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 전쟁 29회

2017.12.07 13:12:28

권영이

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원

며칠 동안 동방을 보지 못해 몹시 궁금했다. 더구나 지난번에 진등 사자가 한 말이 맴돌아 머릿속이 실타래처럼 엉켰다. 그의 말을 다 믿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들어본 그의 색다른 세계관이 신기해서 동방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다. 그러고 나면 엉킨 머릿속 실타래가 풀릴 수 있지 싶었다.

내가 무엇인가에 집착하기 시작한 시기를 생각해보니 동방을 만나고부터였던 것 같았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하루가 시작되면 맡은 임무를 시작해서 끝내고 또 시작해서 끝내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한 달이 가고 일 년이 가다보니 300여 년이 흘렀다. 마음이 동요되는 일이 없다보니 시간의 개념은 거의 무의미했다. 하루를 사는 것이나 백년을 사는 것이나 나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다. 다른 사자들도 다 그렇게 살고 있다고 믿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동방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내 마음을 이렇듯 흔들어 놓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그는 도대체 어디서 온 누구란 말인가?

동방을 만나고 지금까지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가 인간의 혼을 대하는 감정과 행동, 그들을 안내하는 방법, 사자들을 바라보는 시선, 대왕을 대하는 편안한 태도 등이 지금껏 나와 사자들이 가지고 있던 것과는 사뭇 달라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혼란스러운 다른 무엇이 우리의 삶을 달라지게 할 것 같은 기대감이 가슴 저 밑에서부터 뭉글뭉글 올라왔다.

"허허 나도 참 한심하기 그지없군. 나 자신을 내가 어쩌지 못하고 새까만 후배에게 기대려하다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헛웃음을 웃었다.

"뭘 그리 혼자 중얼거리시나?"

진등 사자가 어느새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가뜩이나 한심스러운 자신을 탓하고 있다가 그런 모습을 들켜버려 여간 겸연쩍지 않았다.

"언제 오셨습니까? 저는 오신 줄도 모르고 그만…"

"김 사자와 이야기를 나눈 후 곰곰이 생각해 봤네"

"아, 네"

"나는 우리가 하는 일이 무척 신성하다고 생각했네"

"그야 그렇지요"

"그런데 인간이 죽으면 우리가 저승으로 안내를 해야만 하는 가?"

나는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김 사자 생각은 어떠신가? 내가 괜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가?"

"아무래도 인간들에게 저승길은 초행길이니 누군가의 안내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조했다.

"맞아. 그렇겠지? 그런데 말일세.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

그는 그 다음 말을 잇지 않았다. 나는 답답해서 채근을 했다.

"어떤 점이 이해가 안 되시는데요? 어서 말씀해보십시오"

그는 자기의 생각이 혹시 틀리지는 않을까 점검하듯이 천천히,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고한다면 지금처럼 인간의 혼을 존중하고 성심껏 안내하는 것이 아니고 실적을 채우기 위해 혈안이 돼서 아직 육체에 붙어있는 혼까지 훔치는 이런 사태를 왜 방관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단 말이지"

나도 그의 말에 적극 동조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조금 전에 그가 한 것처럼 고개를 끄떡였다.

"흐음 저도 전부터 그런 생각은 했습니다만"

"그래서 말이지. 지금 우리 조직이 혼란스럽듯이 저승세계에서는 완성되지 않은 불안전한 혼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더군"

"아, 그래요? 그렇다면 대왕님께서도 이 사태를 잘 알고 계실 텐데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 모르겠군요"

"내 말이 그 말일세. 그래서 지금 저승세계에서는 진짜 염라대왕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서 가짜를 왕좌에 앉혔다는 유언비어도 떠돈다네"

"네? 설마…"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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