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대상자 선별 공고가 떴다. 공고를 본 사자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일이 터지고 만 것이다. 이미 자기가 퇴출대상자가 된 것 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길게 내쉬는 자도 보였다.
퇴출자 선별계획 공고 제2016-4호
2016년도 저승사자 퇴출자 선별계획 공고
2016년도 저승사자 퇴출자 선별계획을 아래와 같이 공고합니다.
2016년 11월 4일
행복도시 저승사자 총괄 담당관 강림
1. 퇴출 예정인원
가. 행복도시 담당 저승사자 총 정원의 3%내
2. 퇴출기준 : 심사결과 하위 3%(서류심사 + 실적심사 + 면접심사)
가. 1차(서류심사) : 출신성분 등에 대한 요건심사(총 정원의 10%)
- 기 간 : 2016. 11. 10 ~ 2016. 12. 31
- 기 준 : 저승사자가 되기 전의 성분(이승에서 살아 온 삶의 점수)
나. 2차(실적심사) : 1차에서 하위 10%에 속한 자 중 하위 7%
- 기 간 : 2017. 1. 1. ~ 2017. 2. 28
- 기 준 : 하위 10%에 속한 자 중 목표 미달성자 하위 7%
다. 3차 면접시험 : 충성도가 낮은 하위 3%의 사자
- 기 간 : 2017. 3. 1. ~ 2017. 5. 30
- 기 준 : 하위 7%에 속한 자 중 총괄 담당관과 1:1 심층 면접 후 3% 확정
3. 퇴출방법
가. 2018년 1월 1일자로 직권면직
나. 직권면직 된 자는 저승세계에서 퇴출(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짐)
"난 죽으면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줄 알았지 뭔가."
사자들 입에서 한탄과 한숨이 섞여 나왔다.
"에이, 하필 이런 어수선한 시기에 저승사자가 될 게 뭐람."
사자들이 저마다 불만을 터뜨리는 사이에 한쪽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사자들을 나무라는 자도 있었다.
"평소에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하지 그랬나. 쯧쯧."
툴툴대던 사자들이 그 자를 향해 눈을 부라리고 대들었다.
"누군 열심히 안했는지 아나· 열심히 해도 인간들이 죽지 않는 걸 어쩌라고·"
"그러면 우리보고 아직 죽을 때가 안 된 인간이라도 죽여서 목표를 채우란 말인가·"
그 자는 여기저기서 자신을 힐난하자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더니 꽁지가 빠지게 자리를 피해 버렸다.
"저놈은 평소에도 강림사자님께 알랑거리더니 다 꿍꿍이 속내가 있었군."
동방은 이런 사태를 즐기기라도 하듯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이 사자, 저 사자를 살피며 돌아다니다가 내게로 다가와 물었다.
"사자님. 누가 퇴출자가 될 것 같아요·"
나는 동방을 내려다보면 물었다.
"자네나 내가 될 수도 있을 테지. 안 그런가·"
"헤헤. 퇴출되면 내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궁금해요. 저는요. 지금 말고 이승에서 인간으로 살았던 때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이다음 세상에서의 내가 또 궁금해졌어요.
나는 천진무구한 동방을 보고 껄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갈 세 세상은 그냥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무의 세계야. 자네나 나나 그곳으로 가면 영원히 사라지는 거지."
동방은 눈을 반짝이며 다시 물었다.
"영원하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나는 동방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들여다보다가 '이이는 어디서 온 누굴까·'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동방은 그저 평범한 사자가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