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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7.15 15:31:3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청나라에 포로로 잡힌 누이를 구하기 위해 홀로 적진에 뛰어든 조선 궁사. 수많은 적을 쓰러뜨리는 가공할 비밀병기는 손에 든 활과 화살뿐이다. 숨 막히는 대결 속에 스크린을 찢어댈 듯 공중을 가르는 화살.

쏟아지는 비처럼 하늘에서 떨어져 적군을 물리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화살은 알고 보니 전통무형문화재 양태현 궁시장의 손길에서 탄생되었다.

옛날부터 화살에 대한 이야기나 전설이 많이 전해져 내려온다.

어릴 적 수수깡 대롱으로 만든 장난감 화살, 맞으면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는 큐피트의 화살, 아들의 머리위에 놓인 사과를 화살로 명중시킨 스위스 사냥꾼 빌헬름텔,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주몽 옛날 유명한 왕의 이름을 떠나 뜻도 활을 잘 쏘는 사람이라고 하니 정말 활과의 인연은 대단할 수밖에 없다. 아마 한국이 올림픽에서 양궁 금메달을 휩쓰는 것이 우연은 아닌듯하다.대부분의 사람들은 활과 화살을 같은 사람이 만든다고 알고 있다.

ⓒ 석길영·홍대기
그런데 총과 총알 만드는 사람이 다르듯 활과 화살도 만드는 사람이 다르다.

이런 고된 작업을 천직으로 받아들이면서 한국의 전통을 지키는 양태현 궁시장 전북 전주가 고향인 그는 16살 어린 나이에 이 일을 시작했다.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 쪽 다리가 불편한 탓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어릴 적부터 만들기를 좋아하고 남다른 손재주를 눈여겨보신 이모부께서 다리는 불편해도 화살을 만드는데 지장이 없다며 화살과 인연을 권유했다.

그 당시만 해도 화살을 만들어 팔면 쌀 한가마를 사고도 남을 정도로 풍족하게 지낼 수 있었기 때문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그로써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렇게 맺은 인연을 평생 업으로 생활한지 40여년.

ⓒ 석길영·홍대기
간단해 보이는 화살도 우리 인생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그가 만드는 화살의 모든 재료는 모두 국산으로 사용하며 강원도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대나무와 꿩 날개깃, 소힘줄, 구지뽕나무, 가죽을 사용해 제작한다.

보기엔 대나무에 촉만 붙이면 되겠다 싶지만, 화살 하나를 만드는데 대나무를 2∼3년 동안 그늘에서 말린 뒤 겉을 여러 번 구워 건조하고 자르고 , 불에 굽고, 꿩 깃털을 다듬어 이리저리 수 시간 용을 쓰며 이어 붙어야 겨우 화살 한 개를 완성할 수 있다. 화살촉을 다듬고 꿩 깃털까지 붙여 한대를 완성하는데 꼬박 10시간, 수백 번의 손길을 거친다. 그 중에도 시위를 거는 부분을 만들 때는 신경이 곤두서는데, 이 과정이 잘못되면 화살은 여지없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다. 오죽 활 다루기가 귀신같았으면, 활 잘 쏠 이(夷)를 써 우리 민족을 '동이'라 불렀을까?

우리나라의 화살은 다른 나라 화살에 비해 대나무의 탄성이 좋아 정확하고 멀리 잘 날아가며 위력이 좋다고 한다. 그가 만드는 활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그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안전이다. 그래서 그는 궁사의 체형이나 힘 등을 고려해서 정교하게 맞춤형으로 제작한다.

한번 좌정하면 15일 정도를 매달려 화살 하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정성을 생각한다면 작품으로 대해주면 좋으련만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기에 그만 둘까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는데 전통 화살에 대한 애정 때문에 끝내 놓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고 담담히 말씀하시는 양태현 궁시장.

ⓒ 석길영·홍대기
한 때 매달 750대 이상을 만들던 화살의 수가 150대 안팎으로 줄고 88올림픽이후 금속이나 카본 재질의 화살이 등장하면서 대나무로 전통 화살을 찾는 이가 크게 줄었다. 그리고 화살을 만드는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생계마저 위협받는 현실에서 그나마 위안은 손이 많이 가는 전통화살을 지켜온 그에게 충청북도는 '충북무형문화재 제16호'로 지정했다.

하지만 아직 체험장이 없어 전통 화살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적은데다가 후계자가 없어 고민이라고 한다.

총이 나오면서 화살의 생명은 끝이 나고, 심신수양이나 드라마의 소품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역사를 관통하는 것이 전통이듯 화살 역시 역사를 관통해 영원히 사라지지 않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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