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 전쟁 49회

2018.10.25 17:44:37

권영이

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장

 내년도 사업계획이 공지되고 나서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전에는 그래도 슬금슬금 눈치라도 보면서 행동했던 강림처사를 따르던 자들이 이제는 대놓고 어깨를 펴고 다녔다. 더구나 편 어깨에 기세까지 올려놓고 거들먹거렸다.

 강림처사의 모습도 처음에 이곳으로 왔을 때보다 많이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금씩 변해서 늘 보던 사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사자들은 볼 때마다 놀라곤 했었다.

 "아니, 강림처사가 좀 이상해지지 않았나?"

 "글쎄. 매일 보다보니까 변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는데."

 "처음엔 스마트하고 지적으로 보였는데…."

 "하긴 자네야 가끔 보니까 그렇게 보일수도 있겠네."

 그가 고개를 끄떡이다가말고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변했다고 치자고. 그러면 지금은 어떻게 보이나?"

 "얼굴에 욕심이 붙기 시작했어. 처음엔 눈빛이 변하는가 싶더니 볼이 나오더군. 그리고는 턱이 변했고. 지금은 처음의 모습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그가 다시 고개를 끄떡거렸다.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네. 아, 생각나네. 꽃도령이 왔다고 수군거리곤 했었지. 저승사자도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나는구먼."

 기억을 더듬던 그 사자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숨을 깊게 토해냈다.

 "시간이 모든 걸 변하게 만드는 것 같아. 그렇지 않나?"

 다른 사자가 넋두리처럼 묻는 말에 반박을 했다.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하자고. 시간이 그렇게 만든 게 아니고 우리 스스로 우리를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단 생각은 안 해봤나?"

 그 사자가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끄떡이며 대꾸했다.

 "모습이 변한 건 이해가 되네만 목소리까지 완전히 변한 건 이해가 안 되더라고."

 "아, 맞다. 처음에 강림처사의 목소리를 듣고 너무 멋져서 홀딱 반했었는데. 거, 뭐랄까. 살얼음 위에 햇볕이 앉을 때 나는 소리같이 맑은 목소리였었어."

 까무룩 잊혀져가는 추억을 건져 올리는 듯한 눈빛으로 먼 곳을 응시하는 그의 얼굴에 그늘이 스쳐지나갔다.

 "이보게. 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말끝을 흐리자 답답하다는 듯이 듣고 있던 다른 사자들의 눈길이 그에게로 쏠렸다.

 "뭐, 강림처사만큼 힘이 있어 보이거나 스마트해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눈이 또랑또랑하고 몸이 날래고 머리에 뭔가 든 것 같아 보이는 동방은 어떤가? 제2의 강림으로?"

 무슨 대단한 말이 나올까 기대했던 사자들이 입을 모아 핀잔을 줬다.

 "에이, 말 같잖은 말 그만두세. 어린애를 가지고 누구한테 같다 붙이는 게야. 그리고 그 아이는 촐랑대는 게 딱 어린애야."

 "그건 그렇지. 뭔가 새로운 기운을 몰고 갈 역량은 안 되긴 하지."

 여러 사자들이 공감을 눈빛으로, 고개로, 표정으로 공감을 표현했다.

 "그렇지만 그 친구가 사자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힘은 대단한 모양이더라고. 그 황소고집을 가진 원로 선배도 그 친구 앞에서는 순한 양처럼 굴던데."

 "그건 그렇지."

 "난 지금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는데. 무엇에도 동요되지 않고 자기 주관대로 하는 꼿꼿한 김 사자가 그 애라면 껌뻑한다는 게 이상하단 말이야."

 그의 말에 모여 있던 사자들의 눈이 동시에 반짝거렸다.

 "맞아, 맞아. 그건 무슨 조화지?"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수 있어. 그들과 염라대왕님만 아는."

 그들 중 하나가 툭 튀어나와서 그 말을 한 사자를 받아쳤다.

 "지난번에는 강림차사와 염라대왕님만 아는 비밀이 있다고 떠들어대더니 이번엔 동방으로 바뀐 거냐?" 그는 핀잔을 준 사자를 향해 눈을 부라리며 일침을 놓았다.

 "뭐가 옳은지는 두고 보면 알 것 아닌가."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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