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맥주와 화교

2025.03.13 14:55:42

2창수

아티스트

중국은 무척 인구도 많지만 크기도 상상하는 것보다 크다. 중국은 여러 개의 국가가 모여진 것과 같이 지역별 역사도 다르고 기후 풍습도 달라서 중국 몇 번 여행을 갔다 와서 중국을 아는 것 처럼굴다가는 망신당하기 쉽다. 중국은 22개의 성, 5개의 자치구, 4개의 직할시가 있다. 각기 다른 문화와 지역별 별도의 특성에 맞는 역사 관점이 정리되어있어서 알면 알수록 중국은 매력적인 장소이다. 한자 문화권을 가진 한국의 처지에서 보면 많은 부분 역사적 이해와 관점 공유도 가능해서 알면 알수록 더 즐거운 중국이다.

청도(靑島)시는 칭다오 맥주로 유명한, 한국에 친숙한 도시다. 산둥성의 부 성급시다. 부 성급 시는 경제와 법률에 대한 독립적 권한을 할 수 있는 도시이며 그만큼 중국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청도시는 항구도시인데 중국에서 4번째로 큰 항구를 가지고 있으며 한국과 가장 가까운 지리로 인해 과거부터 오랜 교류를 했던 곳이다.

이전 대만 화교인에 대한 조사를 할 때 대다수 고향이 산둥성 출신이었다. 왜 그들의 고향이 산둥성인데 대만인이 되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한국이 중국(당시에는 중공)과 수교를 맺지 않아 국적이 대만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의 국적이 대만인이었다. 중국 본토는 공산당 독재 국가이므로 한국과 정상적 왕래가 어렵기도 했다. 중국 내 국공내전으로 중화민국이 타이완으로 쫓겨났고 중국 본토에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됨에 따라 한국의 화교도 자연스럽게 대만인이 되었다. 오늘날 그들은 다시 중국 본토인으로 바뀌거나 아님, 대만 국적을 통해 한국에 남아야 했다. 19세기 후반에 이주해온 세대도 만났었는데 그들은 여전히 산둥성을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 화교의 역사적 시작점은 1882년 임오군란을 통해서다. 중국인들이 한반도에 대거 거주한 적은 극히 드물었다. 임오군란 때 명성황후는 청나라에 군대 파병을 요청하였고 흥선대원군을 납치하게 하였다. 청나라는 군대 4천 명을 파견했는데 이들을 따라온 상인 40여 명이 조선에 들어와 개항장 인천에 정착했다. 이것이 현재 한국 화교의 시작으로 본다. 지금도 이곳 인천 차이나타운에 가면 화교의 역사를 위한 기념관과 맛있는 중화요리 집들이 밀집된 것을 볼 수 있다.

칭다오의 풍미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의 측면에서 보면 맛있는 맥주가 가장 생각난다. 정체성을 알기 힘든 배우의 익살스러운 개그로 칭다오와 양고기꼬치를 세트로 중국어처럼 하는 모습이 기억나서 중국 하면 양꼬치와 칭다오 맥주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었다. 칭다오 맥주는 유럽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맥주이다. 특유의 맛이 일반 맥주와는 확연히 다르다. 1903년 독일인과 영국인에 의해 설립된 합자회사가 기원으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가 칭다오 맥주이다. 청도 라오산(崂山)에서는 광천수가 유명한데 여기서 나오는 물로 맥주를 만들게 되었다. 중국 역사와 함께 일본으로 맥주 공장이 넘어간 뒤 다시 1949년 중국공산당으로 권리가 넘어가게 된다. 2003년 칭다오 맥주는 중국 10대 브랜드에 선정되면서 그 위상이 널리 알려졌다.

세상 곳곳에는 늘 즐겁고 행복한 일이 많다. 알아갈 때의 즐거움은 그곳에 사는 사람에 대한 존경과 이해해야 체득할 수 있는 일이다. 대만인 화교의 고향이 산둥성 청도라는 것을 인터뷰하다 알았을 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 근대사 임오군란을 알아야 했고 칭다오 맥주를 알기 위해 독일이 주둔해 중국을 장악한 것을 알게 되었다. 아픈 역사도 후대에 무언가를 남긴다. 2025년 현재 중국을 적으로 두어야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적을 만드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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