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에 대한 두려움

2023.03.09 15:36:07

2창수

아티스트

물은 언제나 출렁인다. 흐르는 물 아래 돌이나 기타 물길을 거스르는 것이 있다면 요동친다. 주위 물들이 합류하여 양이 많아지거나 협곡이 좁아지는 영향을 통해 물은 양을 조절하고자 수위가 올라가기도 튀기기도 하며 자신의 양을 상황에 맞춰나간다. 오랜 기간 물이 자리를 잡으면, 보다 유유히 흐른다. 더 이상 물길을 거스르지 않으므로 그 수량에 맞도록 흐르는 것이다.

이런 물의 성향을 보고 물을 건너기 위해 인류는 배를 만들었다. 나라마다 물의 흐름도 다르므로 우리나라는 우리 물의 흐름에 맞도록 배가 발전되었다. 조선의 배는 저판(제일 밑바닥의 나무판)을 아래에 평평하게 두는 판옥선의 형태였고 수평의 판은 승객이 배 위에서 이동하기 수월했음을 고려했다. 이런 목선은 물 위의 사람의 편안함을 고려했을 것이나 파도의 출렁이는 상황을 고려하거나 속도를 높이는 것에는 어려운 방법이었다. 그럼에도 습관적으로 이전부터 그래왔으니 용도에 맞도록 크기 변화에만 신경 쓰며 배를 만들어 운용했다.

이양선(異樣船)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이상한 모양을 가진 배를 뜻한다. 판옥선과 같은 납작한 바닥을 가진 배가 아니라 서구식 함선이나 상선을 보고 그 크기에 압도되었을 것이다. 새로운 배를 보았던 우리 조상은 거대한 범선을 보면서 예측할 수 없는 두려움도 휩싸였을 것이다.

여름·가을 이래로 이양선이 경상·전라·황해·강원·함경 5도의 큰 바다에 출몰하는데, 널리 퍼져서 추적할 수 없었다. 어떤 배는 뭍에 올라 물을 길어 가기도 하고, 고래를 잡아먹기도 하였다. 그 숫자를 헤아릴 수가 없이 많았다. -"헌종실록"

함경감사 조병준이 "저 사람들(러시아인)이 덕원부 용성진과 대흥부 대강진에 이르러 포를 쏘아 객사의 백성이 죽고 저들의 배가 때도 없이 오고 감을 낱낱이 들었는데, …… 객사의 백성이 탄환에 맞아 죽은 데 이르러서는 전례에 없었던 일이다"라고 하였다. -"철종실록"

격퇴할 능력이 없었던 조선의 관리들에게는 난감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조선 후기에는 청나라와 일본이 서양 세력에 의해 문호를 개방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고 이는 더 큰 두려움으로 이양선을 보게 되었다. 노를 젓는 배에 익숙한 조선에서 연기를 품으려 움직이는 화륜선(火輪船) 증기기관 배는 미지의 세계에서 온 절대적 힘의 문명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새로운 것에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교차 되어 생긴다. 알고자 하는 것이 더 크다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일 것이지만, 두려운 마음이 더 크다면 회피하게 된다. 육지에서 숨을 쉬며 사는 인류는 물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주변의 도구를 이용하여 숨을 쉬며 물을 건너는 것도 단순히 물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계절의 변화와 기상의 변화를 예측해야 하는 고도의 경험이 압축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두려움을 이기고 호기심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면 그건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열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사슬에 묶인 누렁이는 자신이 아프면 약을 주고 목마르지 않게 물과 밥을 주며 일 년 내내 잘 돌봐주는 주인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으로 인식하며 살고 있다. 가끔 사슬을 풀어놓아도 도망가지 않는다. 누렁이에게 현실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복날이 되고 주인은 누렁이를 잡아먹었다. 주인에게 누렁이는 복날에 먹을 음식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실을 경험에 비추어 완벽하게 맞추어 살다 보면 고기가 될 수 있다. 자신에 묶여있는 사슬을 스스로 풀고 나가지 않으면, 편히 살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삶을 마감할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래서 늘 깨어있는 사고가 필요하다. 그 깨어있는 사고는 두려움 뒤에 있고 호기심은 열쇠가 될 것이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