 간혹 음식점에서 사용되어 오지만 옛날의 화로는 그 집안의 생활과 예의범절의 구심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화로는 지난 50년 대 중반 석유의 보급화, 성냥의 대중화, 석유, 석탄 등 연료의 혁신에 따른 난방기구의 발달 등으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특히 70년대 초 농촌지역까지 전기가 보급되면서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영원히 사라고 말았다.

ⓒ 석길영·홍대기
TV도 없던 시절, 잠만 자기에는 너무도 긴 겨울밤에 따스한 사랑방 아랫목의 화롯가에 둘러앉아서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구성진 옛날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배가 출출할 때쯤이면 화로 안에서 맛나게 익은 고구마를 꺼내서 얼음이 동동 뜨는 동치미국물과 함께 먹으며 행복했던 시절. 때가 되면 겨울은 떠나가고 아이들도 커가지만 화롯가 앞에서 피어나던 옛 추억은 꺼지지 않은 화로처럼 늘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