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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3.25 18:31:1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친구들과 어울려 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에게 막걸리가 담긴 노란 양은 주전자를 들려주시며 삼박골 논에서 일하시는 아버지께 가져다 드리고 오란다.

놀이에 빠져있던 아이는 부어 터질듯 입을 내밀며 주전자를 받아 들고 재 너머로 향한다.

가는 도중 그 맛이 궁금해 한 모금 한 모금 먹어보면 알딸딸하면서도 달짝지근한 그 막걸리 맛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시절 한사발의 막걸리는 소 몰고 논밭 갈며 삽질 괭이질로 힘든 들일을 하시는 아버지께는 허기를 달래 주고, 적당한 취기는 힘들고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해 주는 신선이 내려 주신 감로수와도 같은 음식이었다.

명절과 모내기 추수처럼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 한 일철에는 어머니께서 직접 술을 담그곤 하셨다.

ⓒ 석길영·홍대기
하얀 쌀을 시루에 고슬고슬하게 밥을 지어 돗자리에 펴 놓고 뜨거운 김이 빠지게 식힌다. 적당히 밥이 식으면 절구에 곱게 빻아 놓은 누룩을 골고루 섞는다. 밥과 누룩을 골고루 섞어 커다란 항아리에 퍼 담은 후 '이스트'라고 쓰인 술 약을 넣고 아랫목에 짚으로 엮은 두툼한 방석을 깔고 항아리를 올려놓은 후 물을 퍼다 항아리에 적당히 채운다.

ⓒ 석길영·홍대기
이 모든 과정이 저울이나 계량용기도 없고 책에 쓰인 제조법도 없지만 할머니께서 그래 왔듯이 어머님도 눈대중과 감으로 이루어진다. 적당히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아랫목에 술 항아리를 놓고 두툼한 이불로 항아리를 꼭꼭 덮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사나흘 지나면 방안은 술 냄새로 진동하며 어머니 표 막걸리가 익어 간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어머니만의 후각과 미각을 살려 적당량의 물을 희석하며 막걸리가너무 독하지도 너무 순하지도 않게 최고의 맛으로 어머니 표 막걸리를 탄생시킨다.

이처럼 막걸리는 우리네 생활 깊숙한 곳에서 서민들과 함께 해왔다.

이런 막걸리를 고집스럽게 전통을 지키며 만드는 곳이 있다.

충북 진천군 덕산에 위치한 '세왕주조'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다.

ⓒ 석길영·홍대기
길가에 측백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세월의 무게앞에 당당하게 서 있는 낡고 오래된 목조건물에서 풍기는 고풍스러움이 주인장의 고집과 전통을 말해주는 느낌이다.

백두산 전나무와 소나무로 만든 목재를 들여와 지었다는 건물은 원형이 잘 보존돼 있을 뿐 아니라 막걸리 만들기에 유용하게 지어졌다.

건물 벽채는 수수깡을 엮은 뒤 흙을 바르고 나무판을 대어 마무리 했는데 흑벽과 나무판 사이에 왕겨를 넣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는 천연공기정화기 역할을 해 준다.

ⓒ 석길영·홍대기
문화재청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이곳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전에 인기리에 방영됐던 농촌드라마 '대추나무 사랑열렸네'의 촬영지이자 만화 '식객'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세왕주조'는 우라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술 공장이다.

3대째 양조장을 지키는 이규행·송향주 부부.

ⓒ 석길영·홍대기
양조장 주인장이라 해서 막걸리처럼 털털할 줄 알았는데 막상 대면해 보니 세련되고 시골에는 어울리지 않는 인텔리 한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정상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했던 술 공장을 전통을 지키겠다는 집념으로 운영을 맡아 전통주의 명맥을 유지하는 이들 부부에게서 장인정신과 전통의 가치를 소중하게 이어가려는 고집이 느껴진다.

어릴 적 동네잔치가 있을 때면 커다란 짐자전거에 둥그런 막걸리 통을 몇 개씩 쌓아 싣고 "따르릉~" 거리며 배달 오는 아저씨가 그때는 왜 그리 대단해 보였던지.

이렇듯 서민과 함께하며 서민의 시장기를 달래주고 고단한 삶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우리의 전통주 막걸리가 몇몇 업체에 의해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는 소리에 고향을 잃어 가는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글 / 홍대기 작가

사진 / 홍대기·석길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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