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 전쟁 7회

2016.06.09 15:40:17

권영이

증평군 문화체육과장

"미친놈!"

나는 다시 전부가 들을 수 있도록 좀 더 명료한 어조로 욕을 했다.

강림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다가 사자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의 입가에 비웃음이 슬쩍 비췄다.

"여러분! 여러분의 눈에도 내가 미친놈으로 보입니까?"

장내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면서 사자들이 내뿜은 입김이 서리로 변할 기세였다.

"왜, 대답하는 사자가 하나도 없습니까?"

사자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과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를 피하려고 그러는지, 그의 눈과 마주치게 되면 10%의 목록에 오를까 두려워서 그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사실 나도 그들처럼 두려웠다. 저승세계의 삶이 딱히 행복하다거나 미련이 남아서 아등바등 버티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내 존재가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이 상상되지 않을 뿐이다. 더구나 내 의지가 아닌 얍삽하고 비열한 저들에 의해서 소멸된다고 생각하면 인간이었을 때 가지고 있던 불끈한 성정이 되살아날 것만 같았다.

나는 천천히 걸어서 강림이 서 있는 앞으로 나갔다. 의연하게 걷는다고 걷는데 다리가 조금 후들거렸다. 강림의 얼굴에서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어, 어. 뭡니까? 지금?"

나는 눈을 감고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다.

'떨지 마. 모두가 보고 있잖아. 이 중에 그 누구도 너의 생명을 소멸시킬 자는 없어.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같은 존재니까.'

나는 그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허리를 펴고 천천히 걸어서 무대 중앙에 선 그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뭐냐고 묻지 않았습니까?"

나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와 대화하려고 나간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코앞에서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은 얼굴로. "뭐냐고? 당신, 도대체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목청을 높였다. 수백 명의 사자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와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그를 무시하고 사자들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미친놈입니다."

사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각처럼 반듯한 강림의 얼굴이 약간 실룩였다.

"여러분! 우리는 모두 미친놈들입니다."

얼음 속에 박혀 있는 것처럼 경직된 그들의 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입에서는 휴, 하는 안도의 한숨과 어· 하는 의아의 눈빛이 하나 둘씩 꿈틀거렸다.

"우리의 역할은 이승의 사람이 목숨을 다했을 때 그들을 저승으로 안내하는 자일뿐입니다."

사자들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런데 우리에게 일정한 무게의 인간의 혼을 가져오라는 목표를 주어서 경쟁하도록 했습니다."

사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조를 했다.

"그래서 일부 파렴치한 사자들은 아직 저승으로 갈 때가 안 된 인간의 혼을 몰래 조금 떼어서 목표를 채우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도 그런 마음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사자들 중 일부는 고개를 숙였다.

"우리가 진정 해야 할 일은 죽은 인간의 혼을 저승으로 편안하고 안전하게 안내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무슨 목표가 필요하겠습니까?"

장내 분위기가 수선스러워졌다. 강림은 위기를 느꼈는지 나를 밀치며 소리를 질렀다.

"뭐야, 당신? 누가 당신보고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하라고 했나? 엉!"

강림이 내 어깨를 잡고 끌어내려고 했다. 나는 잡힌 어깨에 힘을 주고 그를 향해 순식간에 돌아섰다. 그가 돌아서는 내 어깨에 가슴을 맞고 뒤로 넘어졌다.

쿵! 그가 넘어지는 소리에 조금 전까지 꽁꽁 얼어붙은 장내 공기가 쨍! 하고 깨졌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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