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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4.08 16:49:4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옛날 우리 선비들은 문방사우 즉 종이, 붓, 벼루, 먹을 가까이 하며 함께 살았다. 먹의 향내를 맡으며, 글씨 쓰는 것을 즐거움으로 알았던 것이다. 이 문방사우는 선비들이 글을 지을 때 늘 함께 했고 때론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이자, 조용히 자신을 지켜주는 벗이었을 것이다. 규방 여인에게 바늘과 실이 벗이었듯이 선비들에게는 문방사우는 벗 이상의 의미를 가졌는지도 모른다.

당대 최고의 서예가이자 학자인 추사 김정희는 문방사우 중 먹을 가장 으뜸으로 여겼지만, 붓은 선비를 대변하는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으로, 기록의 수단이자 정신표상의 도구로 이야기 한다.

ⓒ 석길영·홍대기
그런데도 붓은 붓이 갖는 고유한 가치보다 붓으로 표현되어지고 형상화 되어진 결과물을 가장 최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수단으로서만 인지되어질 뿐이다. 그러다 보니 붓을 만드는 장인과 붓이 갖는 가치에 대해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붓은 동물의 털로 만드는 모필과 식물에서 얻어지는 재료로 만든 초필로 나뉜다. 붓을 이루는 3가지 부분은 초가리(촉알, 붓촉), 붓자루(필관), 붓뚜껑으로 되어있다.

ⓒ 석길영·홍대기
붓은 만들어지는 재료에 따라 참 다양하다. 우리가 보통 쓰는 것은 양호필로 흰 염소의 털로 만들며, 붓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태모필은 아기가 태어난 6달쯤 뒤에 처음 자르는 머리(배냇머리)로 기념붓을 만드는 것이며, 고필은 볏짚, 갈필은 칡줄기, 황모필은 족제비 꼬리, 장액필은 노루 앞가슴 털, 낭모필은 이리털, 마필은 말털로 만들고, 죽필은 대를 잘게 쪼갠 것이다. 이렇듯 붓의 종류는 헤아리기가 어렵다.

종류만큼 많은 것이 붓을 만드는 장인의 손길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사라져가는 전통 붓을 16세의 어린나이에 붓을 만들기 시작하여 35년이 넘게 붓과 함께 한 장인이 있다.

ⓒ 석길영·홍대기
바로 스스로를 붓쟁이라 칭하는 유필무씨다. 그는 단순히 붓을 매는 것이 아니라 가장 한국적인 전통을 이어나가고자 끊임없는 연구하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붓쟁이 유필무씨가 말하는 전통붓은 원모선별부터 풀먹이고 빼기 등 크게 12가지 대표과정을 이야기 할 수 있으나 세부적으로는 30여 과정을 거쳐야 하며, 최소 200~250회의 손길이 간다. 이런 기본적 수고로움에 유필무선생의 붓은 더한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필관에 전통문양이나 좋은 시나 글귀를 각을 하고 한국적 색채를 넣는다. 또한 비단실을 일일이 감아 전통의 멋스러움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표현한다. 필관 전체 어디에도 선생님의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다. 이는 붓쟁이 유필무가 고단하고 기나긴 시간, 붓과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낸 숨결을, 붓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귀한 쓰임의 가치를 함께 하고자 함일 것이다.

유필무 선생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본적 모필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서민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한국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끊임없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초필이다.

ⓒ 석길영·홍대기
초필은 식물성인 볏짚(고필), 칡(갈필), 억새, 개나리새, 종려나무로 만든 붓 등 이루 헤아리기 힘든 다양한 붓을 만들고 있다. 식물성 붓은 미지근한 물에 9번찌고 그늘에 아홉 번 말리고 1만5천 번이 넘게 두들겨야 한 자루의 붓이 나온다. 갈필의 경우 열 개에서 하나 건지기가 힘들 정도다. 붓 한 자루를 만드는데 2~3개월이 소요될 정도의 고단한 작업이다.

ⓒ 석길영·홍대기
붓쟁이 유필무가 만든 붓은 한국인의 세밀한 심성과 유연함, 강한 의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한국인의 정신성, 상징성을 보여주는 붓이 지금 우리의 삶속에 실용성에 있어 점점 멀어져만 가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작업의 순수성을 갖는 작가에게 힘겹지만 걸을 수밖에 없는 인생의 업보와도 같은 짐이 어깨를 눌러 내리고 있다.

현대화의 변화에 편승하지 못하는 작업과 값싼 중국제품이 시장을 잠시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작가의 작업의지와 작업의 지속성에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지만 붓을 대하는 작가의 정신성, 잊혀진 전통을 찾아내고 이어가려는 전통성을 꾀하는 창의성에 있어 대한민국 최고의 장인이 아닌가 싶다.
글 / 홍대기 작가

사진 / 홍대기·석길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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