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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새벽, 이불 끌어 당기느라 옥신각신…사랑·따스함 있던 솜이불의 추억

  • 웹출고시간2012.07.29 17:17:3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몽실몽실 포근한 목화솜 이불 한 채만 있으면 온가족이 따스한 겨울을 나던 시절이 있었다.

어릴 적 겨울은 유난스레 추웠고 겨우살이 옷가지도 부실했던 탓에 한겨울 솜이불의 쓰임새는 그만큼 절대적이었다. 연탄이나 장작을 연료로 사용하던 때라 낮에도 아랫목에는 항상 온기를 간작한 솜이불이 깔려 있곤 했었다.

손님이나 마실 나온 동네 어른들이 오시면 으레 솜이불을 걷어 따뜻한 아랫목으로 안내를 하며 추위를 녹였던 따스한 정이 흐르던 솜이불.

어려서 흔히 볼 수 있던 시골 풍경중 하나가 비탈진 밭에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얀 목화밭. 혼기 찬 딸이 있는 집에선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어도 이불 한 채는 해 보내야지 하며 목화를 재배하였다. 고된 시집살이에 몸이라도 따스하게 간직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녹아 있지 않나 싶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고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질 때쯤 밤톨만한 목화송이가 가을 햇살을 받아 입을 벌리면 그 안에서 눈송이처럼 하얀 솜이 튀밥처럼 부풀어져 어린아이 주먹만 하게 매달려 있는 것을 앞치마를 찬 아주머니들이 따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평화로워 보였다.
ⓒ 석길영·홍대기
그렇게 채취한 목화솜은 햇볕에 잘 말려 두었다 농사 일이 다 끝난 겨울철에 마실 온 아주머니들과 방에 펴놓고 씨를 뺀 후 솜틀집에서 솜을 틀어 온다.

하얀 솜먼지가 날리고 탈곡기처럼 생긴 송판으로 만들어진 솜틀 기계에 씨를 뺀 목화를 넣으면 솜사탕처럼 부풀은 하얀 솜이 일정한 두께로 나와 두루마리로 둥글게 말아 감던 모습을 신기해서 한참이나 쳐다봤다.

솜틀집에서 틀어온 솜으로 시집갈 딸에게 줄 이불을 만드는데 맏아들 낳은 여인이 바느질을 해야 시집가서 첫 아들을 낳는다는 풍습에 딸을 낳은 여인은 바느질 하는데 얼씬도 못하게 했다. 하얀 소청으로 솜을 감싸고 겉은 붉은 색이나 녹색의 예쁜 양단이나 공단으로 하고 안쪽은 하얀 옥양목으로 감싸면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요와 이불이 만들어 진다.

이런 원앙금침은 그래도 좀 나은 집 얘기고 그렇지 못한 집은 자주색과 검정색의 모시 겉껍데기에 광목으로 호청을 시친 이불이었다.

ⓒ 석길영·홍대기
겨울철이면 개구쟁이 아이들을 밖에 나가 놀라하고 하얀 광목에 두툼하게 솜을 넣어 아버지 바지저고리를 만드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단열도 안 되는 흙벽 돌 집에 창호지 바른 문이 바깥의 찬 공기를 겨우 막아주는 엄동설한에 포근한 솜은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최고의 선물 이지 않았나 싶다.

그 시절 그토록 귀하던 솜!

하지만 이마저도 나일론과 얇고 가벼우며 다루기 편리한 카시미론이란 것이 나오고 새마을 운동으로 주택을 개량하여 방안에 온도만 맞춰 놓으면 하루 종일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보일러와 침대라는 서구 문명에 밀려 사라져 버렸다.

다다미방을 고집 하는 일본인들처럼 따뜻한 방바닥의 문화를 지키고 싶다. 시집올 때 아내가 해온 목화 솜이불 한 채를 끝내 고집하며 방바닥에 자리 펴는 나를 보며 뒤떨어진 인간인가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난다.

어릴 적 산과 들로 뛰어 다니며 놀다가 입이 마르면 파란 목화송이를 따서 익지 않은 솜을 껌처럼 질겅질겅 씹으며 달짝지근한 즙을 빨아먹던 그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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