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개떡

2013.04.03 13:50:14

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요즘 삼돌씨가 영 기운이 없어 보인다. 지난달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다는 통보를 받고나서 의기소침해졌다. 마님은 그런 삼돌씨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못한다.

"삼돌씨, 오늘 날씨도 따뜻한데 우리 나물 뜯으러 갈까?"

삼돌씨는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그렇게 누워만 있으면 기운이 더 없는 거야. 자꾸 바지런하게 움직여야 해."

마님이 누워 있는 삼돌씨 팔을 잡아당기며 일어나라고 재촉을 한다.

"아이 씨, 귀찮아 죽겠네. 마님 혼자 가."

삼돌씨가 마님 손을 뿌리치고 돌아눕는다. 마님은 그런 삼돌씨 옆구리를 간질이며 재촉을 한다.

"내가 기운이 쑥쑥 나는 산삼을 보고 왔단 말이야. 그런데 혼자는 도저히 떨려서 못 캐겠어."

삼돌씨는 마님 등쌀에 못 이겨 시큰둥한 얼굴로 마지못해 따라 나오면서도 사뭇 못마땅한 표정이다. 힘찬 발걸음으로 앞서가는 마님을 보니 진짜 산삼이라도 숨겨놓고 찾으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산 쪽으로 가지 않고 집 옆 밭둑으로 가는 마님을 보고 삼돌씨가 콧방귀를 뀐다.

"그러면 그렇지. 산삼은 무슨…"

마님이 밭둑에 쪼그리고 앉아 이제 막 고개를 내밀고 기지개를 켜는 여린 쑥 허리를 자른다. 삼돌씨가 마님 하는 양을 보고 퉁바리를 준다.

"그래가지고 언제 뜯어. 그냥 뿌리째 캐서 집에 가서 다듬으면 될 걸. 아이고, 우리 미련퉁이 마님."

"뿌리째 뽑아버리면 내년에 안 나잖아."

마님은 콧노래까지 흥얼대며 삼돌씨 투정을 다 받아준다.

"애들아! 쑥쑥 자라서 내년에 또 만나자."

마님은 여린 쑥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삼돌씨는 밭둑에 앉아 아랫마을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봄철에 아무데서나 쑥쑥 잘 자라는 이 쑥이 혈액순환 개선에 효과가 엄청 좋대. 그래서 쑥을 먹고 곰도 사람이 됐나 봐. 그치? 울 삼돌씨는 쑥 먹고 뭐가 될까? 히히."

마님은 집으로 돌아와 여린 쑥을 찬물에 헹궈 씻은 다음 소금물에 살짝 데친다. 데친 쑥을 찬물에 다시 씻어 물기를 꾹 짜서 놓는다. 쌀을 갈아 가루로 낸 다음 체에 곱게 거르고 나서 뜨거운 물을 넣고 익반죽을 한다. 물기를 뺀 쑥과 반죽을 섞은 다음 손에 묻어나지 않을 때까지 충분히 치댄 다음 조금씩 떼어 둥글납작하게 빚는다. 김이 오른 찜기에 배보자기를 깔고 빚은 것을 15분가량 찐다. 대접에 찬물을 반 컵 정도 담고 참기름을 타서 손에 묻힌 다음 찜기에서 쑥떡을 꺼내 골고루 바르고 한 김 식힌다.

마님이 반질반질한 연초록색 옷을 입은 쑥떡을 접시에 담아 삼돌씨 앞에 놓는다. 삼돌씨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니, 이게 뭐야? 쑥개떡이네. 언제 이런 걸 다 만들었어?"

"삼돌씨, 맛있게 먹어. 곰도 쑥 먹고 사람이 됐으니 삼돌씨는 이거 먹고 신선이 되려나? 난 그래도 지금 이대로가 더 좋으니까 절대로 신선이 되면 안 돼. 알았지? 헤헤."

삼돌씨 입이 쑥개떡보다 더 크게 벌어진다.

"어릴적에 우리 엄니가 해주던 엄마표 쑥개떡이 도대체 몇 개야? 흐흐흐. 삼돌이가 드디어 심봤다!"

삼돌씨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마님 어깨가 쑥쑥 올라간다. 밭둑에서 고개를 쏙 내밀고 마님네 거실을 기웃거리던 여린 쑥이 배시시 웃는다.

사랑이 만병통치약이 아닐까?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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