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하는 사랑

2013.03.20 13:48:09

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마님은 삼돌씨가 깰까봐 조심하며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새벽 찬 바람이 이슬 묻은 몸을 슬쩍 들이미는 바람에 삼돌씨가 깬다.

"마님! 꼭두새벽부터 뭔 일이여?"

"아무것도 아냐. 상쾌한 새벽바람 좀 맞으려고."

삼돌씨는 하품을 하며 이불을 끌어올리고 다시 눈을 감으며 궁시랑 댄다.

"새벽부터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저러는지, 원."

두타산도 마을도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아 어스름하다. 마님은 살금살금 걸으며 이곳저곳을 살피며 중얼거린다.

"이상하네. 분명히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마님은 고개를 갸웃대다가 발걸음을 돌린다. 그때 가냘프게 어디선가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마님이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다가 보일러실로 달려간다.

"으에엥~~ 엥."

아기 울음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들린다. 마님은 조심스럽게 보일러실 문을 열고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란다.

"이야~옹!"

하얗고 커다란 고양이가 가슴에 뭔가를 잔뜩 안고 누워 있다가 마님을 보고는 벌떡 일어나며 앙칼지게 소리를 지른다. 고양이 품에서 하얀 솜뭉치가 스르르 떨어지더니 꿈틀댄다.

"어? 너, 너, 새끼 낳았구나. 그런데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니? 새끼가 참 예쁘네."

마님 눈과 입에서 연실 헤헤 거리는 웃음이 묻어난다. 그런 마님을 보고 고양이도 경계를 풀고 다시 눕는다. 새끼 고양이들이 엄마 품으로 고물고물 파고든다. 작은 털 뭉치 세 개가 뭉쳐 커다란 털 뭉치 하나가 된다.

마님은 집안으로 후다닥 들어가서 멸치를 넣고 비빈 밥과 물그릇을 들고 나온다. 마님 어깨가 흥에 겨워 들썩인다.

"야, 털 뭉치! 고생 많았다. 이거 먹고 기운차려. 그리고 큰 소리로 울면 절대 안 된다. 울 삼돌씨한테 들키면 쫓겨난단 말이야."

마님은 밥그릇과 물그릇을 고양이 앞에 놓아주고 돌아서다가 바로 눈앞에 딱 버티고 서서 마님을 노려보는 삼돌씨를 보고 놀라서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어쩐지, 마님이 들고나는데 불온한 바람이 묻어오더라니…"

"나는 뭐, 그저, 아기 울음소리가 나서 나와 본거야."

삼돌씨가 입술을 질근질근 깨물며 단호하게 일침을 놓는다.

"이 고양이들은 절대 안 돼. 마님이 지금까지 이것저것 가지고 와서 제대로 보살핀 게 있어· 다 나한테 떠맡겨 놓고 자기는 입으로만 키우잖아·"

마님은 손가락을 입에 물고 헤헤거린다.

"아무리 그래도 소용없어!"

"새끼가 조금 크면 나갈 텐데 뭘. 삼돌씨! 그때까지만 돌봐주면 안 돼?"

"누가?"

"삼돌씨가."

"참, 내. 그럴 줄 알았지. 마님이 저질러 놓은 일을 왜 내가 만날 수습해야 해·" "난 출근도 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삼돌씨랑 놀아줘야하니까 무지 바쁘잖아."

둘이 옥신각신하는 양을 바라보던 고양이가 '이야~~~옹' 하고 운다. 새끼들도 엥엥 거린다. 삼돌씨가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 한숨을 쉬며 투덜댄다.

"에이 씨. 언제까지 마님이 벌려 놓은 사랑 놀음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거야."

마님이 고양이들을 내려다보고 속삭인다.

"헤~ 우리 이제 몰래 만나지 않아도 돼. 터놓고 지내자. 대신 앞으로 밥은 삼돌씨가 줄 거야. 히히."

몰래하는 사랑만큼 달콤한 사랑이 있을까?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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