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 전쟁 51회

2018.11.22 17:36:22

권영이

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장

 동방이 강림차사와 심층 상담을 마치고 돌아왔다. 나는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동방의 낯을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어 공연히 딴전을 피웠다. 다른 사자들도 웅성거리며 동방의 상담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다.

 촐랑이 사자가 동방을 향해 달려가서 물었다.

 "어찌 됐나?"

 "글쎄요. 저는 강림차사님의 말씀에 충실하게 응대해드렸는데 결과야 강림차사님 마음에 달렸으니……."

 촐랑이 사자가 답답하다는 듯이 자신의 가슴까지 치며 다시 물었다.

 "아, 그래도 분위기라는 게 있지 않은가?"

 "하하. 사자님은 제가 최종 퇴출자로 선택받기를 바라시는데 그렇게 안 될까봐 노심초사하시는 것 같습니다."

 촐랑이 사자가 손 사레를 치면서 난색을 했다.

 "아,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난 걱정돼서 물어본 건데."

 "하하. 저도 그냥 해본 말입니다."

 촐랑이 사자가 얼굴을 펴고 동방에게 바짝 다가가 물었다.

 "이보게. 보아하니 결과가 좋은 게야. 그렇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여유 만만할 수야 없지."

 모여 있던 여러 사자들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동방이 어느새 뒤따라왔다.

 "김 사자님. 발뒤꿈치에 돌덩이를 매달고 어디 가십니까?"

 동방이 옆으로 다가와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비죽이 웃으며 농을 건넸다.

 "지금 농이 나오나?"

 동방이 어깨를 으쓱대며 대꾸를 했다. "하하. 저승세계 돌아가는 꼴이 농이던걸요. 뭐. 그러니 저라고 농을 하지 말란 법 있습니까."

 나는 동방을 바라보며 동방의 말뜻을 헤아리려 애를 썼다.

 "강림처사가 저에게 손을 내밀던데요. 자기 손을 잡으면 저승세계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 것이고 자기 손을 놓으면 무의 세계로 떨어질 것이라고 하면서요."

 혹시, 하던 의심이 역시로 확인 된 셈이다.

 "강림은 무엇이 부족해서 그런 생각까지 한다는 겐가?"

 "그런류의 자들은 끊임없이 무엇인가에 도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겠죠. 이번엔 좀 지나치다 싶지만."

 "그래, 구체적으로 어쩐다고 하던가?"

 동방은 편한 자세로 털퍼덕 앉더니 나를 한 번 보고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강림처사는 우리가 인간들보다 덜 진화됐다고 했어요. 인간들은 최근 몇백 년 동안의 신체적, 정신적, 문명의 진화가 수억 년 동안의 진화의 폭보다 더 큰데 저승세계는 그다지 변화가 없다는 거죠."

 나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니 지금 이 시스템으로 인간의 영혼을 관리한다는 건 맞지 않는 일이라는 거죠. 그래서 시스템을 바꿔야 되고, 그걸 바꾸려면 고리타분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최고 관리자부터 하부 관리자까지 몽땅 바꿔야한다는 겁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 어느 정도 감은 잡았지만, 염라대왕님께 반역을 저지르겠다는 거잖아?"

 "그는 반역이라고 생각지 않아요. 현재의 관리능력으로 인간들의 영혼을 통제할 수 없어 부득이 대안이 필요할 뿐이라는 거죠."

 나는 동방 한 번 바라보고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그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말세는 말세로구먼."

 동방이 입가에 엷은 웃음을 달고 말했다.

 "티끌 하나에도 존재할 의미가 담겨있는데 조금 답답해 보이기는 하지만 저승세계의 지금의 질서도 존재해야 할 의미가 있겠죠."

 동방의 말이 백번 천번 맞는 말이기에 또 고개를 끄떡여줬다.

 "그런데 사자님. 그 의미는 누가 부여하는 걸까요?"

 나는 동방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머리가 멍하니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글쎄. 에, 그게 말이지,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우주의 섭리가 아닐까? 크기도 깊이도 잴 수 없을 만큼 무한한 우주의 질서."

 동방이 벌떡 일어나서 내 허리를 꽉 껴안았다.

 "사자님. 사랑해요."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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