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 전쟁 45회

2018.08.30 17:40:26

권영이

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원

동방이 수상쩍은 사자의 어깨를 잡고 흔들면서 다그쳤다.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느냐고요?"

그는 한참을 동방에게 시달리면서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반성을 한다거나 자기한 한 짓을 감추려고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무슨 이유죠? 김 사자님 구역에 온 이유가?"

그 자는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는 동방의 손을 슬그머니 빼더니 입술을 비죽이며 한마디 했다.

"그러는 그대는 다 알면서 왜 묻나?"

"다 안다고요?"

그 자가 가래침을 뱉으며 툭 던진 말이 순식간에 나를 덮쳤다. 다리에 힘이 빠져 간신히 버티고 서 있었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이들의 혼을 훔치러 온 거고 그건 당신들도 이미 알고 있잖소. 그러면 훔치지 못하도록 미리 손을 쓰던가. 이럴 줄 알면서 방관하다가 이제 와서 그 책임을 몽땅 나에게 떠미는 거나 남의 구역에 와서 밥벌이 좀 하는 거나 다를 게 뭐 있소?"

동방이 벌게진 얼굴로 그 자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럼, 저 여인의 혼을 지금까지 조금씩 훔친 자가 당신이었어?"

그 자가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뭐라고? 이런 파렴치한 같은 놈!"

동방의 손이 그 자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고 그 자의 머리통이 흔들리더니 몸통이 옆으로 쓰러졌다. 그 자는 쓰러지면서 피실, 피실 웃음을 땅바닥에 흘렸다.

"동방! 왜 이러는 겐가. 이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네."

동방은 쓰러진 그 자를 내려다보며 단호하면서도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평소의 동방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낯선 사자 같았다.

"저렇게 맑고 순수한 인간의 혼을 훼손시킨 네 죄 값은 영원히 지옥 불구덩이에서 네 몸을 태워도 씻지 못할 것이다!"

동방의 낮으면서도 힘이 실린 음성이 땅바닥을 퉁퉁 울렸다. 쓰러져서 동방을 비웃던 그 자가 동방을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공포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나 또한 동방을 만난 이후 지금까지 동방의 존재가 도대체 뭔지 궁금할 만큼 그의 다양한 모습에 놀라곤 했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

"동방."

나는 멍하니 그런 동방을 보며 입안에서 우물우물 동방을 불렀다. 차마 큰 소리 내어 부르면 안 될 그런 존재처럼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다.

"아, 김 사자님. 제가 그만 흥분해서……."

"아, 예."

나는 동방을 향해 깎듯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사자님! 왜, 이러세요?"

나도 얼떨결에 한 내 행동에 놀라서 입을 벌리고 눈만 껌벅거렸다. 조금 전까지 땅바닥에 패대기쳐진 그 자 또한 입을 벌리고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

동방이 사태가 심각해진 걸 알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땅바닥에 엉거주춤하게 앉아있는 그 자를 일으켜 세우고 옷을 털어주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아닙니다. 제가 잘못해서……."

둘은 연신 서로에게 허리를 굽혀 사과를 했다. 나는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다가 석연찮은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들었다. 막 문을 열고 한 발을 내딛던 그녀가 우리를 보고 웃고 있었다. 입가에 침이 흘러내리는 걸 소매로 훔치면서.

"아니, 이보시오. 지금 내가 보이는 거요?"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응. 헤."

산 자의 눈에는 절대로 저승사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녀는 아직 살아있음에도 우리를 보고 있었다. 동방과 그 자도 내 뒤를 따라 달려와서 그녀를 요리조리 살폈다. 그녀가 그런 우리를 우리에 갇힌 원숭이를 구경하 듯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며 웃었다.

"김 사자님. 어찌 된 일일까요?"

"그걸 내가 어찌 알겠나. 자네가 모르는 걸 내가 어찌. 오늘은 이상한 일만 생기는 군."

그녀가 동방과 눈을 맞추더니 무슨 말인가 입에서 우물우물 꺼냈다.

"어무, 마마, 어, 어무."

동방이 한참을 그녀의 눈과 입을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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