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 전쟁 50회

2018.11.08 17:50:15

권영이

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장

 드디어 그날이 다가온다는 것을 모든 사자들이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1차 심사에서 전체 777명의 저승사자 중에 하위 10%인 77명을 가렸고, 2차 심사에서 다섯 명을 가렸고, 드디어 금주에 총괄 담당관인 강림처사와의 심층면담을 통한 최종심사에서 2명을 선정해 퇴출시키는 것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동방이 그 중의 한명일거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누구일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니 나머지 네 명은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더 무서웠을 거였다.

 지금은 내가 그 대상자가 아니지만 다음해에 내가 그 대상자가 될 수도 있으니 일부 몇 명을 제외한 나머지 전체 사자들도 무섭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도무지 마음을 한 곳에 붙들어 둘 수가 없어 안절부절 못했다.

 "사자님. 사자님답지 않게 왜 그리 산만해보이시죠?"

 동방이 언제 왔는지 곁으로 다가와 쿡, 하고 내 마음을 찔렀다. 나는 화들짝 놀라 뒤로 뒤뚱거리다가 나무 등걸을 잡고 겨우 자세를 고쳐 세우며 무안함을 애써 감췄다.

 "흠흠. 언제 왔나?"

 "한참 전에 왔는데 몰라보시던데요."

 "그럴 리가."

 "너무 걱정마세요. 저 때문에 그러시는 거 다 알아요."

 "걱정만 하는 내 무능함이 참 한심스럽네. 그래, 면담일정은 잡혔나?"

 "오늘 오후 세시요."

 "그렇게 빨리?"

 "뭐, 어차피 할 거라면 빨리 끝내는 게 낫겠죠."

 동방은 전혀 동요되지 않는 얼굴로 나를 보며 웃었다.

 "자넨, 지금 웃음이 나오나?"

 "그럼 엉엉 울까요? 그러면 사자님이 더 곤란해하실거면서. 헤."

 나는 할 말이 없어 두 손바닥으로 얼굴만 연신 쓸어내렸다. 동방이 그런 내 손등을 같이 쓸어내렸다.

 "사자님. 너무 염려마세요. 지금 다 잘되고 있어요."

 나는 동방의 손을 부리치고 소리를 버럭 지르며 일어났다.

 "뭐가 잘 되고 있다는 겐가? 자네가 영원히 사라지는 거? 그래서 이꼴저꼴 안 보니까 편해서 좋다는 겐가?"

 동방이 흥분해서 목소리까지 가라앉은 내 어깨에 두 팔을 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최악의 경우 그럴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염려하지 마세요. 사자님이 곁에 있어서 힘이 됐어요."

 나는 얼른 그의 팔을 내 어깨에서 내리고 그의 눈을 보며 물었다.

 "그래, 무슨 수로 그걸 막을 수 있다는 겐가? 궁금해서 미치겠네. 나에게 넌지시 알려줄 수 없나?"

 "하하. 궁금하셔도 조금만 참으세요."

 "아, 자네는 나를 믿지 못하는 군."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조직적으로는 하고 있지만 각자 자기가 맡은 일만 하고 다른 사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 지는 서로 모릅니다. 그래야 위험에 닥쳤을 때 희생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이해해주세요."

 나는 진지하게 말하는 동방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서 은은한 빛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만큼 그가 거대해 보였다.

 나는 그의 두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숙였다.

 "인간 세상에서나 지금 저승에서나 존경하는 자가 누구냐고 나에게 누가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동방이라고 대답할 것이네."

 동방이 어께를 들어 올렸다가 내리며 펄쩍 뛰었다.

 "사자님.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저를 진짜 똘아이로 만들 작정이세요. 가뜩이나 지금 밉상을 받고 있는데 어린놈을 앞에 놓고 존경 어쩌고… 에이, 그건 아니죠."

 그때 저쪽에서 우리 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렸다. 강림차사와 그의 무리들 몇이 조소를 띤 얼굴로 우리 쪽을 보며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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