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조 파업이 노사 양측의 현안에 대한 시각 차이와 함께 감정싸움으로 번져 조속한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측은 △간병사 3교대 전환 철회 △노동조합 활동 인정 및 보장 △호봉제 등 임금체계 정착 △인사위원회 노사동수 구성 등의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 "불통 병원장" vs 병원 "충분한 합의"
노조는 파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로 소통을 거부한 병원장을 들었다.
1일 청주시청에서 만난 문설희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본부 조직국장은 "사태를 파국으로 몬 당사자는 한수환 병원장"이라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고자세를 취하고 있는 병원장이 존재하는 한 원만한 단체협상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수환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원장은 "근로시간 단축과 각종 수당의 축소에 대해서는 현 임금체계를 보전해준다는 약속을 했다"며 "8명의 간병인력을 충원할 뿐만 아니라 근무 강도가 높은 낮 시간에는 1인 1실로 운영, 비교적 근무 강도가 낮은 야간에는 1인 2실로 운영할 계획이라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간병사 3교대 전환, 노사 입장차 커 난항
노사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은 '간병사 3교대 근무 전환'이다.
간병사 3교대 전환은 1일을 8시간, 3조의 근무자로 나누고 24시간 계속해서 일하는 교대제 근무의 형태다.
노조는 간병사 3교대 전환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충분한 인력 충원 없이 무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직원에게도 환자에게도 득이 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문설희 국장은 "병원 측이 고수하는 교대제 안은 환자 15~21명당 간병사 1인이 배치되는 위험천만한 계획"이라면서도 "병원 재정상 인력충원이 어렵다면, 기존 근무형태를 유지하면서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준격일근무제를 도입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병원 측은 노조에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내심 '억울하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한수환 원장은 "인력 채용 여부는 병원 고유의 경영 권한"이라며 "지난달 13일 조정 마지막 회의에서 원칙적으로 합의된 사항임에도 2차 조정 마지막까지 근무안을 뒤집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제2의 위탁해제 사태 오나… 환자들은 '불안'
현재 노사 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2년 전 효성병원 '위탁 운영 해지' 사태와 별반 다를 바 없다.
당시 위탁 운영을 맡았던 청주 효성병원은 노사갈등 문제가 불거지자 노인병원 운영을 포기했다.
표면상 이유는 노사갈등이었지만, 당시 효성병원은 노인전문병원에서 상당한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위탁 중인 씨엔씨 재활병원도 매년 4억여원의 적자를 보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될 시 '위탁 해지'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게 병원 안팎의 전언이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환자들은 좌불안석이다.
혹시나 병원에서 위탁 해지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병원 인력 162명 중 85명이 파업에 동참했고, 그 중 간병인이 55명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병원은 대체인력 투입해 환자 간병에 차질이 없다지만, 환자와 가족들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환자 A(68)씨는 "파업을 한 뒤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지난달 29일 밤에는 병원 측과 노조가 언성을 높여 병원이 시끄러웠다"며 "병원을 옮겨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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