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2012.12.26 16:24:06

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마님네 마당가 나무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였다. 아침부터 새들이 날아와 이 가지 저 가지를 옮겨 다닌다. 새들의 날갯짓에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화르르 흩어진다. 나뭇가지를 쪼아대며 재잘대는 새들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마님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

마님 회사 동료직원이 이년 전에 마님에게 새를 키워보라고 제안했었다.

"어차피 우리 집은 온갖 새들이 다 드나드는데 굳이 새장 안에 새를 가두며 키우고 싶지는 않아."

"누가 사시사철 키우래? 겨울에만 키우라고."

".......···"

어리바리 마님은 무슨 말인지 몰라 눈만 껌뻑거렸다.

"겨울에는 굶어죽는 새가 많거든. 묵은 곡식 좀 뿌려놓으면 새들이 겨울 나는데 도움이 되잖아."

"아, 맞아!"

마님이 좋은 생각이라고 손뼉까지 치다말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곡식 놓은걸 새들이 알까?"

"그럼, 알고말고."

마님은 그날 퇴근하자마자 좁쌀을 한 움큼 들고 나와 나뭇가지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날마다 좁쌀을 먹고 갔는지 살펴보았지만 그 해 겨울이 다 가도록 좁쌀을 먹으러 오는 새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올 리가 없어. 이 자식, 나한테 뻥쳤어. 씨~~"

그리고 또다시 봄, 여름,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다. 마님은 쌀을 나뭇가지 위에 올려놓고 시간만 나면 거실창밖을 내다봤다. 그러던 어느 휴일 오후에…….

"와, 드디어 왔다!!!"

곤줄박이 두 마리가 나뭇가지를 쪼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마님이 좋아서 팔딱팔딱 뛰었다.

"애들아, 고마워. 내가 너희들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니?"

마님이 아예 머리를 창문에 바짝 들이대고 밖을 내다보며 히히거리니까 삼돌씨도 뭔 일인가 싶어 마님을 따라 창문에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삼돌씨, 저기 좀 봐.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새가 왔어."

"늘 들락거리는 새를 보고 유난 떨기는……."

"아니야. 내가 놓은 쌀을 먹으러 온 새야."

그날 이후 새들이 날마다 날아오더니 올 겨울에는 그 수가 부쩍 늘었다. 어떤 날은 십여 마리도 넘게 찾아왔다. 자주 열고 닫아 귀찮다며 마님네 쌀통이 마님을 보고 짜증을 냈다. "삼돌씨, 내년에는 새집을 나뭇가지에 매달아주어야겠어. 그러면 계속 우리 집에서 만 살 거 아냐?"

"아이구, 큰일 났네. 마님이 새들 데리고 산다고 삼돌이는 아예 제쳐놓겠구먼."

삼돌씨는 입을 비죽이며 툴툴대면서도 눈은 활짝 웃고 있다.

"마님 이왕이면 쌀 옆에 소주도 부어놔 봐. 새들이 술 먹고 취해서 비틀거릴 때 얼른 잡아서 새 구이 해먹게."

삼돌씨가 입맛 다시는 시늉을 하며 마님 약을 올린다. 나뭇가지 위를 퐁퐁대며 날아다니던 곤줄박이가 삼돌씨 이야기를 들었는지 푸르르 날아서 도망을 간다.

가까이에 있는 이와의 사랑이 더 뜨겁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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