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통합되는 괴산·보은 접경지 가보니…

금단산 경계로 나뉜 두 마을…"그 마을에 누가 사는지도 몰라유"
괴산서 보은 왕래 위해선 도계(道界) 넘나들어야
지리적 이유탓에 생활권·문화권 전혀 달라
괴산 주민들 "선거구 편입, 말도 안되는 처사" 한목소리

2016.02.28 19:09:08

[충북일보] 이웃해 있었지만 이웃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두 마을의 사이는 산으로 가로막혀 있었고, 주민들은 왕래조차 어려웠다.

취재진은 지난 26일 4·13총선에서 통합이 유력한 괴산과 보은의 접경지를 찾아가 봤다.

이날 새벽 눈이 와 다소 쌀쌀한 날씨만큼 선거구 통합이 거론되는 이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괴산과 보은의 인접한 부분은 지도상 단 3㎞에 불과했다. 경계에 맞닿아 있는 마을은 괴산의 3개 마을과 보은의 1개 마을이었다.

괴산군 청천면 평단리·상신리·사담리와 보은군 산외면 대원리다. 괴산과 보은의 경계 지점은 높은 산들로 가로막혀 있었다. 중심에는 해발 768m의 '금단산(金丹山)'이 있다. 금단산의 서쪽 방면으로 1.8㎞ 지점에는 '신선봉'이라는 봉우리가 있고, 동쪽 1.7㎞ 지점에는 해발 693m 높이의 '덕가산(德加山)'이 있다. 동서로 이어진 이 3개의 산이 괴산과 보은이 맞닿은 경계의 전부다.

남부3군(보은·옥천·영동) 선거구 편입이 기정사실화된 괴산지역 주민들은 취재진이 방문 목적을 알리자 한결같이 "말도 안 되는 처사"라며 입을 모았다.

선거구 통합이 유력한 괴산과 보은의 접경지는 단 3㎞ 정도에 불과하다. 26일 보은군 산외면 대원리의 한 주민(좌)과 괴산군 청천면 평단리 주민 임칠모(우)씨가 산으로 가로막힌 양 지역을 가리키고 있다.

ⓒ최범규기자
임칠모(61·괴산군 청천면 평단리)씨는 "어제도 마을 어르신들과 이 부분(선거구 통합)을 놓고 얘기를 했는데, 모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극렬히 반대했다"며 "보은까지 가려면 큰 산을 돌아 30분 넘게 가야하고, 이마저 청주나 경북을 거쳐 가야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주민들 간 교류는 전혀 없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전통적으로 양 지역의 교류가 전혀 없어 생활권, 문화권이 전혀 다르다는 게 주민들의 일관된 설명이었다.

선거구 통합이 유력한 괴산과 보은의 접경지는 단 3㎞ 정도에 불과하다. 26일 괴산군 청천면 사담리 이장 염규영(좌)씨와 보은군 산외면 대원리의 한 주민(우)이 산으로 가로막힌 양 지역을 가리키고 있다.

ⓒ최범규기자
괴산군 청천면 사담리 이장인 염규영(54)씨는 "이 지역은 오히려 화북면이나 청주시와 생활권이 같다"며 "선거구 획정이 괴산과 남부3군의 통합으로 된다면 투표를 거부하겠다는 의견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투표는 의미도 없을뿐더러,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이런 처사에 좌시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취재진은 괴산의 반대편에 있는 보은군 산외면 대원리 쪽으로 향했다. 승용차로 국도를 따라 5분여 가자 '경상북도'라고 적힌 이정표를 지났다. 다시 5분여를 더 달리자 '충청북도'라는 표지판을 지나쳤다. 괴산에서 보은으로 진입하는데 도계(道界)를 넘나든 것이다.

보은 주민들은 선거구 통합에 대한 반발이 괴산보다는 덜했지만, 관심은 매한가지였다.

보은 주민들 역시 괴산과의 교류나 왕래를 묻는 질문에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지난 26일 보은군 산외면 대원리의 한 주민이 산으로 가로막힌 괴산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최범규기자
김언년(여·81·보은군 산외면 대원리)씨는 "선거구가 통합된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기는 하지만 사실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는다"며 "다만 괴산과 보은의 주민들 간 왕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괴산까지 가는데 시간은 오래걸리지 않지만, 용화(경북 상주시 화북면)에서 버스를 갈아 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장(場)도 그리 크지 않아 청천(괴산)에 갈 일이 별로 없다"고도 했다.

괴산과 보은의 짧은 접경지 3㎞보다, 이웃했지만 그동안 '남'으로 살아온 주민들의 인식이 더욱 멀기만 했다.

선거구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전국이 혼란에 빠졌다. 남부3군은 1년 가까이 인구 2천여명을 확보하지 못해 선거구 존폐를 걱정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인근 지자체를 편입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괴산은 졸지에 '남'의 선거구 존치를 위한 임시방편 수단으로 전락했다.

특별취재팀 / 최범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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