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의 공공성

2021.05.13 16:30:09

2창수

아티스트

1981년 뉴욕 맨해튼 연방 청사 앞에 리처드 세라의 작품이 있었다. 73t의 거대한 강철판으로 제작된 작품은 3.6m 높이로 36m나 늘어져 있었다. 작품 제목은 '기울어진 호(Tilted Arc)'다. 거대한 작품을 설치하는 것은, 특히 사람의 왕래가 잦은 장소에 놓는 것은 공공성을 기반으로 작품을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의 왕래는 작품을 보고 느끼기에 아주 좋은 상황이었지만 거대한 작품 때문에 양옆에서 반대로 가려면 70m가 넘는 거리를 돌아야 했다. 움직일 수 없는 철판의 거대함에 당연히 사람이 피해가야 했고 이를 불편하게 느낀 사람들이 철거를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존치를 주장하는 예술가와 예술종사자, 존치 옹호자들은 작품은 공간에 맞도록 설계가 되어있는 것이므로 장소를 옮기는 것은 작품 파괴 행위라고 했고 철거자들은 보행에 불편을주며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의 휴식처를 빼앗았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배심원들은 철거를 결정했고 공공미술의 공공성을 이야기할 때의 소재로 이 사건은 기록되었다. 하지만 작품은 사라졌다.

본 사건은 예술가 작품이 공공성을 어떻게 갖추어야 하는가는 작가가 결정하는 그것이 아닌 대중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철거와 존치의 주장은 둘 다 타당하다. 특히 예술은 시대성을 담고 있으나 동시대성을 반드시 담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동시대에서 해석이 안 된다고 폐기나 파괴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작가의 주장만을 올곧이 주장하기는 어렵다. 이런 두 간극을 1985년 미국에서는 청문회를 통해 배심원들이 결정하게 했다. 민주주의식 예술평가 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공공미술은 이렇게 작품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하지만 작품 설치 이전에 지역민들과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형 뉴딜 정책 사업의 일환으로 코로나 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미술인 일자리 창출 및 지역 공간 품격 제고를 위해 '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 사업을 전국적으로 하였다. 비용도 상당하여 전국 228개의 지자체 참여 총 948억을 집행한 대규모 공공미술사업이었다.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에 대한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였으므로 인건비 비율을 55%로 산정하고 지자체별로 4억 원씩 37명의 작가에게 지출이 가능하도록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짧은 시간 예술가들의 생존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너무 급하게 진행되어 작가들의 참여는 제한되었다. 작가들의 주 수입원인 대학시간 강사와 같은 일을 하거나 근로계약이 되어있는 경우는 작가 참여를 제한하였다. 더 어려운 작가들에게 양보해달라는 좋은 취지로 생각이 되었지만 작은 규모의 지자체에서는 37명의 작가 모으기가 불가능했다. 청주는 3팀으로 나누어 10여 명씩 진행을 하였지만 작은 군소도시는 인근 도시에서 예술가들을 빌려오고 약간의 비전문 예술가들을 채워 넣어 부족함을 메우며 진행하게 되었다. 동일 시간대에 결과를 만들어야 했기에 작품의 질보다는 공정에 맞도록 진행이 되었고 많은 작가의 손때 묻은 작품을 기대하였으나 공장에서 만든 세련된 제품으로 설치되고 말았다. 마치 4대강을 하면 일자리가 수만 개 생긴다고 했으나 넓은 강을 파고 있는 굴착기 몇 대와 트럭이 보였던 것과 같은 현상이다. 예술가의 일자리도 이런 착시의 일자리 창출로 된 것이 아닐까· 실제로 예술가의 가계와 생존에 도움이 얼마나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청주 곳곳의 공공미술 장소를 돌아보고 느끼는 감정은 차가운 금속의 날카로움이다. 풋풋한 예술가의 따스함보다 기계가 만들어 낸 차가운 결과물만 느껴진다. 획일화된 예술가의 제품을 만드는 행위는 나중 작가 스스로 작품에 대해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36m짜리 거대 작품도 주민의 요청에 사라졌다. 하지만 모양은 사라져도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청주공공미술은 주민에게 어떤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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