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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9.05 17:46:02
  • 최종수정2023.09.05 17:46:02
[충북일보] 얼마전 평교사로 35년여간 교단에 몸담았다 퇴임한 지인 A 씨를 만났다. 소회를 물었더니 그는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온 교단을 별 탈없이 마칠 수 있었던 것에 무한한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모두가 주변 분들의 도움과 배려 때문이었다며 마음에 빚을 진 느낌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뒷말은 반전이었다. 그는 아버지로서 두 딸의 장래가 걱정된다고 했다. 수년전 1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큰 딸은 초등학교 교사로, 작은 딸은 유치원 교사로 임용돼 주위로부터 엄청난 부러움을 샀다. 그는 두 딸이 교직에 몸담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미래세대를 교육하는 선생님이야 말로 돈을 떠나 다른 직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보람과 긍지의 표상으로 생각했고, 진심으로 두 딸의 교사 임용을 감사하고 응원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희망은 최근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교육자라는 소명의식을 갖고 교단에 뛰어든 교사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상황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교육 당국과 우리 사회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한편으로는 교사 선배로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딸을 둔 아버지 입장에서 억장이 무너졌다. 그는 30여년 전 처음 교단에 섰을때와 퇴임할 때 교단환경이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체감하면서 "교사도 앞으로 쉽지 않은 직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급속도로 악화되리라곤 생각을 못했다. 때문에 얼마전까지만해도 두 딸의 교사임용이 자랑스럽고 행복했지만 지금은 두 딸이 정년까지 교사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A 씨의 걱정과 우려는 결국 전국 교사들의 분노로 폭발했다.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일인 지난 4일 서울 국회와 각 시·도 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추모행사가 '공교육멈춤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그동안 교권추락을 말없이 지켜봐 왔던 전국의 교사들의 분노가 서이초 교사의 극단선택을 계기로 들불처럼 일어났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선생님의 진상규명과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을 국회에 촉구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절규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여준 교육당국의 태도는 쉽게 납득이 안된다.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교사들의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한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해당 추모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학교가 임시(재량)휴업으로 전환하거나 교사 개인이 연가·병가를 사용하는 건 불법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러한 교육부의 으름장에도 교사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자 지난 3일에는 이주호 부총리가 '교권 회복 및 교육 현장 정상화를 위한 호소문'을 통해 학생들 곁에는 교사들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교사들의 집단행동 자제를 거듭 촉구했다. 뒤늦게 교육부는 교사 징계에 대해 여론이 악화되자 5일 9·4 '공교육 멈춤의 날'에 연가·병가를 낸 교사들을 징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강경입장에서 물러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누굴 위한 교육부인지, 상황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공감능력 부재의 교육당국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교육당국의 대처 모습을 보면서 전국의 교사와 많은 국민들은 교육부가 과연 교사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리고 있는 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머리로는 교사들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가슴으로는 교사들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은 교사들을 겁박할때가 아니라 눈물을 닦아줄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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