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포토에세이 People & Life - 옹기장이의 옹고집 '박재환 옹기장'

  • 웹출고시간2012.08.26 16:05:0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기찻길.

이어진 기찻길은 굽이마다 다양한 삶을 품고 있다.

그리고 이곳만의 삶의 풍경이 있다.

미호천 저녁노을로 뒤로 하고 저마다 고단한 삶을 실고 철커덕 철커덕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 정겹다.


이곳에 80평생을 한 결 같이 세월의 무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구밖 느티나무처럼 고향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이 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발효식품을 만들어 내는 옹기를 흙에 생명을 불어넣어 고운 꽃 피어내듯 만들어 내는 장인이 있다.

눈이 소복히 쌓인 장독대에서 살얼음을 깨고 말아먹던 동치미국수, 귀한 꿀을 벽장에 숨겨 두고 어린 손주가 오면 몰래주던 할머니의 꿀단지, 쌀독에 쌀이 가득하면 보고만 있어도 배부르던 시절. '보글보글' 소리와 함께 밥상의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던 뚝배기의 추억도 다 옹기에서 시작됐다. 우리의 삶과 함께 해왔음에도 우리는 흔하다는 이유로 참 무심했다.

미호천이 어머니의 품처럼 정겨운 충북 청원군 강외면 봉산리에서 다른 도기에 비해 저평가되고 천한 그릇으로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생각을 의식하지 않고 평생을 전통방식으로 옹기를 만드는 박재환 장인. 집안이 옹기를 만들어 온지도 200년이 지났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렇게 박 옹은 집안 대대로 기능을 이어 받았고 박 옹이 7대째이고 이제 아들이 그 일을 이어받고 있다.

박 옹이 사는 봉산리는 그릇을 만들기에 질 좋은 토양이 밑바탕이 되었다.

지역적으로 미호천을 끼고 있고 땅을 파면 점토가 분말처럼 섬세하고 고운 흙이 많이 나와 옹기 만들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옹기가 완성되기까지는 수십 번의 정성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서 이삼일 물에 물린 흙을 반죽해 떡가래처럼 만든 후 발로 차 돌아가는 물레에 흙을 얹어 그릇 바닥을 만든다. 이를 태림질이라 한다. 다른 자기들과는 달리 한 번에 빚는 것이 아니라 질자락이라 불리는 반죽을 아래로부터 위로 쌓아 올린다. 그 후 안근개와 바깥근개 라는 도구로 때리면서 안과 밖을 마주쳐서 평평하게 만들면서 올린다. 그리고 그릇의 허리와 아가미를 만들고 목가세 라는 흙 칼을 이용해 필요 없는 경계면을 자르면 모양이 갖춰진 그릇으로 태어난다.

그의 투박한 손은 흙을 떠난 적이 없다.

전통옹기에 쓰이는 유약은 잿물에 부드러운 흙을 섞는다. 소나무 ,사과나무 재를 주로 사용한다. 유약을 바른 옹기는 20일 가량 그늘에서 말린 후 가마로 들어가 구워진다.

옹기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은 가마에 불을 지피는 일이다.


처음에는 불을 약하게 피운다. 처음부터 높은 온도를 피다보면 옹기가 깨어질 수 있다.

옹기가 견뎌 낼 수 있게끔 서서히 온도를 높여준다. 그래서 일주일 내내 가마 곁을 떠나지 못하고 불을 지켜봐야 한다. 나무로 불을 때면 재가 생긴다. 제가 옹기에 붙어 녹아내리면 특유의 따뜻하고 푸근한 옹기색이 만들어진다. 그 자연스런 빛깔은 장작가마에서만 가능하다.

그가 옹기를 접하며 만들어온 그릇 종류만도 일상생활에 쓰이는 대독, 중도리를 비롯해 약탕관, 화로, 콩나물시루, 물두멍, 질동이, 소줏고리, 자배기, 똥 장군에 이르기 까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옹기는 곧 그의 인생이다. 1천300도의 열기를 견딘 긴 인고 끝에 태어난 옹기처럼 80년 세월 옹기를 만들어 왔지만 좋은 그릇에 대한 욕심은 변함이 없다.

이런 참 어른께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박 옹에 이어 8대째 대물림할 200년이 다 돼가는 가마터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오송 생명 과학단지 개발로 강외면 봉산리가 지정 된 것이다. 개발 논리에 밀려 200년 된 우리의 문화가 흔적 없이 사라진다니 가슴이 아프다.

가마터만 보존 할 수 있다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아들 박 성일 씨의 처연함에도 충청북도와 충북개발공사는 뒷짐만 진채 귀를 막고 있단다. 국외로 반출된 문화재를 찾아오려는 수고로움도 좋지만 내 땅에 존재하는 우리 문화를 개발이라는 삽질로 파 헤쳐지는 것부터 막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 한다. "하느님 뜻대로 하시겠지"하시는 박 옹의 말씀이 무더운 여름날의 밤공기를 서늘하게 한다.

세상이 변해가면서 음식을 담는 그릇에도 편리함에 익숙한 우리 삶에서 옹기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젠 아파트 문화, 플라스틱 밀폐 용기, 냉장고 때문에 우리 삶과 추억이 묻어있는 옹기를 보기 힘든 시대가 되고 말았다.

박 옹은 "우리 항아리의 모양을 봐. 선이 곱지도 세련되지도 않았지. 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의 삶과 인생, 역사가 담겨있다"면서 "잡초 같은 우리 민족을 가장 잘 표현해 내는 것이 바로 옹기"라고 정의했다.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옹기는 서민들의 삶으로 살아갈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