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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아닌 情을 사는…사람사는 場맛

  • 웹출고시간2012.03.11 17:53:3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고층 아파트 숲 사이로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봉평장과 같은 장터가 들어선다면 믿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천의 5일장은 잊혀져 가는 시골장터의 낯익은 풍물들로 5일마다 어김없이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옛말에 남이 장에 가니 씨오쟁이 짊어지고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생각 없이 남을 따라 하는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씨오쟁이란 짚으로 엮어 다음해 농사지을 씨앗을 보관하는 것으로 농사 짓는 사람들에겐 생명줄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을 떼어 짊어지고 장에 간다니 얼마나 어이없는 행동이던가.

장날 이란 말이 나오니 제일 먼저 생각나는 말이라 써본다.

ⓒ 석길영·홍대기
장날이면 시골에선 콩, 깨, 고추, 등을 가지고 나와 팔고 그 돈으로 집에서 필요한 생필품을 사가곤 한다.

닷새마다 열리는 장날이면 농속에 넣어 두었던 깨끗한 옷을 꺼내 입고 하얗게 닦아 놓은 고무신을 신고 나서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며 "과자 사와~!"하고 목청 높였던 어린 시절.

해가 서산으로 넘어 갈 때쯤이면 동구밖을 힐끔거리며 어머니 아버지께서 오기를 기다리다 멀리서 모습을 드러내면 놀이를 팽개치고 쏜살같이 달려가 손에 들린 바구니를 받아 들고 집으로 향하던 어린아이들.

새로 사온 검정 고무신을 신고 나오는 놈, 눈깔사탕을 손에 들고 혀로 빨아 먹으며 나오는 놈…. 아무것도 기다릴게 없는 아이들은 그저 부러운 눈으로 바라 볼 뿐이다.

ⓒ 석길영·홍대기
5일 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것만이 아니다.

멀리 타동에 사는 일가친척의 소식을 듣고 시집간 딸에게 소식도 전한다.

읍내 장터의 각 어귀마다 각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있다.

소식을 전하거나 전해 듣기 위해 각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서 만나기도 하고 근황을 물으며 다음 장날 꼭 나오라고 파발을 보내기도 한다.

ⓒ 석길영·홍대기
좌판에 산나물을 펴 놓은 할머니, 펑하고 터지는 튀밥 기계소리에 놀라 귀를 막는 어린애들, 토종닭과 오골계, 망태기에 담겨있는 고양이와 강아지 새끼들의 모습들, 장바닥에 좌판을 펼치고, 땅바닥에 자리 하나 깔고 오가는 손님 불러 세워 흥정을 하는 모습이 전형적인 시골장터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각종 나물과 식료품이 백화점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싼데다, 시골장이 빚어내는 정겨움과 푸근한 인심을 함께 호흡할 수 있어서 지금은 신세대 주부들도 많이 찾는단다.

ⓒ 석길영·홍대기
각박하고 삭막한 세상 잠시 번거롭고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5일 장에 나가 보라.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어우러진 맛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웃으며 장 한켠 간이 천막집 무쇠 솥에서 끓는 순대국밥에 막걸리 한 사발 나누면 새로운 맛이 느껴 질 것이다. 바로 사람사는 맛!

상전벽해라는 말이 실감나는 도시에서는 많은 장이 폐지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도 '과거의 옷'을 그대로 입고 당당하게 자리를 지키는 5일장을 보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가슴이 뜨겁다.
글 / 홍대기 작가

사진 / 홍대기·석길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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