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 전쟁 46회

2018.09.13 20:50:27

권영이

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원

"동방. 저 여인이 지금 뭐라고 하는 겐가·"

동방이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싱긋 웃고 나서 우리를 보며 대답했다.

"자기 시어머니를 저승으로 모셔달라는데요. 돌아오지 못할 아들을 기다리느라 저승사자의 안내를 거부하는 죄를 짓고 있었지만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나봅니다."

그 자가 놀란 눈빛으로 동방을 바라봤다. 나도 동방의 말이 믿기지 않아 되물었다.

"아니, 저 아낙은 혼을 도둑맞아 기본적인 신체기능 밖에 작동하지 못하는 걸로 아는데 그런 판단을 어찌 한단 말인가?"

동방은 어깨를 살짝 들어 올리고는 두 손바닥을 펴 보이며 대답했다.

"저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저 여인이 저에게 그렇게 전달했어요."

나는 더욱 의아해서 다시 물었다.

"겨우 어버버, 라고 입술을 굴린 것뿐인데 그렇게 큰 뜻을 전했단 말인가?"

"네. 저는 틀림없이 그렇게 전달 받았어요."

그 자가 동방을 흘금거리더니 동방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어물거리며 말했다.

"좀 전에 보니까 신처럼 굴던데 진짜 신 아니신가· 우리는 못 듣는 말을 들으니 그런 의심이 들어서. 흠흠,"

그건 그 자의 말이 맞다. 내가 듣기에도 그 여인은 알아듣지 못할 말을 우물거릴뿐더러 그것이 말이라고 하기에도 어설픈 어린아이 옹알이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나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네. 설명 좀 해주지 않겠나· 더구나 저 여인이 어찌 노인의 아들이 돌아오지 못할 자라는 것을 아는 건가?"

그 자도 나의 말에 공감한다며 반색하는 얼굴로 우리 둘을 번갈아 바라보며 눈알을 굴렸다.

"우릴 속이려 들지 말게. 아무래도 저 여인과 자네는 애초부터 어떤 연관이 있었던 게야. 그렇지?"

동방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에게 대들 듯이 따지고 물었다.

"사자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 여인을 먼저 만난 건 제가 아니고 사자님이시잖아요. 그리고 저에게 저 여인이 좀 특별한 것 같다고도 말씀하셨고요. 사실 그래서 저도 그때부터 인간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데……."

"그랬지. 그때는."

나는 우리를 보고 웃고는 있지만 초점 없는 눈으로 우리가 모르는 다른 세계를 보고 있는 듯한 그 여인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여인의 생각을 읽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저승으로 갈 때가 된 사자가 아니기에 그 안을 다 들여다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여인이 알아듣던지 말든지 말을 걸어보았다.

"그대는 그대의 남편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아는 거요?"

여인은 내 물음에 대답은커녕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내 옆에 서 있던 그 자도 내 의도를 알아채고 고개를 끄떡였다.

"김 사자님 생각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동방은 우리와는 다른 사자가 분명하기는 한데……."

동방은 우리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여인과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 이야기를 연신 주고받고 있었다.

"어무. 어마아. 마무."

"하하하하."

동방은 그 여인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웃느라 우리는 안중에도 없어보였다.

"동방! 뭐가 그리 좋은가· 우리도 좀 껴주게나."

동방과 그 여인은 우리가 건네는 농조차 들리지 않는 것 같아보였다. 그래도 이곳에서 동방을 가장 잘 알고 가장 가깝게 지내는 자가 나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아 섭섭하기도 하고 은근히 배신감까지 들었다.

그 자가 내 마음을 훔쳐보았는지 내 편을 들어주었다.

"아이고, 저들이 언제부터 저런 사이가 됐을까요. 겉만 보고는 사자 속내를 알 수 없다니까."

그 자가 옆에서 거드니 부아까지 속에서 올라왔다. 나는 동방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동방! 쓸데없는 농지거리 그만하고 그만 돌아가세!" ⇒ 다음호에 계속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91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