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작은 시끄러움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2020.07.23 15:27:36

2창수

아티스트

삐삐를 차고 다니던 시절에는 다들 수십 개씩 전화번호를 외우고 다녔고 새로운 번호도 손쉽게 외우던 시절이었다. 당시 쉽게 외우던 두뇌는 젊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사용 안 하는 20년도 넘은 통장번호와 남의 주민번호를 아직까지 기억하는 것은 편집증이라기 보다는 그냥 그렇게 살았던 당시 시대 습관이 남긴 에누리 기억으로 생각된다. 10년쯤 지나 줄줄이 외우던 전화번호와 중요한 일정을 기억 못 할 때쯤 수첩에 일정과 전화번호를 적었다. 다시 10년쯤 지나니 이젠 가족의 전화번호를 외우기 위해 한 달을 노력해가며 겨우 외우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렇게 세월의 매정함을 몸소 느끼며 만감의 교차를 머리로만 고민하다 보니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뭔가 코끝부터 고소함이 느껴지는 쓸데없는 쾌감이 생긴다.

남들처럼 전화번호 못 외우는 현상을 디지털 치매라고 부른다. 디지털 치매가 강화된 현상은 삶과 함께 연결되는 기기의 발달이 급속도로 이루어 지면서 두뇌 활용이 안 되는 것이다. 단순 정보 기억이나 계산, 암기 등과 같은 왕년에 한 주름 하던 것이 이젠 220V 스팀 다리미로 쫙 펴진 듯 도무지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단순히 더했다가 빼는 산수문제도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스마트폰의 계산기 어플을 켜야 마음이 놓인다. 노래를 부를 때도 한 손엔 스마트폰으로 가사를 읽고 어두운 밤길을 걸을 때도 손전등 모드로 걱정 없는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의 이름처럼 스마트 하지는 않은 것 같다. 폰이 스마트 해 질수록 사람들은 영리해지지 않는 길을 걷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생겨나는 정보를 저장할 필요가 없다면 응용능력이 올라갈까?

창의력이 있다! 이것은 문제의 해결하는 다양한 능력을 말하는 것인데 남들과 다른 문제 해결방법을 보일 때 우리는 "어허 이 친구 창의력 있네!"라며 칭찬과 같은 감탄을 한다. 보통 이런 이야기가 전해질 때 이전에는 쓸 때 없는 짓이라는 질책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만들어진 문제해결 능력이 창의력이다.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는 소리 듣기 싫고 씨끄럽다는 이유로 이미 만들어진 결과만을 따르게 된다면 나에게 맞는 새로움은 분명 생기지 않는다. 지역에 씨끄러운 소리 듣는 것이 싫으니 이미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지역 해결 창의력과 전혀 무관한 일이 될 것이다.

청주에는 문화도시선정이라는 즐거운 숙제가 있다. 이 숙제가 생겨난 이유는 문화자원의 고령화와 지원 원형문화의 가치를 활용하여 지역민과 새로운 공동체 기능을 만들라는 중앙행정의 써비스 지원이다. 도로 잘 깔고 건물 그럴듯하게 지어 인근 영세 문화시설 폐업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이미 지역의 돈 있는 문화 투자가들이 선점하며 대형 건물에 값싸게 들어와서 영업을 한다. 인근 영세 사업자들은 문화제조창C를 중심으로 서서히 망해 갈 것이다. 이유는 당연히 문화제조창C에서 커피를 먹어도 폼나게 먹지 인근 누추한 까페에서 차를 마실 필요가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스타벅스는 못 오게 했지만 유사한 기업의 진출에 행정이 도와 근근히 지역을 살리겠다는 소상공인들이 폐업되는 것이다.

편안함과 안전함으로 접근하면 지역 공동체는 행정이 원하는 방식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이렇게 바꿔진 지역은 스마트폰으로 생겨난 치매처럼 새로운 저장을 하기도 어렵고 새로운 시도도 하지 않는 표정 없는 도시가 될 것이다.

과거만 생각하는 문화도시 만들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도시지원센타의 중앙은 작아야 하고 민간이 하는 공간의 확대와 지원 방안을 만들어 문화적 도시를 작은 조각투자로 다양한 지역이 구심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 원심력이 유지 되는 곳은 작은 거점이어야지 큰 덩어리가 중심이 되어서는 돌아가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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