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함께하는 봄의 향연 - 창밖의 세상

2024.04.04 15:44:47

아침 출근길 차량들의 물결에서 모두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 세상의 틈바구니에서 나도 살아가기 위한 날갯짓을 수없이 퍼득이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은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매월 봉급을 받고 생활하는 근로소득자, 자신이 직접 경영해 매출을 창출하는 사업소득자 등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누구든 어려운 살림살이를 맞이하고 있다.

주말에 마트에 들렀는데 모든 과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있다. 특히나 사과의 경우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저녁 뉴스에서 들려온 경제의 어두운 현실이 귓가를 맴돈다. 사과값은 33년 만에 최고 가격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어떤 이유로 이렇게 가격이 올랐는지 알 수 없다. 아무튼 최근의 물가는 지금껏 볼 수 없던 모습으로 장바구니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주말 아침에 창 밖을 보면 사회적 기업에서 운영하는 식당 앞이 북적이고 있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이 자전거를 타고 오거나, 유모차에 의지해 걸어오신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줄을 서서 식당 안으로 들어선다. 매주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다. 누군가가 이 각박한 세상에, 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온정의 손길을 펼치고 있으리라. 아름다운 선행이다. 누군가의 수고와 희생이 타인이 살아갈 수 있는 의지를 갖게 한다면 그것으로도 선행을 펼치는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웃을 돌아다 본 적이 있었던가? 나와 가족이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 맴돌고 있지 않았던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더 어려운 이웃과 주변에 온정의 손길을 펼치는 사람을 자주 접한다. 평생 폐지를 주워 저축한 돈을 어느 대학의 장학 기금으로 기부하신 할머니. 수해 현장에서 죽은 소방관 아들의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유족 연금과 자신이 모은 돈을 합쳐 소방청에 기부하신 아버지. 그런 숭고한 이야기는 생각 없이 살아가는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좀 더 형편이 나아지면 그때 주변을 둘러보겠다는 알량한 변명으로 지금껏 생활해 왔다.

퇴근길에 라디오 방송에서 매주 한 번씩 듣게 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병원 진료비가 없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사연 소개와 도움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정말 도움의 손길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가슴 시린 사연들이다. 그 와중에 삶에 대한 희망과 열정은 얼마나 강인한가! 매일 평범함 속에서 무디게 살아가는 나를 채찍질하게 한다.

도움의 손길은 경제적인 부유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에서 오는 것이리라. 공감의 마음은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며 한 푼 두 푼 모은 작은 성의에서도 싹튼다. 그런 작은 손길과 성의로 사연 속의 주인공은 삶의 끈을 다시 힘차게 당기리라.

어느새 창밖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다. 겨우내 먼지와 오염으로 더럽혀진 흐릿한 창문을 씻어 주고 있다. 이제는 겨우내 움츠린 마음을 추슬러 기지개를 활짝 켜야겠다.

봄의 따스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날, 이제껏 마음의 주머니에 채워져 있던 '나만을' 생각하는 옹색스런 주머니 하나를 멀리 던져 버려야겠다. 그 자리에는 '이웃을' 생각하는 넉넉한 마음 주머니 하나를 살며시 가져다 놓으련다.

홍순길

-성균관대학교 졸업

-전)LG 화학근무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강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충북대 수필문학상 수상

-공저: '노을빛 아리랑' '수필창작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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